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동석산 큰애기봉 - 떠남이 아름다운 날, 산에서의 하룻밤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2017. 4. 9(일) - 4. 10(월)





밤잠을 설친다

밤이슬에 묻어서 따라 내리는

별무리 떼지어 오고 가는 발자국 소리

덧문을 치고 가는 바람결 타고 오는

촉 트고 움 돋고 새순 터지는 소리소리에


-유안진, <4월의 소리> 중-









진달래꽃 만발한 영취산으로 가자고 하던 계획이 연일 내린 봄비로 시들해지고,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진도 동석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했다.
그러다가,
당일로 다녀오기엔 너무 먼 거리이니 하룻밤 자고 오는 것으로 또 변경.
더군다나 그곳은 최고의 낙조를 자랑하는 세방낙조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백패킹이 가능한 멋진 전망대까지 있으니 망설임없이 백패킹으로 결정.
멋진 낙조와 일출을 기대하며 그곳으로 떠난다.





 



목포를 거쳐 진도를 향해 가는 길은 가슴이 저릿해지는 길이다.

팽목항이 지척에 있지만 차마 그곳으로 발길을 향할 수는 없었다.

이제 팽목항의 기다림은 목포신항으로 이동했지만,

3년간 바닷속에 있었던 상처투성이 세월호도 육지로 올라왔지만,

아직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은 아이들의 영혼은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날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진다면 그때서야 그곳을 가 볼 수 있을까?









오전에 일찍 도착하여 진도타워전망대와 운림산방을 둘러봤다.
진도읍의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고 수산시장에서 전복도 샀다.
세방낙조 전망대를 향해 가다가 멋진(?) 정자를 발견하고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오후에 느지막이 오르면 되는 길이라 모든 것이 여유로워 좋다.









1kg에 4만5천원 주고 손질해 온 전복, 꿀맛이다. ^^

싱싱한 전복은 회로 먹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살짝 데쳐먹어도 맛있다.

보고 있으니 또 먹고싶네. ㅎㅎ









세방낙조 전망대 주차장에는 대형버스가 줄줄이 서 있다.

동석산 산행은 대부분 이곳으로 하산을 하니 산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는 오늘은 큰애기봉 전망대에서 백패킹을 하고 내려와 내일 동석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동석산 정상까지 3.3km.

동석산은 산행거리가 짧지만 암릉으로 되어 있어 짐을 지고 산행을 하는 것은 무리이다.

차량 회수 문제도 있어 그냥 오늘은 서해의 밤을 즐기고 내일 간단히 산행을 하기로 한다.









곧 세방낙조 전망대가 나온다.

하산하는 사람들과 전망대까지 오르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그곳을 스쳐 지난다.









짐꾼(?) 친구들은 힘들어서 땅만 보고 걷고,

침낭만 들고 묻어가는 나는 들꽃 찾느라 땅만 보고 간다.









제일 먼저 제비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 주고.

종류도 많은 제비꽃, 일일이 그 이름을 불러주는 건 기억력의 한계로 어렵구나.









빠지면 섭섭한 현호색은 길가에 가득하다.

현호색도 종류가 많은데 잎의 모양으로 보아 완도현호색인 듯.







 


오호~ 오늘 만난 꽃 중에 나를 흥분시킨 보춘화 딱 한 그루.

봄을 알리는 꽃이라 보춘화란 이름이 붙었는데 흔히 춘란이라고 한단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말고 꼭꼭 숨어 있어라.









한쪽 구석 땅에 엎드려 피어있는 금창초는 예쁘게 찍어주지 못해 미안하네. ㅎㅎ









별꽃도 여기저기에서 반짝거리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볼 때마다 그 깜찍함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꽃구경하며 사진 찍으며 느림보로 가고 있으니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외길이라 길 잃을 염려 없으니 걱정말고 앞서 가시구랴. 

어찌됐든 종착지에선 만나지 않겠는가, 친구들!

그대들이 앞장 서고 있으니 든든하다 나는.









나무로 엉성하게 만들어놓은 계단길도 오르고,








이제 막 여린 새순을 피워올리는 나무들이 자리한 순한 숲길도 걸으며, 








그렇게 오르다보니 삼거리가 나온다.

