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1박 2일의 특별했던 거문도 여행(3) - 불탄봉 산행과 거문도 뱃노랫길 트래킹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5월 3일, 거문도에서 맞은 아침!

조금씩 비가 내리고는 있으나 맞아도 기분 좋을만큼이어서 다행이었다.

6시 30분에 따개비죽으로 아침 식사.

(먹는 속도가 느린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식사 속도에 맞추느라 사진도 찍을 틈이 없었다...ㅜㅜ)

7시 20분경 숙소를 출발했다.

 

 

우리 일행은 녹산등대를 향해 해안길을 트래킹하는 팀과 불탄봉 산행을 하고 녹산등대로 가는 팀으로 나뉘었다.

난 당연히 불탄봉 산행팀으로~^^

소수 정예(?) 4명이 불탄봉을 향해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가는 도중에 비가 내려 비옷을 꺼내 입고 앞사람 발자국만 따라 길을 오르다보니 8시 20분 경 불탄봉으로 짐작되는 곳에 이르렀다.

(이때 비가 제법 내린 관계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연합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구축한 병참기지라고 하는데 벙커 위쪽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비가 내린 관계로 안개가 짙어 어떠한 감시(?)도 할 수 없는 상황.

거문도에는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 많다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듯해(어딜 가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뿌연 안개 속 전망만큼이나 마음이 답답했다.

 

 

트랭글은 분명히 불탄봉 배지를 얻었다며 축하한다는데 불탄봉 표지석을 찾을 수가 없다.

같이 간 산악회 회장님은 나무판자로 된 표지판을 인터넷 검색으로 봤다는데 우리 눈에는 사방으로 자란 풀밖에 보이지 않았다.

등산로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중, 반으로 갈라진 나무판자가 있길래 길 안내판인가 하고 봤더니 불탄봉 표지석이었다는... 이런!

어쨌든 둘로 쪼개진 표지판을 붙여 나무 아래 세워놓고 불탄봉 정상 사진을 찍었다. ^^

 

 

내가 올라본 몇 안 되는 산 정상의 그 어떤 정상석보다도 정겨운 불탄봉 지킴이와 기념으로 한 컷~^^

이제 우리는 녹산등대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도저히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숙소 사장님 말씀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녹산등대 쪽으로 난 길은 풀로 뒤덮여 길이 없을 것이라더니 정말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다시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내려오는 길에 무수히 떨어진 동백꽃잎들의 인사도 받고...

 

 

돌틈 사이로 피어난 작은 꽃들의 인사도 받고...

 

 

짙은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과도 인사하고...

 

 

그렇게 길을 걷다보니 거문도 뱃노래길이라는 예쁜 안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설명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길들이 계속 이어진다.

사람들은 왜 이 아름다운 숲길을 찾지 않는 것일까?

문명의 흔적이라곤 거의 없는 이 길, 흙과 돌과 풀들 속에 삶의 길이 있는데...

 

 

솔직히 길이 있으니 걸어갈 뿐인 우리는 이미 돌아갈 길을 잃은 듯 보이나, 때묻지 않은 원시의 숲을 거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탄하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비가 내려 오히려 더 신비스럽고 깨끗한 느낌.

깨끗하게 똑 떨어져 바위 위에 다소곳이 앉은 동백꽃은 이별이 아니라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있다.

 

 

그래, 변촌으로 가면 녹산등대로 가는 해안길이 나올 거야.

아무도 모르지만 불탄봉에서 내려온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길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그 길의 끝에는 사람사는 마을이 있겠지.

 

 

예전부터 있었던 돌담인지 새롭게 쌓은 것인지 이런 돌담길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아마도 거문도 뱃노래길이라는 걷기 길을 만들며 조성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자연석으로 만들어놓은 소박한 이 길의 매력은 걸어보지 않으면 모르리라~~^^

 

 

이 숲길이 주는 고요와 평온함을 어디에 비할 수 있겠는가?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의 평화를 찾았노라~~^^

 

 

거문도의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이 좋다는데 길 양옆으로 천지가 쑥이다.

