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택이에게 전하는 바람의 소리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지난 20일, '곡우'에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보름달이 하도 좋아 마당을 서성이다가,

뒤늦게 피기 시작한 산벚의 자태에 매혹되다가,

친구의 전화를 받은 게 19일이었습니다.










위독한 상황으로 2-3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시더니......


이제 그만 놓아드려야 할 것 같다며 울먹이는 친구의 목소리에 말문이 막혔었지요. 

먼 길을 떠나시는데 아픈 곳만큼은 없게 해드리고 싶다는 친구의 바람대로,

어머니께선 다음날 주무시듯 편안하게 이승과의 인연의 끈을 놓으셨다고 합니다.









허리 수술 후 거의 한 달째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울아버지도 생각나고,

그 곁을 지키며 본인의 힘든 몸도 챙길 틈이 없는 울엄마도 생각나고,

쓰러지신 지 사흘 만에 돌아가신 큰엄마도 생각나고,

구름 속을 넘나드는 달을 쳐다보며 한참을 서성였네요.










택이에게 전하는 바람의 소리

 

내 친구 택이의 엄마가 먼 길을 가셨다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돼 온 들판이 분주해질 무렵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곡우날

한해 중 가장 아름다운 초록이 빛나는 좋은 계절에

세상 먼지 툭툭 털어내고 길을 떠나셨단다

 

유난히 밝은 보름달 아래

수줍게 피어난 벚꽃에 취해 있을 때

상심한 친구가 전화를 했다

엄마가 먼 길을 떠나시려 한다며 울먹이는 친구 목소리에

벚꽃잎 하나 길을 나선다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떨고 있을 자식 걱정에

담벼락에 기대 담요 한 장으로 밤을 나셨다는 엄마

고맙다 미안하다 긴 인사를 남기고

자식은 따라올 수 없다는 먼 길을

홀로 떠나셨단다

 

남은 자식 마음이 폐허될까봐

달도 밝은 곡우날 떠나셨나보다

온 천지가 새생명의 물결로 꿈틀대는 날

울지 말고 살아라

아프지 말고 살아라

따뜻한 봄햇살로 인사 전하며

길을 떠나셨나보다

달빛 배웅 받으며 훨훨 가셨나보다

 

엄마에게 더이상 해드릴 게 없다던

친구의 눈물 섞인 말에

나는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전화기 너머로 달빛만 가득 흘러 보낼 뿐!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지만,

울먹이던 목소리는 마음에 오래오래 남아 있었네요.

친구를 위해, 그리고

먼 길 떠나신 친구의 어머님을 위해

짧은 위로의 시를 적어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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