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함양] 지리산 칠암자 순례길에서 만난 기쁨, 복주머니란 (2018.5.20)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울산 ○○산악회 정기산행을 위해 새벽에 울산으로 떠납니다.

전날부터 오한에 미열도 있어 오늘의 산행이 퍽 걱정스러웠으나 예약을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지요.

삼정산 품속의 칠암자 순례길을 걸으며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는데,

결과적으로 컨디션 난조로 인해 중도 포기하고 말아 안타까운 산행이었습니다. ㅠㅠ 











계획된 산행 코스는 음정마을(경남 함양군 마천면)에서 시작하여 실상사(전북 남원시 산내면)로 하산하는 약 16km 내외의 산길을 걷는 것입니다.

지리산 칠암자 순례길은 삼정산(1.182m) 주변의 7개의 암자을 걷는 길로 비탐방구역인 도솔암과 삼정산 정상이 포함돼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북새통을 이룬다고 하는데 이날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네요.








A코스 : 음정마을 - 임도 - 도솔암 - 임도 - 영원사 - 빗기재 - 삼정산(왕복) - 상무주암 - 문수암 - 삼불사 - 약수암 - 실상사

B코스 : 양정마을 - 임도 - 영원사 - 빗기재 - 삼정산(왕복) - 상무주암 - 문수암 - 삼불사 - 약수암 - 실상사  


A코스의 도솔암은 비탐방구역으로 조망없는 오르막 산길을 걸어야 나오는 작은 암자입니다.

다시 영원사까지 계곡을 낀 숲길을 내려가야 하니 초반부터 체력소모가 컸네요.

B코스의 영원사까지는 임도이고 영원사 입구까지 승용차량 진입이 가능합니다.










10시 경, 백두대간벽소령 표지석이 있는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날씨에 하늘까지 파란, 기분좋은 산행 출발이지만 하늘 볼 일이 별로 없었네요. ㅎ











도로를 잠깐 걸어 음정마을 삼거리에서 음정마을 쪽으로 가고요. 

직진하면 양정마을이 나오는데 이후에 중도 포기한 저는 양정마을 쪽으로 하산을 했습니다.











볼 때마다 미소짓게 하는 금낭화 아씨들이 반겨주고요. ^^











벽소령까지 8.4km.

언젠가 저기까지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일행들 뒤를 쫓아갑니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길을 들어서며 만난 은난초.

은대난초인 줄 알았는데 다시 검색을 해보니 은난초가 맞는 듯 하네요.











음정마을에서 1km 쯤 올라오니 원래의 임도인 듯한 길이 나타나고 주차된 차들이 보입니다.

차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지점으로 보이고 개인산행을 하면 여기에 주차를 하면 되겠어요.











초록이 뿜어내는 기운에 힘을 얻으며 기분좋은 임도를 따라 살방살방 걸어갑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오늘도 맨 꼴찌에서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나.

앞서가는 친구가 한번씩 뒤돌아보며 잘 따라오나 감시합니다. ㅋㅋ











숲길을 걷다 잠깐 보이는 산줄기도 감상하고요.











출입을 통제한다는 이 표지판이 아이러니하게도 도솔암으로 오르는 샛길의 출발지입니다.

(샛길 출입을 안해야 하는데 말이죠. ㅜㅜ)

아마도 도솔암의 스님이 음정마을 갈 때는 이 길로 다니지 싶네요.

정식 등로가 없는 숲길이지만 사람들이 다닌 흔적은 대체로 뚜렷합니다.











가파른 산길이고 비탐구역이라 줄지어 걸어가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만,

앗! 이게 뭐야, 하는 순간 발걸음은 자동으로 멈춤. ㅎㅎ

가을에 볼 수 있는 수정난풀(수정초)와 유사하다는 뜻으로 나도수정초라 불리는 꽃입니다.











숲속의 토양이 비옥한 곳, 썩은 생물에서 양분을 취하는 부생식물로,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줄기도 잎도 꽃도 온통 하얀색의 신비로운 아이입니다.

꽃의 얼굴을 보면 노란색의 꽃밥에 둘러싸인 청자색의 암술머리가 외계인을 떠올린다는데 얼굴 사진을 못 찍었네요.

다른 때 같으면 느긋하게 찍으며 눈맞춤도 했겠지만 오늘은 이 길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친구가 기다리고 섰습니다. 











엄청 거대한 나무가 있는 숲속길은 원시림 속을 거니는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1시간 여 헥헥거리며 오른 후에 나타난 능선길이라 더 편안한 길.










이끼 가득낀 돌들이 흩어진 너덜길을 지나 우측으로 내려서 잠깐 걸으니 도솔암 입구가 보입니다.

출입을 삼간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문은 활짝 열려 있네요.

조용조용히 아니 온 듯 다녀가야 할 듯합니다.











