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별」









황순원「별」

누이는
시내 어떤 실업가의 막내아들이라는

작달막한 키에
얼굴이 검푸른,

누이의 한반 동무의 오빠라는
청년과는 비슷도 안한 남자와

아무 불평 없이
혼약을 맺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되어
결혼하는 날,

누이는 가마 앞에서
의붓어머니의 팔을 붙잡고는

무던히나
슬프게 울었다.

아이는
골목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누이는
동네 아낙네들이 떼어놓는 대로

가마에 오르기 전에
젖은 얼굴을 들었다.

자기를 찾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는 그냥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누이가 시집간 지
또 얼마 안 되는 어느 날,

별나게 빨간 놀이 진
늦저녁 때

아이네는
누이의 부고를 받았다.

아이는 언뜻
누이의 얼굴을 생각해 내려 하였으나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다. (……)

도로 골목을 나오는 데
전처럼

당나귀가
매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전처럼
당나귀가 아이를 차지는 않았다.

아이는
달구지채에 올라서지도 않고

전보다 쉽사리
당나귀 등에 올라탔다.

당나귀가 전처럼
제 꼬리를 물려는 듯이 돌다가

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는
당나귀에게 나처럼,

우리 뉠 왜 쥑엔!
왜 쥑엔! 하고 소리질렀다.

당나귀가 더 날뛰었다.

당나귀가 더 날뛸수록
아이의, 왜 쥑엔!
왜 쥑엔! 하는

지름 소리가 더 커갔다.

그러다가 아이는
문득 골목 밖에서 누이의,

데런! 하는
부르짖음을 들은 거로 착각하면서,

부러 당나귀 등에서
떨어져 굴렀다.

이번에는
어느 쪽 다리도 삐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눈에는
그제야 눈물이 괴었다.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 출전 :
『20세기 한국소설 』10권, 창비

● 작가 : 황순원:
1915년 평남 대동에서 태어나 1931년『동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방가』『골동품』, 소설 『늪』『카인의 후예』「목넘이 마을의 개」「독 짖는 늙은이」등이 있으며, 자유문학상, 대학민국문학상, 아시아자유문학상, 국민훈장동백장 등을 수상함.

● 낭독 :
이경선- 배우. 연극 <윤동주> <아마데우스> <세자매> <더블린 캐롤> 등에 출연.

윤상화:
배우. 연극 <발자국 안에서> <천년전쟁> <관객모독> <돼지사냥> 등에 출연.



어째서
세상의 착한 누이들은

처녀 때
자신을 좋아하던 남자와는 전혀 다른,

‘작달막한 키에
얼굴이 검푸르고

부잣집 막내 아들인’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것일까요.

어째서 누이가
시집 가는 날,

예나 지금이나
세상의 남동생은

누이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몸을 숨기는 것일까요.

예나 지금이나, 라고 말하려다 보니
지금은 시집을 가기보다는

결혼을 하는군요.

동생들은
양복을 하나씩 얻어입고

‘웨딩타운’ 인근의 식당에서
하객 접대를 할 것 같고요.

누이는 ‘전처럼’
가마를 타고 시집가지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별은 여전히 있습니다.

당나귀 대신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 뿐이지요.

겨울 밤하늘에서는
유난히 별이 잘 보인다지요.

별을 보러
가야 겠습니다.

문학집배원 성석제 .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