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5> 동석산 -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작지만 거대한 산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어디 : 동석산(219m) - 전남 진도군 지산면 심동리
언제 : 2017. 4. 10(월)
코스 : 종성교회 - 천종사 삼거리 - 동석산 정상 - 천종사 (약 2.5km)




동석산은 요즘 핫한 산이다.
자주 이용하는 대구의 안내산악회에도 작년에 부쩍 많이 산행지로 올라왔고,
산악회 가이드님도 적극 추천하는 산이어서 꼭 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마침 멋진 백패킹도 했으니 나로선 두 배의 기쁨을 안게 된 셈이다.
전체 산행 거리가 종성교회를 들머리로 하고 세방낙조 전망대를 날머리로 하는 6km 정도의 짧은 산행지이지만
거리가 산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아님을 알게 해 주는 산이다.
아쉽지만 우린 원점회귀를 해야 하니 간단히 정상까지만 갔다가 돌아오기로 한다. 








동석산은 200m급 산에 불과하지만 여느 산과 달리 암벽미와 암릉미가 탁월한 산으로,
서남쪽의 조도에서 보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자체가 거대한 성곽을 연상케 하는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진 산으로 약 1.5km 남북으로 이어져 있고
암릉 중간마다 큰 절벽을 형성하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암릉 앞부리 남쪽에는 심동저수지, 동쪽에는 봉암저수지가 있어 조망하는 맛도 좋거니와
서해와 남해의 섬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출처, 한국의 산하>





산행 들머리인 종성교회를 향해 가는데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바위덩어리(?) 산.
설명이 필요없이 한눈에 '동석산이다!'는 느낌이 왔다.
차를 세우고 전체 사진을 찍는데 전봇대가...  조용히 뽑아버리고 싶었다는. ㅋㅋ
지금 생각해보니 길 건너편으로 가서 찍을 생각은 왜 못했을까 싶다. ㅠㅠ






알림판은 크게 세워놓았으나 도로 옆으로 승용차 3~4대를 주차할 수 공간이 있고 화장실이 있을 뿐인 작은 마을의 입구이다.

어쨌든 만개한 벚꽃길과 함께 한 장 찍어준다.

200명산에도 들지 못하는 억울함을 이렇게라도 풀어준다고나 할까? ㅎㅎ

100이냐 200이냐 그 순위에 드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 같이 산을 잘 모르는 초보에겐 그 명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하는 말이다.







동석산 정상까지 1.1km.
이 정도면 동네 뒷산 오르는 것보다 짧은 거리가 아닌가?
하긴 동석산도 이 동네 사람들에겐 동네 뒷산이긴 하겠다만.ㅎㅎ
일단은,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등산코스가 한 눈에 보이는 안내도 사진도 한 장 찍고.
그땐 정상까지만 간다는 생각으로 자세히 보지도 않았는데,
지금 보니 석적막산까지라도 갔다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을 쯤에 산악회에 코스가 올라오면 다시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100여 미터 정도 편안한 길을 걸어 올라간다.

친구들 배낭은 모두 차에 두고 내 배낭에 점심 거리를 담고 간다.

니 배낭이니 니가 매라,

가벼운 몸으로 썩 앞서가는 친구들 뒤에서 낑낑거리며 쫓아간다. ㅋㅋ

 






올라가는 길에 본 각시붓꽃, 올해 첫만남이다.

카메라 배터리가 부족해 카메라를 차에 두고 왔더니 내내 후회가 됐다.







마음의 준비(?)도 덜 됐는데 곧바로 암릉이 시작된다.

배낭 무게에 구를까 걱정한 친구가 배낭을 대신 메고 출발.







동석산 산행 시에는 처음엔 스틱이 필요없으니 두 손을 자유롭게 두는 게 좋다.

난간이나 로프를 잡아야 할 일이 훨씬 많으니까.







잠깐만 오르면 조망이 확 트이는 곳이 나온다.

짧은 오름에 시야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멋진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인데 전남에서 구례, 곡성에 이어 세 번째로 인구수가 적은 곳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은 진도대교로 해남과 이어져 있어 섬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원래는 주변에 256여 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는 다도해의 엄마 섬인 셈이다.
섬의 약 70%가 산지로 되어 있어 간척지가 많으며,
큰 강줄기가 없다 보니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한 저수지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진도란 이름의 유래를 돌섬을 한자화한 지명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진도를 돌아다니며 본 산들이 유독 암릉산이 많았던 이유가 납득이 되는 순간이다.