나무와 풀들로 둘러쌓인 저곳은 도솔암의 해우소이고,

해우소 오른쪽 돌계단을 오르면 정면으로 도솔암이 보입니다. 

돌계단 몇 개 차이로 이곳과는 전혀 다른 도솔암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지요.











부처님 오신 날 하루만 영원사에서 이곳으로 오는 길이 열린다는 도솔암은 소박한 절집입니다.

가파른 길과 빽빽한 숲길을 지나왔는데 이렇게 넓은 안마당을 지닌 도솔암이라니! 

부처님 오신 날을 이틀 앞둔 날이어서인지 등을 매달 줄이 마당을 가로지르고 있었네요.

스님은 절집 안에 앉아 무심한 얼굴로 지나는 산객들에게 눈길을 주고 다시 고개를 숙이시더군요.











도솔암의 앞마당에 서서 바라보니 앞쪽에 천왕봉이?

확신할 수 없어 소심하게 천왕봉이냐 물어보니 친구가 아니라고 합니다.

집에 와서 여러 글들을 읽어보니 천왕봉이 맞더군요. ㅠㅠ











천왕봉이 천왕봉인 줄도 모르는 저는 어쨌거나 산능선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 장 남깁니다.

이때는 여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흔적이라도 남기자는 생각이었는데,

집에 와서 곰곰이 돌이키다보니 부처님 오신 날,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긱이 듭니다.

물론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잠시 머물던 도솔암에서 나와 영원사로 이어진 길을 걷습니다.

이 길은 훨씬 편하고 좋은 길이더군요.











역시나 쭉쭉 뻗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는 기분좋은 숲길을 지납니다.

지리산을 여러 번 와봤지만 오늘 걸은 이 길은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지리산이 얼마나 크고 깊은 산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도솔암에서 출발하면서 계속 내리막길을 30여분 걸으니 계곡 상류 쯤으로 보이는 곳이 나오고,

이 계곡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가 계곡을 가로질러 올라갑니다.

곰이 활동하는 곳이니 출입을 삼가라는 내용의 방송이 나오더군요.





 






우리가 올라온 곳입니다.

두더쥐잡기 게임에서 두더쥐들이 올라오듯 사람들이 뿅뿅 나타납니다. ㅋ

영원사로 올라오는 임도와 연결이 되고 바로 앞이 영원사 입구이네요.











함박꽃이 웃고 있어 한 장 담아봅니다.











영원사 표지석이 보이고 그 뒤로 주차장이 제법 넓습니다.

이 곳에 주차를 하고 도솔암을 다녀온 후 영원사를 거쳐 삼불사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원점회귀가 가능하겠습니다.

실상사는 평지에 있는 절이니 차로 이동하여 실상사에서 약사암까지 다녀오면 어쨌거나 칠암자를 다 도는 셈은 되지요.

하지만 저는 불자도 아니니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아도 괜찮습니다. ㅎㅎ











언덕 위에 자리한 영원사가 보입니다.

칠암자 중 실상사, 삼불사와 함께 암자가 아닌 절인 영원사는 예전엔 엄청 큰 절이었다고 하는군요.

기분 좋게 산행은 하고 있지만 이때부터 다리가 천근만근인양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절에 왔는데... 오늘 순례길이 고행길이 되지 싶습니다.











삼정산(1.182m)의 중턱 해발 920m에 자리한 영원사는,

한때 100칸이 넘는 선방이 있어서 명실공히 지리산을 대표하는 큰 사찰이었지만

여순반란사건과 한국전쟁으로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부분 복원된 것이라 합니다.

깊은 산속에 있는 절이지만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해 시원하게 탁 트인 느낌입니다.

조용하고 깨끗한 절집의 아기자기한 모습도 아주 좋구요.











두류선원이라, 두류산은 지리산의 옛 이름이니 지리산 제일의 선원이란 말일까요? 

대략 절집을 둘러보고는 빗기재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나려 할 때,

절 뒤쪽 언덕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한 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순간, 잊고 있던 것 하나가 생각이 났네요.











바로 이 아이, 복주머니란이 생각난 것입니다.

산행을 오기 전 영원사에 복주머니란 자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체크하고 왔거든요.

영원사의 중심건물인 두류선원 뒤쪽 언덕에 자생지가 있고 금줄을 쳐 보호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복주머니란은 개불알꽃이라고도 한답니다.

복주머니 같이 예쁜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예쁜 꽃이 핀 자생지 주변에 가면 쥐오줌 냄새같은 지린내가 나서 불리게 된 이름이라는군요.

그러고보니 당시에 화장실은 멀리 있는데 지린내가 나서 뭐지 하며 궁금해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지에 자라던 여러해살이풀 복주머니란.

