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대구] 용연사 - 가을, 발길 머문 그곳 (2018.11.9)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11월 9일, 금요일

친구들 만나 송해공원 나들이 가기로 한 날입니다.

송해공원으로 가는 길의 가로수는 예쁘게 입은 가을옷들을 하나둘씩 벗고 있었습니다.

며칠만 더 일찍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송해공원을 지나 일단 근처에 있는 용연사부터 가기로 했네요.











비슬산 자락의 용연사는 달성군 옥포면에 있는 자그마한 절로 동화사의 말사입니다.

절 앞에 있던 연뭇에서 용이 올라가서 용연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신라 신덕왕 원년(914년)에 보양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절이니 천년고찰이네요.











일주문 옆으로 꽤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주문 바로 앞에 주차를 해 둔 사람들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어 삐딱하니... ㅜㅜ











특이한 형태의 등이 걸려있는 길을 잠시 걸어 가면 왼쪽으로는 적멸보궁, 오른쪽이 용연사 입구입니다.

용연사부터 다녀온 뒤 적멸보궁에 가 보기로 하고 천천히 발길을 옮깁니다.











극락교를 지나 천왕문으로 오르는 계단과 그 옆의 돌담이 고풍스러운 멋을 뿜어냅니다.

동네에 있는 절이라 은근 무시하고 왔었는데 기분이 확, 달라집니다. ㅎㅎ











안양루 너머로 극락전이 보이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돌담이 그 길을 인도하네요

















대구 문화재자료 제28호인 용연사 삼층석탑으로 고려시대의 것으로 보인다네요.

석탑의 둘레에 주렁주렁 매달린 소원종들이 제 눈엔 별로였지만,

빈틈없이 걸린 것으로 보아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절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용연사 극락전 (대구 유형문화재 제41호)

대부분의 사찰들이 그러하듯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린 것을 1728년에 극락전을 비롯한 건물들을 중수하였다고 합니다.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로 지붕 옆면이 사람 인(人)자 모양의 간결한 맞배지붕집인데,

전체적으로 18세기 다포 양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내부 단청의 기법이 뛰어나고 예스러우면서 아담한 벽화의 수법 역시 수작으로 평가되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현재 용연사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보관하고 있는 금강계단 등 2점의 보물이 있습니다.

  










용연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 (보물 제1813호)

서방정토의 주재자인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하고 있으며,

복장에서 발견된 발원문에 의하면,

조선 효종6년(1655년)에 수조각승 도우를 비롯하여 쌍조 등 7인의 조각승에 의해 조성되었다고 하네요.



 








극락전엔 예불 시간인지 스님이 기도를 하고 있으시고 사람들도 빼곡하여,

밖에서 얼쩡거리다가 유리문 너머로 부처님 사진만 찍고 다음에 다시 만나뵈러 오기로 합니다.

 










극락전에서 본 삼층석탑과 안양루의 모습.

작은 절이지만 비슬산 자락이어서 그런지 뷰가 좋습니다.











극락전 좌측의 삼성각을 지나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











극락전 뒤편의 돌담.











극락전과 삼성각 사이 언덕에서 놀고 있는 동자승의 깜찍함.











극락전 뒤쪽을 한 바퀴 돌아오니 용도를 알 수 없는 나무통이 놓여있고,

 










극락전 오른쪽에 있는 영산전과 극락전 사이로 보이는 마당 풍경.











자그마한 절이라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아늑합니다.











안양루 앞 화단에 각종 꽃들이 피어 절집이 더 화사한 느낌이네요.











안양루로 내려서는 계단 옆의 돌담 모습과











돌담의 이끼 틈에서 자라 꽃을 피운 채 시들어가는 이 아이는 무엇인지.











절집의 화려한 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게 가을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시 천왕문을 나서며 본 돌담 위, 새로이 쌓은 기와벽돌을 무심코 보다가 기와 아래에 써진 이름을 발견합니다.