하산하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만 산을 오르고 있으니 다들 산에서의 하룻밤을 부러워라 하신다.

얼마나 좋은가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요.^^









오늘도 이 길 위에서 나는 충만한 삶의 행복을 느낀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음을!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는 삶을 살지는 않으리라.

  








눈 앞을 파고드는 새봄의 싹들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이제 곧 연초록의 파릇파릇한 잎들로 풍성해질 나무들도 봄눈을 틔우고 있다.









바쁠 길 없는 길을 산책하듯 걷다보니 1시간 여만에 큰애기봉 전망대에 도착.

전망대 아래 바위 틈에는 괭이밥 한 가족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 밤 우리는 이웃사촌이 되는구나. ^^









큰애기봉 전망대는 텐트 넉 동은 칠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한 시간여 올라 다도해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으니 그 어떤 곳보다 이곳이 좋은 잠자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아닌 듯한데 안개인가 구름인가 야속하기도 하구나.

점점이 떠있어야 할 다도해의 섬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숨어버렸다.

저곳으로 넘어가는 멋진 일몰을 기대했건만 아마도 이번엔 포기해야겠다. ㅜㅜ









내일 가야 할 동석산 쪽 능선길도 희미하긴 마찬가지.

사방 탁 트인 조망권이 보장되는 곳인데 깨끗한 날씨가 아쉬울 뿐이다.









사진 찍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집 한 채가 완성되었다.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조금씩 바다가 물들기 시작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해는 분명히 떨어지고 있는데 그마저도 낮게 깔린 구름 아래로 자취를 감춰 버리고,

낙조를 보는 것은 덤이었으니 그만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산에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지 맛나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삼시 세 끼 너무 열심히 먹은 날이로구나.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이렇게 잘 먹어도 되나 모르겠다.

이렇게 산에서 보내는 날은 본능에만 충실한 원초적 인간이 되는 기분이다. ㅎㅎ









별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달은 보인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관심없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내일은 찬란한 일출을 보기를 소망하며 잠자리에 든다.









이른 새벽.
어제보다는 시야가 깨끗하다.
맑은 공기이려니 생각하고 심호흡 한번 크게 해보고!









바다 위에 점점이 박힌 저 섬들도 다 이름이 있을텐데 알 수는 없고,
큰 바위를 머리에 이고 있는 듯한 섬이 신기하여 자꾸만 시선을 두게 된다.
아마도 무인도인 듯 한데 저 위에 올라가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








이른 시간에 해상크레인을 끌고 예인선 한 척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찬란한 일출은 커녕 구름에 갇힌 해가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해의 위치로 보아하니 날씨가 좋았다해도 일출을 보지는 못했겠구나.

너무 푸근히 잤나보다. 









반듯한 밭들이 인상적이었다.

진도는 대파와 구기자, 율금 등이 특산물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대파를 수확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룽지를 삶아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떠나기 전에 사진도 찍고,

머물지 않은 듯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떠난다.

사실 전망대 아래로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많았다.

산이 좋아서 산을 다니고,

심지어 산에서 자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왜 쓰레기는 함부로 버리는지 모르겠다.

하산하는 길 위에는 어제 다녀간 각종 산악회들이 바닥에 깔아둔 종이들이 남아 있었다.

제발 후미의 사람들이 수거해갔으면 좋겠다.









안재욱이 부른 <친구>를 흥얼거리며 두 친구의 뒤를 따른다.


눈빛만 보아도 널 알아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나 나에게 위로가 돼 준 너








늘 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널 얻은 이 세상 그걸로 충분해

내 삶이 하나듯 친구도 하나야 








다양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는 의외로 많지 않다.

한 가지에 빠지면 그것에만 집중하는 쏠림 현상이 강한 성격이다보니

산행을 시작하면서 함께 할 수 없어 소원해진 친구들도 있다.

산으로 내달리는 마음 때문에 모임보다는 산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반면에 산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급속히 가까워진 친구들도 있다.

대부분 홀로 하는 산행이지만 이렇게 시간이 맞아 함께 할 때는 그 즐거움이 배가 되는 기분.

가끔씩 이렇게 어울려 산행도 하고 백패킹도 하면서 오래도록 함께 하자 친구들! 









하산 후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만 하고 동석산 산행을 위해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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