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15-1> 4월에 눈 내린 속리산, 겨울같은 봄길을 걷다 (2018.4.7)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어디 : 속리산(1.058m) - 충북 보은군, 괴산군, 경북 상주시
언제 : 2018. 4. 7 (토)
코스 : 화북탐방지원센터 - 문장대 - 신선대 - 천왕봉 - 세심정 - 세조길 - 법주사탐방지원센터 (약 14km)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행일이 되었습니다.

계룡산 산행을 하기로 했으나 벚꽃축제 기간이라 사람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속리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했습니다.

상주영천고속도로가 생긴 이후 충청권 진입이 쉬워 매주마다 충청 땅을 밟고 있네요. ㅎㅎ









주중에 계속 비가 내리고 날씨도 추웠지만 비 그친 뒤의 맑은 공기와 하늘을 얼마나 빌었던지요. ㅎㅎ

속리산 산악날씨는 영하권이라 추위에 대비해 옷을 단단히 차려입고 혹시나 몰라 아이젠도 챙깁니다.

점심은 신선대 매점에서 사먹기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법주사로 달려갑니다.

오늘 우리는 법주사에 차 한 대는 주차해두고 차 한 대로 화북으로 이동해 산행을 시작합니다.











화북 주차장에 도착해 올려다본 속리산은 눈이 내린 흔적이 뚜렷하네요.

4월에 눈산행이라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ㅎㅎ

지난 3월에 대구에 눈이 내릴 때 팔공산 산행을 하며 마지막 눈산행이라 생각했는데. ㅋ











오늘은 꽤 걸어야 하므로 부지런히 걷자고 얘기하며 9시경 산행을 시작합니다.
개나리와 눈의 조합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상쾌한 출발이지만 많이 춥네요.
아마도 오늘은 추워서라도 빨리 걸을 수밖에 없지 싶습니다. ^^










오송폭포에 잠깐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계속 비가 내렸기에 폭포에 물이 많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폭포에 물이 넘쳐흐르고 있네요.

산행 내내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벗하며 걷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











시작은 아주 완만하게 편안한 길입니다.

가끔 보이는 진달래가 그나마 지금이 봄임을 알려주고 있네요.











길가에 가득한 산죽에 눈이 쌓인 모습이 참 예쁩니다.

산행을 시작할 때에도 약간씩 흩날리던 눈이 이젠 보이지 않지만 꽤 차가운 바람이 불어 열심히 걸어가네요.











등로에는 가끔씩 노란 제비꽃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도 때 아닌 눈에 무척이나 당황스럽지 싶네요. ㅋ 











3년 전 초여름에 이 길을 걸었을 때는 산악회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었던 지라,

지금은 마치 처음 온 곳인양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ㅋ

길동무가 생겨 제가 찍는 사진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도 새로움이고요. ^^











추위를 많이 타는 후배는 계속해서 걷다가 가끔씩 제 존재를 확인합니다. ㅋㅋ

이제 막 연초록으로 올라오는 나뭇잎들이 봄눈에 어우러진 풍경이 제눈엔 또한 절경입니다. 

봄에 내리는 눈은 겨울의 눈과는 달라 빠른 속도로 녹아내릴 것 같네요. 











나무 뿌리에 눈이 살포시 앉은 모습이 예뻐 카메라를 들이댔다가 돌덩이(?)를 발견합니다.

스쳐지나간 후배를 불러세우고 일단 들어가 봅니다. 

속리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이 돌덩이를 '쉴바위'라고 소개하고 있더군요. ^^

'쉴바위'인지 모르고 쉬긴 했지만 어쨌든 첫번째의 조망터였습니다.











그냥 갈 순 없잖아~ 사진찍고 놀자~!!! ㅎㅎ










기껏 잡은 포즈가 이제 막 뛰쳐나온 개구리같네요. ㅜㅜ

우울할 때 꺼내보면 기분전환시켜 줄 사진 한 장 건졌습니다. ㅋ











그래서 다시 찍었습니다. ^^











이 바윗길도 뭔가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안내판이 없으니 알 수는 없고요.

누구라도 지나치지 않고 사진 한 장 남길 예쁜 곳입니다.











눈 위에 떨어진 진달래 한 잎이 존재감 확실히 드러내고 있네요. ^^











정호승


님 그리며 길을 걷는다

길을 걸으며 님 그린다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님 그리며 길을 걷는다

길을 걸으며 님 그린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후배는 산행동무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길,

아름다운 길에 사람이 함께 있는 풍경을 만들어주니까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를 따르며 이렇게 우린 함께 길을 걸어가네요.











나뭇잎이 무성할 때라면 보지 못할 풍경을 아직 잎을 피워내지 않은 나무들만 있는 지금 이 계절엔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산의 본 모습을 보려면 살짝 눈내린 산을 보라던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나네요.