내려오는 길에 틈틈이 쑥을 뜯으며 내려오다보니 사방이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화창한 날씨라면 저 멀리 바다도 보일 곳이건만 짙은 안개 속이다.

 

 

갈림길에 이르러 오랜만에 나타난 용연을 가리키는 안내판을 보고 이제 다 내려왔구나 망설임없이 안내판이 가리키는 쪽으로 갔다.

 

 

숲길의 끝에서 만난 용연은 바닷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못이었다.

저절로 터져나오는 감탄사를 남발하며 달려갔으나 그곳이 끝이었다.

바다를 향해 열린 길~~^^;;

 

 

가보지도 않은 백두산 천지가 바로 여기구나~~ 기분만 내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왔다. ^^

 

 

마을이 보이는 내리막길에서 만난 두릅 천지인 곳.

 

 

드디어 표지판이 나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우리를 경계하여 얼음 상태가 된 염소 가족을 스쳐 지나 드디어 포장길을 만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이금포해수욕장이었다.

여기서 어디로 가야 녹산등대가 나온단 말인가?

방향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우리는 시간 관계상 녹산등대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해안길을 따라 가면 되는 거야~~, 항구로 들어가니 더 이상의 길은 없고~~^^;;

 

 

해안길을 걸어가며 혼자 사진찍기 놀이도 하고, 숙소 가까운 곳까지라도 얻어타고 갈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다가 드디어 지나가는 트럭을 보고 손을 들었다.

우리를 보고 어디가나 물어보지도 않고 타라고 하신 친절한 거문도 분들.

물어볼 필요도 없이 숙소로 가는 길은 오직 그 길 뿐이었다. ^^;;

불탄봉 산행 들머리 즈음이 목적지인 트럭은 서고, 우리는 한층 가까워진 숙소에 감사하며 여유롭게 걷는다.

 

 

그 이름도 친숙한(?) 삼호교가 바로 저기에 보이는구나!

 

 

삼호교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거문도 바다 풍경을 여유롭게 찍고 있을 때,

2시 출항 예정 배가 파도가 높은 바다 상황으로 인해 12시에 출항한다고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 생각할 틈도 없이 뛰기 시작했다. ^^

  

 

서도를 출발한 배가 동도에 닿더니 파도가 높아 갈 수 없다며 다시 한 시간 가량 정박한단다.

아니~ 이럴 거면 출항을 하지 말든지, 시간을 늦추든지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요.

푸짐한 생선구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배 타러 나왔건만...

(배를 타고 나가는 내내 생선구이 생각에 마음 아팠다, 정말 맛있었을텐데... ㅜㅜ)

 

 

하지만 이미 배는 동도에 닿았고 어쨌거나 한 시간이라는 여유가 생겨 동도를 잠깐 돌아보기로 했다.

 

 

멀리까지는 못 가고 동도항 근처에 있던 학교만 들어가봤다.

 

 

동도와 서도를 잇는 저 다리가 완공되면 다시 와야지.

 

 

아쉽게도 못 가본 인어해양공원과 녹산등대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거문도를 떠나왔다.

기다려, 문도야~~ 또 올게!!!

 

 

날씨가 좋았다면 백도 관광도 할 수 있었겠지만...

날씨가 안 좋아서 아예 거문도까지 들어오지도 못한 사람들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는 다행이었다.

아쉬움은 다음 만남을 위해 남겨두고 간다.

 

 

좋은 사람들과의 여행은 언제나 옳다.

물론 거기엔 서로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나를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면 여행은 모두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피곤한 일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개별 행동이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함께 하기로 했다면 <나>보다는 <우리>가 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산악회를 따라서 간 여행.

낯선 사람, 낯선 곳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며 나 스스로에게도 칭찬을~~^^

아마도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어떠한 강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편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다.

 

즐겁고 안전한 여행에 감사하며 다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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