하지만 특이한 모양의 난이란 생각때문인지 사람들이 마구 채취하고 자생지도 훼손되어

지금은 만나기 힘든 꽃이 되었다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대부분의 야생화는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떠나면 그냥 죽어버립니다.

예뻐서 혹은 귀해서 가까이 두고자 탐하는 이기적인 우리 마음이

자연상태의 이 아이들을 영영 못보게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복주머니란에 빠져 갈 길을 잊고 있다가 친구의 채근에 자리를 떠납니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라도 개체수 늘리며 예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두류선원 앞으로 펼쳐지는 전경을 한번 더 보고 길을 떠납니다.

칠암자 순례길인데 절집에 부처님은 뵙지도 않고 근처만 맴돌다 떠나려니 죄송. ㅎㅎ











신기하게도 아직도 자목련이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있습니다.

활짝 피기 전의 모습이 우아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하네요.











상무주까지는 1,8km이고 빗기재까지 800m는 가파른 오르막길입니다.

이후는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가면 되니 좀 수월한 길이 되겠지요.











거친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팔, 다리, 어깨가 쑤시며 아파오기 시작하여 결국은 배낭을 친구에게 맡깁니다.

몇 년 동안 산행을 다니면서 배낭을 남에게 맡긴 경우는 없었는데 오늘은 심각하네요.

 










지리산 칠암자 순례길 중 상무주암에 갈 때까지는 대부분 오르막 숲길이라 하늘도 잘 보이지 않고,

상무주와 문수암, 삼불사에서 보는 지리산 주능선 조망이 이 산행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빗기재에 도착하여 일단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상무주로 가는 길에 삼정산 정상에 왕복으로 다녀오고 실상사까지 10 여km를 더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몸살로 뼈마디가 아프고 체력도 떨어져 더이상 진행하기엔 무리라 판단하여 돌아가기로 결정했네요. ㅜㅜ

영원사에서 양정마을로 하산하여 택시를 불러서 타고(13.000원) 실상사로 옵니다.











7시간을 예상한 산행시간은 후미팀이 늦어 결국 8시간 정도가 걸리겠다 하고,

어쨌거나 일찍 도착한 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실상사를 둘러봅니다.

실상사의 중심법당인 보광전이 정면에 위치해 있고,

보광전 앞 정면에 실상사 석등(보물 제35호),

좌우로 쌍탑인 실상사 동·서 삼층석탑(보물 제37호)이 있습니다.












실상사는 대부분의 절이나 암자가 산에 있는 것과 달리 마을의 안쪽 평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지리산 여러 봉우리(동:천왕봉, 남:삼정산, 북:삼봉산, 서:바래봉)를 꽃잎으로 삼은 꽃밥에 해당하는 자리에 앉았다고 하네요.


실상사(사적 제309호)는 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로 신라 흥덕왕(828년) 때 홍척이 구산선문의 하나인 실상산문을 개산(開山)하면서 창건, 홍척은 이 절을 세운 뒤 선종을 전파하였는데 이곳에 절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간다고 하여 이 절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수철, 편운에 이르러 절을 크게 중창하고 선풍을 펼쳤으나1468년 화재로 모두 불타 200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었다. 이후 중창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실상사에는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보물급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실상사석등(보물 제40호)

다른 절의 석등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돌계단이 있는 점이 특이하네요.











약사전에 봉안되어 있는 철제여래좌상(보물 제41호)

4000근의 철을 들여 주조한 통일신라시대의 걸작품.

이 불상은 현재 지리산 천왕봉과 일직선상에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기를 일본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호국적 이념에서 이곳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평소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실상사인데 막상 방문했을 때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몸도 좋지 않아 건성으로 대충 보고 왔네요.

포스팅을 위해 자료들을 찾아 읽으면서 아차 하는 심정이 됩니다. ㅜ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새기며 재방문을 다짐해 봅니다.











실상사는 1998년에 문을 연 귀농학교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당시 주지였던 도법스님이 IMF로 실직한 사람들 중 귀농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모든 작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등 생태환경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하네요.

(모든 자료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빌려왔습니다.)

실상사 앞에 있는 연못에 연꽃이 필 때쯤 다시 찾고 싶은 곳입니다.












해탈교에서 바라본 천왕봉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칩니다.

감기 몸살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무리하게 산행을 강행하지 않은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하지만 내 배낭을 맬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산행이 아니라 단체산행일 때는 특히, 나로 인해 전체에 피해를 끼칠 수 있으니까요.

이 날도 순례길이라는 말에 참석했던 노부부께서 한 시간 여 늦는 바람에 모두가 기다려야 했네요.










지리산 자락길을 밟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런 산행이었다 평가합니다. ㅋ

복주머니란과의 만남은 정말 큰 기쁨이었고요,

실상사는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찜해 두었네요.

어쩌면 연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 쯤이면 실상사를 배회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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