나무의 키를 뺀 산의 본래 높이를 알 수 있고요,

굳이 푸르게 치장하지 않아도 당당한 그 모습도 볼 수 있지요.











원래는 하나였을 눈과 얼음과 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눈이 얼어붙을 정도는 아니지만 고드름을 만들 정도로 차가운 날씨입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문장대 아래 쉼터에 도착한 것 같군요.

산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계속 눈이 온다면 오늘은 도화지 전망을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하늘이 열리고 있네요. ^^

요즘은 워낙 미세먼지가 심한 날들이 많은지라 파란 하늘만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저 푸른 하늘이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문장대로 향합니다.

문장대로 오르기 전 이 넓은 바위 저쪽 편에는 오디나무가 있습니다.

지난 번에 왔을 때 따먹은 오디열매의 단맛이 기억 속에서 오디나무를 소환했네요. ㅋ











문장대 정상석을 찍으려는 후배를 재촉해 일단 문장대로 먼저 오릅니다.

이렇게 파란 하늘에 흰구름 동동 떠다니는 광경이 얼마나 보기 힘든 것인가를 알기에. ㅋㅋ











문장대 정상은 그야말로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게 붑니다.

모자를 잡지 않으면 그대로 날려버릴 기세입니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도 우릴 붙잡아 두지 못하고,

얼른 사진만 찍고 내려가야겠어요. 











문장대 꼭대기의 구멍에 고인 물들이 모두 얼어있습니다.

그림자 사진 한 장 찍습니다. ^^














후배가 찍은 파노라마 사진입니다.

안내판에 주변 봉우리들의 이름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지만 한가하게 봉우리들을 찾을 여유가 없네요.

손은 시리고 뺨도 얼어붙을 것 같고 어차피 사방 분간을 못하니 일단 내려갑니다. ^^;;










표지판과 똑같은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와 집에서 맞춰봤습니다. ㅋ

묘봉 뒤쪽으로 청화산, 조항산의 백두대간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조만간 그곳으로도 가봐야겠네요. ^^











이쪽은 우리가 올라온 쪽이지 싶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안내판이 없었습니다. ㅜㅜ











이쪽은 우리가 진행할 방향입니다.

천왕봉이 조오기 보이네요.

배도 고프고 빨리 신선대 매점으로 가야 합니다. ^^











아무리 바빠도 문장대 옆에서 인증사진은 한 장 남겨야죠.

문장대, 문장대, 말로만 듣던 문장대에서 후배도 흔적을 남기고요.











어디가 좋은가 헤매다가 저도 한 장 찍습니다. ㅋㅋ











사람들이 없어서 이 포즈 저 포즈 온갖 포즈로 찍었네요.

산행을 온 것인지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인지 가끔씩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ㅋㅋ

그래도 제게 산은, 느릿느릿 놀다가 갈 수 있는 놀이터였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 










이제 신선대로 출발합니다.

춥고 배고파서 따뜻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네요.










3년 전에도 산죽이 이렇게 많았던가 생각해 봅니다. 

그때는 분명히 갖가지 꽃들을 보며 갔던 기억이 있는데 산죽의 번식력이 좋은가 보네요.

다른 풀들을 다 덮어버린다면 이것도 문제일텐데 괜한 걱정을 하며 갑니다. ㅎㅎ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도종환, '다시 피는 꽃' 중에서











길가에 산죽이 순간의 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예뻐 후배를 불러봅니다.

추위에 얼어 오늘따라 너무 열심히 걷고 있네요. ㅋㅋ

보온병에 물을 챙겨왔지만 추워서 따뜻한 커피 한잔 타 마실 여유가 없었습니다.

눈온다는 소식만 들리면 소백산에 가고 싶다더니 소백산 칼바람은 어찌 견뎠나 모르겠습니다. ^^











드디어 신선대에 도착했습니다.

표지석만 찍고 곧바로 매점으로 직행합니다.











컵라면 두 개에 감자전과 오뎅탕, 그리고 당귀신선주 하나 시켰습니다.

국립공원에서 음주가 금지되었으니 당연히 술은 안 팔겠거니 했는데 판다고 하네요.

이제서야 제대로 쉬는 시간, 주린 배도 채우고 얘기꽃도 피우고 남들 다 떠날 때까지 퍼질러 앉아 놉니다. ^^









신선대 매점 앞의 너른 바위에 오르니 시원하게 조망이 트입니다.

걱정했는데 하늘은 더욱 더 파래지며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선물해 주는군요.

앞으로 남은 천왕봉으로 가는 길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


♡♡♡


"하늘 예쁘다"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백 번은 얘기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가는 내내 칼바람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지만요. ㅋ 

천왕봉까지의 산행길과 하산길 풍경은 2편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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