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대구] 비슬산 - 예상치 못한 운무 속 나들이 (2018.8.25)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아침에 창밖을 보니 하늘이 좋습니다.

산행을 쉬고 조신하게 집에 있으려다 안되겠다 싶어 길을 나섰네요.

구미 금오산을 갈 것인가 경주 금오산을 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2년 전 큰 수술을 하고 요양 중인 친구가 최근 산에 오르는 재미를 알아 동네 산을 매일 다니고 있단 사실이 퍼뜩 생각났지요.

친구에게서 콜 연락이 오자 산행지는 비슬산으로 급수정이 되었습니다. ㅎㅎ











비슬산은 대구 근교의 산이라 서너 번 산행을 한 바 있지만 포스팅은 처음입니다. ㅎㅎ

늘 유가사 쪽에서 올랐지만 오늘은 친구의 상황을 고려해 휴양림 쪽에서 시작하기로 합니다.

편하게 전기차를 타고 오르기로 한 것이지요.

친구를 배려한 것인지 제가 꾀를 부리고 싶은 것인지는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











친구랑 만나 점심까지 먹고 느긋하게 12시 50분 발 전기차를 탑니다.

등산복으로 완전무장하고 전기차를 타려니 조금 민망했지만 정말 편하고 좋았네요. ㅋ

전기차는 성인 편도요금이 5천원인데 달성군민인 친구는 할인이 되지만 신분증을 챙겨오지 않아 그냥 다 주고 탔습니다. 











전기차는 30여분을 느릿느릿 올라 대견사가 보이는 지점에 데려다 주는데요.

너무 멋지다며 좋아라 하는 친구를 보니 5천원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ㅎㅎ

멋진 광경을 볼 때 떠오르는 사람은 그 순간을 함께 하고픈 사람일테고,

어딘가에 갔을 때 생각나는 사람은 그곳에 함께 했었던 사람이 아닐까요?

이제 비슬산은 이 친구와 함께 한 기억이 남아 있을 겁니다. 











오전과 달리 날씨가 많이 흐려지는 듯하지만 비가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먼지인가 의심합니다.

비슬산에 오면 늘 떠오르는 사람, 부모님입니다.

내년 봄엔 꼭 한번 모시고 와서 산 정상의 참꽃무리들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천왕봉까지 갔다 온 후 상황을 봐서 걸어서 내려가든지 전기차를 타고 내려가든지 할 계획입니다.

어쨌거나 일단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조화봉부터 가기로 합니다.











단체사진부터 찍으며 오늘의 우리를 기념하고요.

변화하는 날씨는 감지하지도 못하고 이때까지도 룰루랄라 즐겁기만 합니다.











비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표지석이 나오네요.

강우 레이더 관측소는 강우량 산정을 위한 홍수예방용 국가재난대책시설입니다.

비슬산 관측소는 대구 달성군 비슬산에 있는 것으로 낙동강을 담당합니다.











전국에 강우 레이더 관측소는 모두 7개소가 있습니다.

임진강(강화, 임진강), 예봉산(남양주, 한강), 가리산(홍천, 북한강),

소백산(단양, 남한강/낙동강), 서대산(금산, 금강), 모후산(화순, 영산강/섬진강)

지난번 가리산 산행을 갔을 때 알게 된 사실입니다. ㅎㅎ











관측소로 올라가는 길 옆에 형성된 톱(칼)바위가 보입니다.

지구상의 마지막 빙하기에 비슬산에 산재한 암괴류, 예추 및 토르 등이 형성되었는데,

예추로 분류되는 톱바위는 암괴류보다 크기가 작고 각이진 바위들로 비교적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관측소 내부를 관람하고 전망대에서 주변을 조망할 수도 있지만 패스하고 조화봉으로 올라갑니다.

















너무 쉽게 오른 조화봉(1.058m)에서 인증샷도 찍고요.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서 도화지뷰가 되어가는 비슬산 일대를 지켜봅니다.

바람이 일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ㅜㅜ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어 일단 전기차를 내렸던 곳으로 다시 가기로 합니다.

소나기일 수도 있으니 작전상 후퇴!

전기차 매표소 옆에 작은 휴게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며 비가 멈추기를 기다려 봅니다.

친구는 우의가 있지만 전 우의도 우산도 없어서 비가 계속 내리면 도로 내려가야 할 상황입니다.











30여분 지나니 빗줄기가 좀 잦아들어서 조금이라도 걷기로 하고,

다시 관측소 표지판 쪽으로 올라가 대견봉을 향해 갑니다.

