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김치

       고장오

  

터벅터벅 긴 갈지 걸음에 검은 봉지를

좌우로 흔들며 가득 안은 기쁨처럼

철없는 웃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우리네 헤아릴 수 없는 행복엔 계란 세 개에

라면 다섯 개로 충분히 행복하다.

 

지친 어깨엔 아직 햇살이 가득하고

옷소매에 낀 짠 내 만큼 인생이 이렇게

무섭게 혼란으로 있지만

라면사이에 작게 부딪히는 술병소리는

진한 삶의 향내처럼 아스러진 목마름으로 선다.

 

시간의 정처 없음은

인생이 노을 가까이 꺽 인 시간들 사이

이상하리만큼 존재하는

허전함으로 달려오고

 

집으로의 시간은

기울어진 술 한 잔과 계란 듬뿍 라면

그리고 그리고 슬프게 웃는 내 눈

그 안에 한참을 헤집고 있는

진념 같은 우리 엄마 김치

 

마지막 열정처럼 처음인 것이 많은 삶에서

진하게 다려낸 김치 젓갈만큼 순수하게

입 안 가득 짠 엄마김치를 처넣는다.

 

추억을 삼키려는 자처럼 지금 순간에

참을 수 없는 선택에서 무섭게 가라앉은

안개를 싸 앉으며 종이컵의 한잔은

우리엄마김치와 어우러져

진정 사랑함을 흉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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