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신안] 섬등반도 - 아름다운 그 길을 걷다 (2016.8.2)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독실산 산행 후 백년등대를 들러 신선봉에서 전망한 섬등반도로 갑니다.

하늘도 바다도 숲도 온통 푸름!

사방을 둘러봐도 푸름만 가득한 기분좋은 트래킹길입니다.











가거도에는 대중 교통 수단이 없습니다.

주민들이 보유한 차를 이용해 이동하게 되는데 꽤 비싼 편입니다.

가거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분들이 꼭 들르는 곳이 이곳 섬등반도이지요.

항리마을 섬등반도의 입구 쯤에서 섬등반도 전망대까지 한번씩 들러보고 가는 듯하나,

섬등반도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이곳까지는 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원시림 같은 후박나무숲은 벗어났지만 아직 섬등반도까지는 조금 더 걸어야 합니다.

마침 섬등반도를 돌아 배 한 척이 들어오고 있어서 당겨봅니다.


 










가거도에도 8경이 있다고 하네요.

그 중 4경이 섬등반도 절벽과 망부석!

엥~ 망부석이라고?

미리 알고 갔던 것이 아니라 찍어온 사진 중에서 찾아보니 그나마 제일 선명히 보이는 사진입니다.

망부석은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된 여인네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인데,

섬등반도의 망부석은 특이하게도 아이를 업은 채 돌로 변해버린 여인의 형상이라는군요.

설명에 의해 위치를 가늠해보니 저 바위가 분명할 듯합니다.











가거도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안내와 함께 이 사진이 있더군요.

보고 깜짝 놀랐네요, 정말 엄마 등에 업힌 아기 같아서. ^^


 









이제 다시 대나무가 우거진 숲을 잠시 걸어가고요.











한층 가까워진 섬등반도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에서 보면 공룡 등처럼 보이는 저곳을 사뿐히 밟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멀리서 보면 전체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지만 가까이 갈수록 전체의 모습은 눈앞의 모습에 묻혀버립니다.

산의 모습을 산 정상에서는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요.











가거도 84지점을 지나면서 항리마을의 집들도 보이기 시작하네요.











바다에 가까워진 해가 그 빛을 길게 바다에 드리워 반짝이는 물결로 살아납니다.











항리마을 가까운 후박나무숲에서 눈앞을 스쳐 지나는 동물을 보게 되었는데요.

숲속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겨두었던 주인공, 소였습니다.

소 두 마리를 키우던 할아버지께서 2년 전에 돌아가시고 난 뒤에 돌보는 사람이 없는 소들이 뛰쳐나가 야생소가 되었다는군요.

얼마나 빠른지 잡을 수가 없다면서 혹 잡을 수 있으면 그 소의 주인이 되는 거라고 하시던 주민분의 말씀.

설마했는데 진짜로 소가 있었습니다. ㅎㅎ











마을로 이어진 길.

비탈진 경사면에 엉성하게 만들어놓은 길이 그 어떤 번듯한 데크길보다 아름다워보이는 길입니다.

저기 빈집 하나 세 들어 한 달만 살아봤으면 좋겠다 생각을 또 해 봅니다. ^^;;












한 무리의 염소떼들이 얼음 상태가 되어 쳐다 보네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염소들이 저를 구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지나온 길 돌아보고.

똑바로 서서 찍은 사진인데 비뚤어보이네요.

바위들이 바다를 향해 수그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ㅎㅎ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모두 염소입니다.

염소들에겐 이곳이 천국일테지만 주민들에겐 곤혹스런 존재들인가 봅니다.

동네로 들어오는 데크길 끝부분은 그물로 철저히 막아놓았네요.

















마을로 들어오는 포장도로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이 길도 끝인가 봅니다.











가거도는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곳 항리마을이 배경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영화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길을 걷는 중, 바다를 향한 경사면이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초록이들 사이에서 신비스런 보랏빛의 솜방망이같은 꽃들이 불쑥불쑥 솟아나 있네요.

처음 소매물도에서 보고 그 신비한 보랏빛에 첫눈에 반한 아이들, 절굿대가 무리지어 피어있습니다.











절굿대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합니다.

절구질을 할 때 쓰는 절굿대를 닮아 절굿대라는 이름이 붙은 꽃인데요,

수리취와 꽃모양이 비슷해 개수리취라고도 한다는군요.











이제 마을로 이어진 길의 끝에 섰습니다.

