커피에 대한 기록
고장오
짧게 한 모금을 마시며
목 가득 안았던 갈증을 씻고
커피한잔 하는 것이
낭만일까?
일상일까?
오후 가득한 햇살로 빛나는 거리를 보며
갖춰진 형태에 메여 사는 웃음을 하고
다시금 주어진 삶의 기슭에
잔주름 가득한 의자에 쪼그리고 앉는다.
먼 시간이 철퍼덕 파도소리가 되어
오가건만 흉년처럼 싸늘해진 얼굴로
굳어진 뼈 조각을 얇은 칼로 도려내고 있을 때
이제 까지 생각 하던 게 무어였지 하며
뜬금없이 마지막 한모금의 커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