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합천] 가야산 - 산은 벌써 가을로 물들고 (2018.9.29)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다가옵니다.

대청봉에서 시작한 단풍은 한계령을 지나 천불동으로 빠른 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군요.

아직 늦더위가 남아 있던 9월말, 친구와 가까운 가야산을 다녀온 소식입니다.

지금쯤은 가야산도 알록달록 예쁘게 물이 들었을 것 같네요. ^^;;

 










어디 : 가야산(1.430m)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성주군 가천면, 거창군 가북면

언제 : 2018. 9. 29 (토)

코스 : 백운동탐방지원센터 - 용기골 - 서성재 - 상왕봉 - 칠불봉 - 서성재 - 용기골 - 탐방지원센터 (약 9km) 











9시 30분경 산행 시작. 

만물상코스로 정상까지 갔다 오는 건 시간에 쫓길 것 같아 용기골로 편안히 오르기로 합니다.

올해 설 연휴에 만물상 코스로 올랐다가 바위들의 자태에 반해 놀다가 중도에서 내려온 적이 있기도 하고,

가야산이 처음인 친구에게 정상의 모습부터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ㅎㅎ

다음에 만물상에서 서성재까지만 갔다가 용기골로 하산하는 코스로 다시 오면 되니까요. 











산행을 하면서 다음을 기약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기에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기로 합니다.











아직 푸름이 남아있는 용기골 숲속길은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길입니다.

조망도 없고 볼거리도 없지만 원래 산길이 다 이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갑니다.

단풍이 들면 이런 숲속길이 오히려 더 아름다우니 절정일 때 한번 더 와 볼까 생각도 하면서요. ㅎㅎ











산행 경력 1년도 안된 친구는 산에 가자라는 말 한 마디면 어디라도 따라 나섭니다. 

산에 들어서기만 하면 좋다를 연발하는 저보다 더 많이 좋다라는 감탄사를 뱉어내니 저도 덩달이 기분이 좋아지고요.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좋다!"라는 이 한 마디 외엔 필요가 없지요. ㅎㅎ











가야산엔 지리산에서나 보던 <곰출현주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수도산에 방사한 KM-53이 생각났지만 그저 그러려니 하고 갔는데요.

하산 후 식당에서 만난 공단 직원에게 오삼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네요.

그 이야기는 끝에. ㅋㅋ











예전, 산행 초보 시절에 한번 오른 적이 있는 길이지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하산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걸었던 터라 길에 대한 기억은 없고,

산을 휘감아도는 운해의 장관을 처음 본 감동만이 남아있던 가야산.

오늘, 천천히 오르는 이 길은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숲이 내뿜는 맑은 공기에 취해 걷다보니 서성재가 저기 보입니다.

물론 수많은 산행객들을 보낸 뒤이긴 하지만요. ㅎㅎ

 










서성재엔 만물상에서 오른 단체 팀들과 하산하는 사람들로 시끄러워 바로 칠불봉으로 올라갑니다.

서성재는 가야산성의 서문이 위치해 있었던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대가야의 수도였던 고령을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왕이 이동할 때 머무르는 이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서성재에서 칠불봉으로 오르는 길에 서성의 흔적들을 조금 찾아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무심히 지나치게 되지요.

  















드디어 철계단이 나오네요.

이 계단을 올라서면 조망없는 숲길을 걸어오느라 못본 가야산의 모습을 처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물상 능선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이 뿌연 것은 무엇인가?

날씨가 흐립니다. ㅜㅜ











구름이 떼지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이러다가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빨리빨리, 마음이 급해지네요.

















하지만 마음만 급할 뿐, 

한 발 오르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에 발걸음은 더욱 느려지고.











구름에 가린 암릉의 모습이 또한 선경인지라 비만 내리지 말아라 기원하며 발길을 옮깁니다.











사람이 오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저 위의 돌탑은 누가 올려놓은 것인지 모르겠네요.

어딘가엔 길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명품 소나무가 자리한 이곳은 멋진 조망처이지만 오늘은 도화지 뷰를 선사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진 찍으며 놀다가 올라갑니다.


 









계단 아래 바위틈엔 산부추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고 벌 한 마리 이 꽃 저 꽃 탐하며 부지런히 날아다니고 있네요.











참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구름 속에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자꾸 보고 있으니 뭉크의 절규를 보는 듯한 착각이. ㅋㅋ

아니야, 칠불봉 정상 아래에 있는 고사목 장승의 모습이 보이는가?











9월 말이라 아직 이르지만 성급한 단풍나무는 벌써 저 혼자 발갛게 물들어 있습니다.

 










서성재에서 칠불봉 가는 길엔 산목련 나무가 많다고 하네요.