내려오는 그 길이 너무 아름다웠는데 올려다보니 참 아득해 보이네요. ㅎㅎ












섬등반도까지 500m,가거도항까지 5.2km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습니다.

남는 게 시간이니 천천히 둘러보면 되겠네요. ㅎㅎ

5km를 걸어 가거도항이 있는 대리마을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건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이 섬 안에서 걸을 수 있는 길은 뻔하니 밤하늘에 별을 보며 걷는 길도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 











항리마을에는 가거도에서 유명한 두 곳의 민박, 섬누리 민박과 다희네 민박이 있습니다.

여기가 다희네 민박이고요, 섬누리 민박은 이보다 아래 해안가 절벽 위 멋진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독실산 산행과 섬등반도 트래킹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곳에 숙소를 정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2010년에 1박 2일 촬영을 했다는 안내판이 있네요.

이곳에서 가거도 출신으로 타지에 나가 살다가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방문했다는 분들을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누며 쉬어 갑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데크계단길이 보입니다.

몽돌해수욕장이 있다고 하지만 내려가면 다시 올라와야 하기에 그냥 패스하기로 합니다. ㅎㅎ











술패랭이꽃











동네마다 거리마다 있던 빨간 우체통이 이제는 주로 관광지에 자리하고 있지요.

가거도 송년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진짜 배달은 하는 것일까요?

일 년에 한 번씩 배달되는 우체통에 손편지를 넣고 무심히 잊고 있다가 받아들게 된 일 년 전의 사연은 또 어떤 느낌일까요?

  










다희네 민박의 지붕이 보이고 저 아래로 섬누리 민박도 보이네요.











고개를 들면 언제나 그곳에서 굽어보고 있는 독실산은 섬등반도 트래킹 내내 우리와 함께 합니다.











섬등반도와 회룡산 사이의 바다도 한번 보고요.











마치 두 아이가 서 있는 듯 보이는 이곳은 폐교 자리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섬이나 시골마을이 겪고 있는 변화 중의 하나이지요.

더이상 학교를 다닐 아이들이 없어 학교가 문을 닫고 있는 현실.











가거도에 백패킹을 오는 사람들이 처음에 주로 머물렀던 곳이 여기, 폐교였다고 하네요.

조용한 마을에 백패커들이 들어와 밤새 떠들고 쓰레기 버리고 가고, 하여 폐교 자체도 없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는 잠깐 머물다 떠나는 사람이지만 그곳에는 오래전부터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이 살고 있죠.

우리가 즐기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 사람들의 삶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마을도 우체통도 폐교의 동상도 모두 저 멀리로 멀어졌습니다.

이렇게 보니 꽤 많이 올라왔군요.

나중에 전망대에서 만난 분들이 일행 중에 이곳을 오르기 싫어 오지 않은 분들이 있다고 하더니. ㅎㅎ

 










이제 본격적인 섬등반도 트래킹에 나섭니다.

방공호가 보이는 저곳을 지나 길은 이어집니다.











독실산 정상에서는 맑은 날이면 제주도가 보인다고 하지요.

망망대해 바다 저 끝으로 아무 것도 보이진 않지만 탁 트인 시야에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입니다.

산 정상에서 보는 전망과는 또다른 전망, 어디가 더 좋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마치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질문이지요. ㅋㅋ

어쨌거나 좋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











저기 앞쪽에 있는 전망대까지가 주로 사람들이 다녀가는 길이라고 하네요.











빽빽한 산죽 사이를 헤치고 내가 길이 되어 갑니다.











섬등반도 전망대가 가까워지니 저곳에서 일몰을 보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숙소로 돌아가야 할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걸어가는 내내 오른쪽으론 항리마을 선착장이 있는 해안 절벽이 보입니다.

가거도는 섬의 가운데 우뚝 솟은 독실산을 기점으로 바다를 향해 뻗어내린 절벽의 모습이 굉장히 남성적인 느낌의 섬인 듯합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했으니, 그래서 그런가 이곳은 섬답지 않게 물이 풍부한 곳이라고도 하더군요.











해가 걸린 전망대.











섬등반도를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실제로 와보니 좌우로 깎아지른 절벽입니다.











전망대에서 다시 독실산을 봅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모습!

산첩첩한 육지의 산들과는 다른,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존재감이 절로 뿜어져 나옵니다. ^^











전망대를 넘어 더 진행해 봅니다.