희미하게나마 대견사와 탑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네요.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지만 걷기엔 무리가 없고 오히려 몽환적인 느낌이라 이것도 좋네요. ㅎㅎ

저는 비에 젖어가지만 카메라는 안전하게 배낭 속에 넣고 핸드폰으로 촬영합니다.











빗줄기가 약하다가 세지기를 반복해 일단 대견봉 오름 전 정자에서 잠시 비를 피합니다.

천왕봉 위를 구름이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비가 계속 내릴 것 같진 않네요.











관측소가 있는 조화봉도 구름은 구름이 걷혀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비에 젖은 몸, 다시 대견봉으로 갑니다.











비에 젖은 모자가 자꾸 힘없이 늘어져 날개 잡고 인증샷도 찍고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비를 맞으며 걸어본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딱 기분 좋을(?) 만큼 내리는 비라 상쾌함까지 느껴집니다.











가급적 비가 내리면 산행은 안 하지만 이렇게 도중에 오는 비는 피할 수가 없지요.

해발 1000미터급 이상의 산은 날씨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항상 우중산행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데,

하늘이 너무 맑기에 우산을 넣을까 하다가 그냥 왔더니 제대로 비를 맞이합니다.

그래도 좋네요. ㅎㅎ

 


 








대견봉 뒤쪽으로 계단길이 있는데 이전에도 있었던가? 생각이 안나고,

고로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므로 그냥 궁금증으로 남겨둡니다.











친구에게 이런저런 포즈를 시킵니다.

다행히 재밌어 하며 잘 따라주네요. ㅋㅋ

비슬산을 지키는 평화의 여신상 쯤으로 이름 붙입니다. ^^;;




 







그렇게 잠깐 빗속에서 사진찍기 놀이를 하다가 내려오는데...

봉우리들을 휘감으며 올라가는 운무를 봅니다.











예전엔 조선의 화가들이 그린 산수화를 보면서 그냥, '산이구나' 했었는데,

산에 다니고나서부터 새삼 깨달은 게 있었지요.

그들이 그린 산수화는 산에 올라보지 않고서는 그릴 수 없는 것이었구나, 하고요.











구름이 넘실대는 모습에 대견사를 방문한 사람들도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입니다.











흔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그림같다는 말을 하지요.

정말 자연이 만들어내는 그림같은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 











한참을 춤추는 구름떼를 보다가 우리도 대견사로 내려가 봅니다.











대견사 주변에는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서 있는 토르라 불리는 바위군들이 있는데요. 

토르는 화강암 기반이 지하에서 심층풍화로 인하여 부서진 세립물질이 제거되고 남은 화강암체라고 합니다.

















대견사 마애불은 흐릿하여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는데요.

5개의 원형은 부처가 선정에 드는 모습을 수행의 다섯 단계로 그려낸 것으로 밀교문양인 유가심인과 거의 동일하다는군요.

 유가심인은 극락 만다라의 세계를 표현한 것인데 우리나라에 정통 밀교수행법이 전래된 것으로,

이런 밀교문양은 주변의 유가읍이나 유가사라는 명칭과의 연관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유가는 인도에서 말하는 '요가'로서 마음 작용의 멈춤과 사라짐, 즉 열반을 뜻한답니다.)











마애불 뒤의 굴 속으로도 한번 들어가 봅니다.

굴이라기보단 돌 사이의 통로같은데. ㅎㅎ











대견사의 절집도 오늘 처음 자세히 보게 되는데요,

보통의 절집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의 장식이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부처바위라는데요, 

보는 각도에 따라 정말 부처님처럼 보입니다.











이제 하늘이 맑게 개이기 시작합니다.











대견사 주변을 한번 더 돌아보고 이제 하산하려 합니다.

늦은 시간에 올라 비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천왕봉은 다녀올 시간이 되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하산은 걸어서 하자고 했는데 등산로를 못 찾아 왔다리갔다리 하다가 이 현수막을 보고서야 알았네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앞에 두고도 헤맸습니다. ㅋ

(음... 근데 이렇게 큰 현수막을 걸어둔 걸 보니 저 같은 사람이 많았나 싶기도 합니다. ^^;;)

  











비 갠 후의 숲길은 싱그런 내음 가득한 것이 저절로 큰 숨을 내쉬게 합니다.











짚신나물, 초록싸리, 큰낭아초, 금불초











고광나무, 함박꽃나무, 때죽나무, 노린재나무











암괴류 틈에서 자란 거대한 나무가 처음보는 열매를 달고 있어 이게 무엇인가 했는데...