세로 사진을 찍는 걸 별로 좋아라 하지 않는데 동석산 사진에 유독 세로 사진이 많다.
지금 보니 내가 이곳을 올랐던가, 새삼스런 느낌이.
아마도 정신없이 앞만 보고 올랐던 모양이다. ㅋㅋ
어쨌거나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 산행에 크게 어려움은 없겠다.
다만, 단체 산행객이 몰리면 정체가 일어나 진행 속도가 더뎌지긴 하겠지만 오늘은 평일이라 사람이 없다. 






오른쪽의 암릉 아래로 보이는 굴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분명히 마애불상 같은 게 있다고 했는데 저곳이 아니었던가?
절 위에 있어서 당연히 저긴가 했었다.
저 암릉 아래에 천종사가 자리하고 있고 우리는 저 사잇길로 하산을 하게 된다.






이러니 스틱은 고이 접어두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







암릉 봉우리 아래로 천종사 마당이 보이고 그 너머로 있는 저수지가 봉암지인 듯하다.

마치 바다에 떠있는 섬들처럼 보이는 산을 품은 아름다운 저수지 풍경이다.







암릉산이니 겨울을 뺀 어느 계절이나 상관이 없겠지만 늦봄이나 가을에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섬 같기도 하고 언덕 같기도 한 올망졸망한 산들 사이로 반듯한 논밭이 또한 인상적이다. 

이 섬에 저리 넓은 전답이 있지는 않았을 터이고 아마 간척지인가?







천종사 삼거리.

딱히 삼거리로 구분할만한 길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천종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천종사에서 오르는 길도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조망이 전혀 없어서 여기로 하산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거리가 길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한 암릉 사이로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암릉 외에 흙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니 암릉을 좋아하는 나에겐 딱!







평일이라 사람들이 없는 한가한 이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땅을 보고 걷다가 멈춰서 한번 둘러보고 또 가던 길 가고.






나 스스로 멈춘 발길엔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 그것이 좋다.
해발 200m급의 산이지만 웅장해 보이는 산세, 굿이다!






그렇게 가다가 암릉이 막아서면 로프를 잡고 올라도 되고,







돌틈에 박힌 동그란 링을 잡고 올라도 되고,







이쯤이야 아주 가볍게 올라갈 수 있으니, 만세! ㅋㅋ

어제는 흐려서 일몰을 볼 수도 없었는데 오늘은 파란 하늘이 기분좋은 화창한 날씨다.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길을 걷는 내내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엄청나게 좋은 산,

이런 산은 천천히 즐기면서 산행해야지.







지나온 길 돌아보고 감탄 한 번.







가야할 길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감탄.







저기 건너편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곳이 동석산 정상이다.

정상으로 가기 전에 동석산의 공룡능선이 뻗어있는데 저곳으로 갈 수는 없다.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라 목숨을 담보로 가야 하는 위험한 길.

즐겁자고 하는 산행에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지.







아래로 우회하여 내려가는 길도 쉽지만은 않다.







밧줄 타고 내려가서







난간 꼭 잡고 발 잘 딛고 내려가야 한다.







해발 219m의 동석산 정상석이 참하게 자리잡고 있다.

겨우 1km를 걸어 정상을 차지했으니 송구스런 마음이. ㅎㅎ 





 


정상석 소나무 뒤편으로 서너 명이 식사하기 딱 좋은 자리가 있는데,

명당 자리를 어찌 알았는지... 여전히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도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내려가기로 하고 간단히(?) 라면과 고기로.

삼시 세 끼 산 위에서 먹는 밥이라 절로 피가 되고 살이 될까? ㅎㅎ 







오늘 더 가보지 못한 저 길은 다음에 다시 걸을 날이 있겠지.

어느 산악회의 대장님이 답사를 오신 듯 혼자 가셨는데 한참을 보이지 않다가

저기 끝무렵 암릉 위로 나타난 걸로 보아 아마도 저 길은 아래로 우회하여 다시 오르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왼쪽 끝으로 어제 잠을 잤던 큰애기봉 전망대의 난간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한데,

음, 저기가 아닌가? 자신이 없네.