항리선착장이 있는 해안 쪽을 다시 둘러보니 저 끝 쪽에 신선봉도 선명히 보입니다.











풀이 우거진 사이 길을 만들어 올라갑니다.

풀을 밟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경쓰며 올라가야 하는데 그래도 다행히 길은 이어지고,

처음부터 길이라 정해진 곳이 있었을까,

짐승이 밟고 사람이 밟아 길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돌아보니 멀리 섬등반도 전망대가 우뚝, 

지는 해가 그림자 길게 드리우며 지나온 길을 덮어갑니다.

  










아하!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온몸으로 맞으며 서 있는 절굿대 곁에서 그만 바다만 바라보며 주저앉고 싶네요.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얼굴 형상의 바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망부석 같기도 하고 스핑크스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신기해서 한번 당겨봅니다.











정말 사람의 얼굴 같습니다.

여기도 염소들이 뛰어다니고 있네요. ㅎㅎ

엄청 가파른 곳인데 바위 위도 풀밭 위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독실산에서 뻗어내린 산줄기가 회룡산에서 한번 더 솟구치고 바다로 빠져드는 능선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자꾸 돌아서게 만드는 길.











저 길의 끝에 서면 떨어져나가 앉은 작은 섬 하나를 볼 수 있을 듯한데 여기서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섬등반도의 공룡능선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저 끝까지 가보고 싶지만 조금 위험할 것도 같고 또 시간도 늦어 그만 돌아가기로 합니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으니 여기에서 섬등반도 인증샷! ^^

















돌아가는 길에 본 아까의 바위는 이쪽에서 보니 정말 사자 머리를 한 스핑크스 같습니다.

저런 바위가 이름이 없을 리는 없다며 찾아보았으나 딱히 이름이 없네요.

그래서 제 맘대로 스핑크스바위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ㅎㅎ


















회룡산과 지나온 길이 보이는 언덕에 서서 또 찰칵.











신성봉을 배경으로도 한 장.

어쩌면 다시 올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 한 장씩 남겨봅니다. ㅎㅎ

사진은... 참 많은 얘기를 합니다.

















올라 오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위험한 법!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 풀을 헤치고 조심조심 돌아갑니다.











전망대를 향해 올라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휴가를 맞아 지인들끼리 놀러오셨다는 분들의 단체사진도 찍어드리고 잠시 머무르다가 함께 내려갔네요.











섬등반도 트래킹을 마치고 내려오니 어느 새 해가 지기 시작하는군요.

일몰을 보고 숙소가 있는 대리마을까지 가자면 깜깜한 밤길을 걸어야 할 듯합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철썩이는 파도 소리 들으며 그 길을 걷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지만,

대리마을로 내려가시는 분들이 같이 차를 타고 가자고 해서 얼른 차에 탔습니다. ㅎㅎ

















트럭 뒤에 앉아 아쉬운 마음으로 일몰을 보며 사진을 찍어봅니다.

운전하시던 주민 분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에 잠시 차를 세워주겠다고 하시네요.





  




































안타깝게도 두터운 구름층으로 인해 바다로 곧장 떨어지는 일몰을 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전에 내린 비며 다음날 오전에도 비가 내린 걸 생각하면 이 정도의 일몰도 정말 황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주인과 산거머리 빼고 가거도의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ㅎㅎ











다음 날은 김부연하늘공원 산책을 하려고 했지만 오전 내내 비가 내려 숙소에서 그냥 쉬었고요.

비가 그친 후 대리마을을 잠깐 둘러보는데 인상적인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제주도 140km, 오키나와 355km,  중국 390km, 서울 420km.

맑은 날엔 제주도가 보이고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도 들린다더니, 서울이 제일 머네요. ㅎㅎ











태풍이 오면 근처의 모든 배들이 피항하는 곳이 이곳 가거도항이라고 합니다.

온몸으로 태풍을 막아내다보니 가거도항의 방파제는 늘 파손과 복구를 반복한다고 하고요.

제가 갔을 때 하고 있던 대방파제 공사는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길 안내판이나 전망대 설치, 트래킹로 정비 등 최근의 모습을 보니 많이 다듬어진 모습이더군요.


 









머리 가득 구름을 이고 있는 독실산의 신비로운 모습을 뒤로 하고 가거를 떠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섬 가득 천리향 내음이 피어난다는 봄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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