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 날다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 - 설악 찾았다 그 언저리에서 노닐다 (2018.6.9)

작성일 작성자 바람의 소리



2018년 6월 8일,

속초에서 연수가 있는 후배와 만나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을 계획하고 1박2일 여정으로 속초로 떠납니다.

실로 오랜만의 설악산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있었으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네요. ㅠㅠ











9일 새벽 2시에 기상하여 산행 준비를 하고 3시 조금 넘은 시간에 숙소를 나섭니다.

오늘 오후 늦은 시간부터 비 예보가 있어 일찍 산행하고 내려오자 했는데...

이런! 숙소를 나서는 순간 이슬 같이 내리는 비와 마주합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하지만 신흥사를 지나 비옷을 입어야 했고,

그 이른 시간에 하산하는 사람들을 스쳐지나고 있었네요. ㅎㅎ












하산하는 사람들을 보며 비 때문에 산행을 포기한 사람들이라고는 생각 못하던 우리,

비선대 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는 갈림길에서 우리도 중대한 결정(?)을 합니다.

비가 멈출 것 같지는 않고,

보이는 것도 없고,

공룡능선 산행은 더더욱 힘들 듯하여 하산을 결정한 것이지요.











5시, 날이 밝아오니 짙은 안개 속에서도 설악은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사진이라도 찍고 가자 다리 위에 섰다가 스틱을 떨어트렸네요.

뭘 해도 엉성한 게 도통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ㅋ











스틱 찾아 삼만리~ 엉뚱한 곳으로 헤매고 다니다가 겨우 찾아 올라옵니다.












설악은 처음 산행을 시작할 왕초보 시절 멋모르고 따라나선 곳입니다.

다행히 기본 체력은 있었던지 대청봉까지 무사히 다녀오긴 했지만 "아, 좋다!" 외엔 다른 할 말이 없었지요.

집에 돌아와 누웠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려 잠들 수 없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과 오세암으로 이어지던 평화로운 길,

봉정암에서의 하룻밤과 대청봉에서 맞은 첫눈의 기억이 새록새록 지나갑니다.











오래 잊고 있었던 연인을 찾아나선 듯, 지난 밤에도 잠을 좀 설쳤네요.

하지만 오늘은 비선대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니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여기에서 잠시 고민을 했네요.

비룡폭포 쪽으로 가서 토왕성폭포라도 보고 갈까?

먼 길을 달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엔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실망감에 이미 의욕을 상실한 우리는 그냥 가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2시간의 짧은 설악 산행(?)을 마치고 이제 어찌할까 의논을 합니다.

근처에 있는 다른 산으로 가볼까?

어차피 강원도의 산들은 지금 다 비가 오는 거 아냐?

여러 곳을 물색하다가 결국은 산은 포기하기로 합니다.

속초 관광이나 하다가 일찍 집으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고야 말았네요. ㅎㅎ











그리하여 올해 4월에 65년 만에 민간에 개방했다는 <외옹치 바다향기로>를 가기로 합니다.

바닷가 출신인 저에겐 별 감흥이 없는 곳이었고요,

속초 여행을 하는 중이라면 가볍게 둘러보기에는 괜찮은 곳이라 보입니다. ^^











우리는 외옹치항에서 출발했는데요 외옹치해수욕장까지 왕복 2km 정도의 해안산책로를 걷도록 되어있습니다.

군사보호시설구역이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고요. 











아침을 먹고 이곳에 도착한 게 8시 30분 정도였는데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9시를 넘기면서부터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던지 최근 속초에서 가장 핫한 곳이 아닌가 싶네요.











바다를 옆에 끼고 잘 놓여진 데크길을 따라 걷는 길인데,

산행 복장의 우리가 좀 어색할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난이도 '하'의 길입니다.











중간쯤에 롯데리조트로 오르는 갈림길이 있습니다.












엉겅퀴인가 지칭개인가 항상 헷갈리는 아이들











인동덩굴

흰색의 꽃이 노란색으로 변해 금은화라고도 한다네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갯완두가 가장 흔하게 꽃을 피우고 있고요. 











아침 비에 젖은 초롱꽃도 청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철조망으로 막아놓은 부분이 아직 남아있고요.












군사시설의 흔적도 보입니다.