함박꽃나무 열매라는군요.

그 예쁜 함박꽃이 이런 열매를 달 줄이야 생각도 못한 반전입니다. ㅎㅎ











최근에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버섯들도 무럭무럭 자라 있었네요.








































꽃구경 나무구경 하며 사진 찍으며 내려가다 보니 비슬산 암괴류가 보이네요.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 435호입니다.











암괴류는 둥글거나 각진 암석 덩어리들이 집단적으로 산비탈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말합니다.

바위들이 마치 강물처럼 흐르는 모습을 띠고 있어 <돌강>, <바위강>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세계 여러 나라에 암괴류가 발달해 있지만 규모면에서 이곳 비슬산 암괴류가 세계 최고라고 하는군요.











담쟁이들도 열매를 맺었네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저 혼자 익어버린 단풍잎 하나,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이제 곧 노랗게, 빨갛게 물든 이파리들을 볼 수 있겠죠. ^^  


















비슬산 암괴류를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네요.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거대한 돌들의 무리를 보니 밀양 만어사의 거대한 돌들도 생각나고요.

 










내려가는 길에 깔린 돌들이 이상하게 규칙적인 줄이 가 있습니다.

처음엔 참 희안한 일일세, 라고 했는데 그냥 자연적인 형태라고 하기엔 자로 그은 듯 너무 반듯합니다.

그리하여 미끄럽지 말라고 일부러 금을 그어놓았나 보다 생각합니다. ㅋ











어쨌거나 기분좋은 숲길을 오만상 딴짓하며 내려왔는데 임도가 보이네요.











친구가 산머루를 찾았네요.

새콤달콤 쌉싸름한 맛입니다. ㅎㅎ











콘도 건물인지 휴양림 건물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앞에 알 수 없는 열매를 가득 달고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금수암 전망대에도 올라보고 싶고요.











여기가 비슬산 종주 등산로라는 푯말이 있네요.

오늘 전, 전기차를 타고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왼쪽의 등산로로 내려왔지만 다음엔 종주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칡꽃이 만발한 덩굴을 봅니다.

생명력이 강해 주변의 나무를 다 덮어버리는 칡이 암수가 있는 것은 알았는데,

칡꽃은 암칡에서만 핀다는 사실을 친구에게 들어서 처음 알았네요. ㅎㅎ

 










뾰족뾰족한 돌덩이들의 예추가 보이는데 암괴류와 달리 크기도 작고 각이 진 특성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비슬산 암괴류의 돌너덩길을 체험할 수 있는 길도 보이지만 오늘은 그냥 통과합니다. 











책을 끼고 있는 일연스님의 동상이 보입니다.

일연스님은 비슬산과 대견사에 머물면서 삼국유사(국보 제 306호)를 대부분 집필했다고 하네요.

경산에서 출생한 일연스님의 행적을 좇는 여행을 한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ㅎㅎ











일체의 재앙을 소멸한다는 뜻의 소재사는 그냥 지나갑니다.











이쯤에서 아버지께 걸려온 전화를 받습니다.

평사휴게소에 있는 동생을 데리러 가라는 말씀이셨는데요.

뜬금없이 휴게소엔 왜? 

3호와 4호 동생이 볼일이 있어 대전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었답니다.

평사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다녀왔고요.

3호는 열심히 운전에 집중하느라 전화도 받질 않았답니다.











울산에 거의 다와갈 무렵, 자고 있던 4호의 초3 딸이 깨어나서 한 마디 합니다.

"우리 엄마는 어딨어?"

아놔~, 4호를 휴게소에 두고 그냥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ㅋㅋ

핸드폰도 차에 두고 내린 4호가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한 것이고,

아버지께선 평사휴게소와 가장 가까운 저에게 동생을 데리러 가라고 한 것이지요. 











열심히 걸어 주차장으로 와서 바로 출발합니다.

친구를 집에 내려주고 평사휴게소로 가는 도중에 전화가 왔네요.

3호가 차를 돌려 평사휴게소로 왔고 4호를 태우고 집으로 간다고요.

차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다는데, 

왜 버리고 왔느냐로 한동안 화제에 오르내릴 거 같습니다. ㅎㅎ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제대로 된 산행을 못해 아쉽긴 하지만,

시원하게 뻗은 산 정상의 모습에 좋아하던 친구의 모습과

산등성이를 넘나들던 운무를 본 것만으로도 괜찮은 하루였다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하늘 좋은 날, 제대로 비슬산을 걸어보자 약속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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