그 길에 그네들은 커다란 잎을 노랗게 물들이며 가을 분위기를 돋우고 서 있습니다.











초록의 싱싱함이 노랗게, 다시 빨갛게 물들어가는 자연의 순리를 산에 와서 비로소 절감합니다.

서둘러 물든 아이들은 벌써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요.





 






칠불봉 아래의 고사목 장승에 눈인사만 하고 상왕봉을 먼저 다녀오기 위해 길을 이어갑니다.











칠불봉에서 상왕봉으로 넘어가는 길은 난간 설치 작업이 한창입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시간이어서인지 작업을 멈추고 바위 위에서 낮잠을 즐기시는 인부님도 보이네요.

이 분들은 상왕봉 아래 텐트를 치고 강제 야영을 하고 있으시더군요.

국립공원에서 당당하게 야영을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시는 분들입니다. ㅎㅎ











오메, 단풍 들겄네.

김영랑의 시로 유명한 이 구절은 실은 단풍 든 모습을 보고 겨울을 걱정하는 누이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지만,

누이의 그 마음을 보며 영랑의 마음에도 단풍이 든 것처럼 제 마음에도 단풍이 들어옵니다.











상왕봉을 바라보며 서있는 친구.

배가 고파 한 발짝도 뗄 수 없다고 해서.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상왕봉은 밥 먹고 오르기로 합니다.

 















비록 차갑게 식은 밥이지만 이 멋진 풍경을 내려다보며 먹는 점심은 최고의 맛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구름 낀 날씨라 기온도 낮아진데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상당히 낮아 손이 시립니다. ㅠㅠ

서둘러 식사하고 따뜻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일어섰네요.











그 와중에 잔뜩 웅크린 채 먹이를 노리고 있는 듯한 표범 한 마리 발견합니다. ㅋㅋ











 "아~, 좋다! 그냥 좋다"

어쩌면 무심한 듯, 무성의한 듯하지만 가장 깊이있는 말이 "그냥"이 아닐까요?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나도 "그냥" 니가 좋다! ㅎㅎ

 















상왕봉으로 가는 길가에 수리취가 무리지어 피어있네요.

엉겅퀴같이 생겼지만 뜻밖에 국화과 수리취속의 한해살이풀.

어린 나물은 떡에 넣어 단오에 수리취절편을 해먹었다고 합니다.











상왕봉으로 오르며 뒤돌아보니 운해쇼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금쯤 정상에 있었어야 하는데 한발 늦었네 하며 급히 상왕봉으로 오르지만,

자꾸만 뒤돌아보게 됩니다. ^^;;











고릴라 한 마리, 운해에 싸인 가야산 풍경 감상하고 있네요.
















오르는 사람 내리는 사람 분주한 철계단길도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가야산 상왕봉(우두봉) 정상 인증합니다.

가야산은 옛날 가야국이 있던 곳에서 가장 높고 훌륭한 산이어서 <가야의 산>이라는 뜻으로 부른 것이라고도 하고,

인도의 불교 성지 부다가야 부근 부처님의 주요 설법처로 신성시되는 가야성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상왕봉은 소의 머리처럼 생겼고 옛날부터 행해졌던 산신제의 공물로 소를 바치고 신성시해 왔다고 하여 우두봉이라고 불렸으며,

상왕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하는군요.

어쨌거나 엄청난 규모룰 자랑하는 해인사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니 불교와 연관이 많은 듯하기도 합니다.











정상부는 알록달록 예쁘게 물든 나무들이 제법 많이 보입니다.

10월 초순 경이면 가장 아름답게 물든 모습이지 않을까 싶고,

전혀 기대하지 않고 왔던 산행인지라 이 정도의 모습에도 감사할 따름이네요.






















가을 산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구절초 한 다발.

화려하지 않으나 소박한 그 모습이 어느 산님의 발걸음과 함께 어울립니다.

사람도 많고 춥기도 하고 정신없이 내려오다 보니 상왕봉의 우비정을 깜빡 하고 그냥 내려왔네요. ㅎㅎ











이제 칠불봉을 들렀다가 하산하기로 합니다.











칠불봉 아래 절벽 끝에는 키낮은 쑥부쟁이가 소담스레 피어있고.











가야산 정상인 상왕봉(1.430m)은 합천군에 속하고 칠불봉(1.433m)은 성주군에 속한다고 합니다.

칠불봉이 3m나 더 높지만 상왕봉이 정상으로 먼저 등록되는 바람에 억울하게 2등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지금도 성주군에선 칠불봉을 주봉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데 어디로 하나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200m 거리에 나란히 이웃해 사이좋게 서 있는 것이 오히려 보기 좋기만 하니까요.