저 길을 돌아가면 외옹치해수욕장과 멀리 속초해수욕장도 보입니다.











기상 여건이 안 좋으면 출입을 금지한다더니 파도가 좀 센 날은 다니기 어렵겠네요.











외옹치해수욕장은 작은 해변이라 조용히 즐기기에 좋을 듯한데 바다향기로가 생겨서 올 여름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ㅎㅎ











외옹치해수욕장 쪽에서 보면 바다향기로 시작점에 이 구조물이 보이는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보지 못하고 그냥 곧바로 산책로로 진입하더군요.











외옹치 바다향기로

자유를 사랑하고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외옹치 항아리에 수집하는 바람.

바람은 일만이천봉이 되기 위한 울산바위를 금강산으로 안내하기 위해 간다.

그런데 울산바위의 아름다움에 반해 남몰래 모아놓은 보물항아리 속 아름다운 바다향기로 현혹시켰고

정신을 차린 울산바위는 금강산으로 향했지만 이미 그의 자리는 없었다.

화가 난 울산바위는 바람에게 따질 마음으로 설악산으로 돌아왔지만

외옹치 항아리에 바람의 향기만이 남아있을 뿐.



















모래 위에서 뛰기 놀이합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든 말든 수십 번 뛰고 났더니 힘이 다 빠졌네요. ㅋㅋ











바닷가라서 그런지 바람도 많이 불고 춥고...

따뜻한 커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여 빨리 돌아가기로 합니다.











롯데리조트 건물이 보이고요.











오늘 새벽부터 속초에도 비가 내렸는지 잔뜩 흐린 하늘이더니 조금씩 개이기 시작합니다.

 










전망대 겸 쉼터에도 사람들이 많이 늘었네요.

 










속초 여행길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면 한번 쯤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아마도 평상시 바다를 잘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짧은 코스에 깔끔한 길이라 좋아할 듯한데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우리 동네 대왕암 둘레길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네요. ㅎㅎ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이제 겨우 10시이지만 많이 피곤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하고 오늘 일정을 마치기로 합니다.











속초에는 예쁘고 특이한 카페들이 많은 듯했는데요.

옛 조선소 건물 옆의 허름한 주택을 개조해 카페로 만든 칠성조선소란 곳을 찾아갑니다.

 










힙합가수 같은 머리(?)를 한 무뚝뚝한 젊은이가 커피를 만들어줬는데... 저는 맛이 없었어요. ㅜㅜ

일하기 싫은 듯한 나른한 표정이 손님들이 오는 걸 귀찮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젊은 손님들이 많더군요. ㅎㅎ

비싼 커피보다는 거친 실내 장식과 독특한 식물들이 눈길을 끌었고요.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도 마음에 들었어요.

여기에서 전시회 정보를 얻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봅니다.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뒤에 있는 서점, <완벽한날들>입니다.





 






이곳에서 설악산을 주제로 한 그림 전시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그림보다는 작은 책방에 더 반했네요. 

그림 전시는 보시다시피 뒤쪽의 작은 공간에 몇 점이 걸려있는데 우리가 기대했던 설악의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인테넷서점이 활기를 띄면서 사라졌던 동네 서점들이 요즘 하나둘씩 다시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책방이란 이름으로 동네에 자리잡은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곳도 카페를 겸한 작은 서점입니다.











한때 저의 꿈이 서점 주인이었습니다.

먹고 살 걱정은 하지도 않고 한가하게 책들에 둘러쌓여 지내는 삶을 동경했던 거지요. ㅎㅎ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금은 편히 집에 앉아 책을 고르고 사고는 하지만,

예전엔 여행지에서 꼭 서점에 들러 시집을 한 권씩 골라왔던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이 동네는 속초해수욕장 주변의 높다란 아파트 단지들과는 다른 옛날 집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는 곳이었는데요.

오래된 주택들을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로 새롭게 단장한 독특하면서 작은 집들이 더러 있더군요.

오늘 설악의 비선대 다음으로 이곳이 저는 좋았습니다. ^^;;











후배가 어제 연수에서 만든 목걸이와 시집을 선물로 안겨줍니다.

설악을 찾았다가 뜻하지 않게 설악의 언저리에서 헤매다 가게 됐지만,

흐린 속초를 여기저기 돌아다닌 이 날도 좋았습니다.

완벽한날은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그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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