어쨌거나 맛있는 식사에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하산을 한다.

그땐 전혀 아쉬움이 없었는데 지금은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왕 나선 길, 조금 더 걸어보고 올 걸, 하는. ^^;;







정상 앞의 봉우리에 올라 공룡 등을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설사 길이 있다 하여도 저 길로는 안 갈라요.







나를 따르라~!! ㅎㅎ
하산길의 느긋함으로 사진찍기 놀이 하며 느리게 느리게.






동석산에선 정말 귀하게 본 진달래.

이미 다른 친구들 다 떠난 뒤에 홀로 남은 아이인 듯하다.

바위와 진달래의 멋진 그림을 남겨보려 하였으나 발 디딜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해 이 정도로만.






천종사로 하산길에 본 암릉의 멋진 모습.
토왕성폭포처럼 길게 이어지는 물줄기 사진을 본 적이 있어 폭포가 있나 했더니,
암릉 사이로 긴 물줄기의 흔적만이 남아 있는 게 보인다.
한 시간 거리에만 살았어도 큰비가 내린 뒤, 이 물줄기를 보러 오겠건만...






천종사 방면으로 하산하면서 보는 동석산의 또다른 모습도 좋다.
굉장히 가파른 길, 잔돌에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걸어야 하는 길이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그 길 또한 매력적이다.  






천종사 앞 마당엔 예쁘게 핀 벚꽃이 분홍색 꽃 송이 흩뿌려놓은 듯.

천종사는 거대한 암릉 사이에 폭 둘러싸이듯 자리잡고 있어 하산길에도 보이진 않았다.







늘 뒤에서 쫓아가다 보니 앞선 사람의 뒷모습만 찍게 된다.
굳이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런 하산길의 뒷모습이 더 좋기도 하다.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얘기해 준다고도 하지 않는가! ^^

 




산행의 끝 지점,

계단이 끝나는 곳,

대나무가 작은 터널을 이룬 곳에서

동석산 자락을 배경으로 추억 한 장 남긴다.







나이가 들어가니,
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조용한 자연의 모습이 더 좋고,
그 자연 속에서 내 모습은 아주 작은 흔적으로만 남기를 원하게 되고,
통째로 바닥에 떨어져 고고하게 시들어가는 동백이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동석산을 병풍으로 삼아 자리잡은 천종사의 황홀한 전경.

때마침 절정으로 달한 벚꽃들이 소박한 절집의 아름다움에 정점을 찍고 있다.

가까이 가보고 싶었는데 무섭게 짖어대는 개들 때문에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절에 있는 개들은 다 순하던데... 수양이 부족한 개구나. ㅜㅜ










이유 없이 오고 흔적 없이 가는 건 없다

박규리


지난 시절이 이미 다 말해주었다

가슴속 켜켜이
몸 속속들이 문신 같은 상처로 새겨주지 않았던가
나의 무지, 혹은

삶 저쪽 비애에 대하여





대부분의 산에는 거의 예외없이 절집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절도 있고,

시끌법적 요란한 몸 키우기에 바쁜 절도 있다.

대웅전 한 채의 작은 절이지만,

동석산을 배경으로 둔 천종사는 그 소박함이 오히려 더 돋보이는 절이다.


천종사

동석산의 동쪽 6부 능선 쯤에 동굴이 있어 마파람이 불면 은은한 종소리를 낸다는 종성골이 있다.

722년 신라승 김대비가 하동의 쌍계사로 탑을 세우러 갈 때 이곳의 작은 암자에 잠시 머물렀던 때가 있었다.

그날 천 개의 봉우리가 일시에 종소리를 토해내 골짜기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해서 이곳을 종성골로 부르게 되었고,

종성골 열 두 산봉우리를 꽃잎으로 둘러 그 화심에 천년을 잊고 지냈던 암자가 천종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출처:어느 블로그 글에서)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휴게소에서 산 <오니소 갈럼>
처음 보는 꽃인데 예뻐서 샀다.^^
산행이나 여행을 할 때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가끔씩 산다.
어리석은 중생인지라 소유에 대한 집착이 있나 보다.
친구들과의 소중한 여행에 대한 기억도 소유를 하고 싶은 마음인가?
따스한 햇빛 받으며 활짝 피어난 이 아이를 보며 동석산의 기억을 오래도록 소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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