칠불봉은 가야국(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3년간 수도 후 생불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봉우리입니다.

칠불봉에서 시작되어 용기골로 흘러드는 계곡의 발원지이기도 하니 성주군에서 특별히 애착을 가질 만도 한가요? ㅎㅎ











오르막을 힘들어하는 것도 있지만 확실히 내리막에서 보는 풍경이 더 아름다운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찍기 포인트가 있는데 이 사진도 그 중 하나입니다. ㅎㅎ











올라올 때 제대로 보지 못한 단풍 든 나무들의 모습이 하산길에 더욱 선명히 보입니다.

여전히 산 정상부는 구름이 오락가락, 오리무중의 세상이지만 눈앞의 붉은 기운까지는 앗아가지 못하네요.











가을 산의 아름다움은 정상이 아닌 숲 속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들꽃과 풀과 나무가 함께 하는 그 길이 진짜 산의 길이지요.











숲이 가을로 물들어 절정에 달할 때 이미 정상은 겨울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멋진 조망처이지만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 저 곳에서 친구는 또 무엇을 보았을지.

어쩌면 무념무상, 몸도 마음도 텅 비워지는 경험을 하지는 않았을까요?




 







뜬금없는 얘기 하나.

산에 오면 가끔씩 가수 신해철이 급작스럽게 죽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가 아마 가을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였던가 싶습니다.











놀란 마음과 함께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렇게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그는 더이상 볼 수 없겠구나 하는 것이었거든요.

사람마다 안타깝게 여기는 지점이 다 다르겠지만 제겐 그것이 가장 큰 것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도 좋아하는 것, 누릴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ㅎㅎ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즐길 수 있는 것.

이것이 소소하지만 아주 확실한 자기 만족이요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여전히 날은 흐리나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우리는 열심히 산을 내려갑니다.

어쩌면 우리 등 뒤로 나뭇잎들도 빠르게 물들어 가며 내려오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물상 능선의 나무들도 제법 물이 들었군요.

마지막으로 눈길 한번 길게 주고 이제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숲이 아름답게 물들 무렵 다시 한번 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룰루랄라 하산합니다.











낙석 위험 지역이라 계곡 쪽으로 새로운 데크길 조성 공사 중이던 곳은 그새 많은 작업을 하시고 퇴근하셨네요.











하산을 완료하고 주차장 옆 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합니다.

추위에 떨다 보니 뜨끈한 오뎅 국물이 어찌나 맛나던지요. ㅋㅋ

감자전 하나를 주문해 놓고 앉아있으니 국공 직원분이 다가와 얘기를 합니다.

수도산에 방사한 그 곰, 

우리나라 반달 가슴곰 중에 가장 유명한,

전담 인력만 10명이 배정돼 있다는 KM-53, 오삼이의 이야기입니다. ^^











KM-53은 이미 가야산에도 왔다고 하네요.

먹이를 놓아두고 관찰을 하는데 먹이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사람을 피하도록 훈련을 시키기 때문에 등산객과 마주칠 일은 없겠지만 등로를 벗어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곰은 곰, 야생동물이니까요. ㅎㅎ












특히나 국립공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또다른 곰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KM-53이 서식지를 찾아 정착을 하게 되면 암컷을 풀어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게 할 거라는군요.

오삼이가 아니더라도 지리산의 곰 개체수가 포화 상태여서 서식지를 넓힐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산은 원래 곰이나 다른 동물들의 터전이었던 곳이니, 

지리산에 갇혀있는 곰들이 백두대간을 타고 북한의 산까지 올라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국공 직원의 말에 뭉클!! ^^ 

 

 










이번 가야산 산행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아무래도 <곰출현주의> 현수막이었네요. ㅎㅎ

덩치가 커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곰은 육류보다는 풀을 더 좋아하고,

사람을 만나면 놀라 먼저 도망가순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다래나 산딸기, 머루, 오디, 오미자 등 달콤한 과일을 제일 좋아하고, 

가을엔 도토리를 즐겨 먹는다는군요.

그 큰 덩치에 다람쥐와 도토리 쟁탈전을 벌이지나 않을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ㅋ

지난 번 수도산에서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이 두고 간 쵸코파이를 먹고 있는 장면이 포착돼 음식물 기피 훈련도 받아야 했다는군요.

산에 가면 절대로 음식물을 비롯한 쓰레기를 버리고 오면 안되는 이유.

곰에게 해롭기도 하지만 먹이를 구하러 민가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 ♡ ♡


가야산 산행 얘기하다가 오삼이 얘기로 끝을 맺습니다. ㅋㅋ

람과 곰이 다함께 평화롭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가야산 산행도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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