절에서 기와불사를 하면 어떻게 하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쓰이나 봅니다. ㅎㅎ  











극락교를 지나 이제 적멸보궁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적멸보궁 가는 길도 운치있고 좋은데 아마도 가을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용연사 약수터까지 1.9KM, 화원자연휴양림까지 5KM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다음에 이 길을 걸어 비슬산 천왕봉까지 한번 가봐야겠네요.











친구들은 벌써 내려오고 있네요. ㅋㅋ











적멸보궁 앞에도 꽤 넓은 주차장이 있고,

















거대한 단풍나무 한 그루가 단번에 제 눈을 사로잡습니다.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적멸보궁을 찾았고 적멸보궁보다는 이 단풍나무에 취해 다들 사진찍기 바쁘더군요. ㅎㅎ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이라 정숙하라는 안내판을 한 가운데 세워놓았지만,

셀카 찍기 바쁜 관람객들의 시끄러운 웃음소리에 안내판의 존재는 있으나마나한 것이 되고 맙니다.


















적멸보궁의 중앙계단으로 오르지 못하도록 예쁘게 화분을 세워놓은 센스.

용연사에는 여기저기 꽃이나 식물을 심은 화분들이 많아 소박한 절집의 분위기를 더욱 포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용연사 금강계단 (보물 제539호)

계단(戒壇)은 계(승려가 지켜야할 계율)를 수여하는 식장으로, 이곳에서 승려의 득도식을 비롯한 여러 의식이 행해진다. 용연사 내의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이 계단은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셔두고 있다.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묘향산으로 옮겼던 통도사의 부처 사리를 사명대사의 제자인 청진이 다시 통도사로 옮길 때 용연사의 승려들이 그 일부를 모셔와 이곳에 봉안하였다 한다. 통도사 금강계단, 금산사 방등계단과 함께 전체적으로 구조가 섬세하고 조각 기법이 예리하며, 특히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작품으로서 당시의 석조 건축과 조각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적멸보궁 안의 유리를 통해 이 사리탑을 보며 기도를 할 수 있는데 이날은 어느 분의 제를 지내는 것 같아서 그냥 돌아옵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지키는 병사들인가요? 아주 인상적입니다. 

금강계단을 보니 지난 여름 익산 여행 때 들렀던 금산사가 생각나 조만간 포스팅을 해봐야겠다 생각만. ㅋ











보광루 안에서도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수능 전이라 그런건지 원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에게 얼른 둘러보고 나오겠다 했지만 다시 이 단풍나무에 발이 묶이고 맙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도종환 시, 단풍드는 날











붉게 물든 단풍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가을 나무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이 곳과 작별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길가의 불타오르는 단풍나무에 반해 잠시 차를 멈추고 주변을 서성이며 사진도 찍어보고,

기대없이 방문했던 용연사의 가을 풍경이 너무 예뻐 마음 속으로 찜해둡니다. ㅎㅎ










용연사에서 내려오는 길, 이 집에 들러 능이버섯 소고기전골로 늦은 점심을 해결합니다.

소문이 난 곳인지 사람들로 북적이고 맛도 괜찮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송해공원 둘레길 산책 계획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려나 버립니다.

차나 한잔 마시자며 내려오다보니 동네 안쪽으로 난 <카페 오가다>란 작은 푯말이 보여 그리로 들어갑니다.

카페의 외관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오밀조밀 토속적인 인테리어도 괜찮네요.

저절로 편안함이 밀려오는 분위기랄까? ㅎㅎ

 






















오가다(五佳茶 : 다섯가지 아름다운 우리차)

'길을 오가다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컨셉의 전통차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블랜딩하여 판매하는 찻집인데,

시끌벅적한 분위기 싫어하는 제겐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ㅎㅎ











석류오미자차 한 잔 앞에 두고 친구들과 수다떨며 가을날의 한가한 오후를 즐기는 것도 좋네요. ^^











천년고찰 용연사의 가을 풍경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크지도 않으며 오랜 세월의 흐름이 주는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소박한 절집,

거기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까지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해공원 둘레길을 걷지는 못했지만 친구들과의 차 한잔의 시간도 소중하니까 아쉬운 마음은 전혀 들지 않고요. ^^

기분좋은 어느 가을날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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