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굿바이, 제플린」









걸렸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제플린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언덕 위에 올라서자,

그것이 장대나 밧줄이 닿을 만큼의
거리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아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능적이고 교활한 흰 고래처럼,

제플린은
우뚝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롱을 당한 느낌이었다. (…)

아무튼 그때였다.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한 무더기의 코찔찔이들이
언덕 길을 올라왔다.

대략 사오 학년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의 손에는

각기 한 정씩의 총이
들려 있었다.

저거 총 아니냐?
제이슨 형이 외쳤지만

진짜 총일 리 없었다.

형 저거 비비탄 넣고 쏘는 가짜예요.
야, 잘 만들었네 하는 사이

아이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목표는 우리들의 제플린이었다.
야, 쏘지 마! 고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에이 장난감인데 뭘 그래?
제이슨 형이 어깨를 쳤다.

형, 저거 장난 아니예요.
눈에 맞으면 그대로 실명할 정도라니까요.

야, 쏘지 말라니까!
정말이지 더럽게 말 안 듣는 애새끼들이었다.

팔을 걷고 나는
코찔찔이들의 무리 속으로 뛰어 들었다.

총을 빼앗고 야단을 칠 생각이었는데
아저씨 뭐예요?

하는 소리만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한 놈의 머리를 쥐어박자
갑자기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왔다.

악. 이마를 감싸고
나는 주저앉았다.

더럽게 아팠다. (…)

때가 왔다.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애새끼들에게 세상의 무서움을
가르쳐야 할 때가 왔다고 나는 생각했다.

말하자면, 이것은 교육이다.
사랑의 매. (…)

여기저기서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정신이 들자 두 명의 코찔찔이가
눈앞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나머지들은 우루루 언덕을 뛰어
도망치고 있었다.

엄마한테 말하자,
신고할 거야,

차 번호 외웠지 등의
목소리가 먼지와 함께

바람에 실려 돌아왔다.

오열하던 두 명의 코찔찔이도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뿌연 먼지가 걷히고 나자
언덕 위엔 푸른 창공과

제플린과
우리 둘만이 남아 있었다.

서서히 제플린도 움직이고 있었다.



● 출전 :
『2007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작가 2007

● 작가 : 박민규 :
1968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2003년 문학동네작가상으로 등단.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지구영웅전설』

『핑퐁』등이 있으며,
한겨레문학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함.

● 낭독 : 윤상화 :

배우. 연극 <발자국 안에서>
<천년전쟁> <관객모독> 등에 출연.

성홍일 :

배우. 연극 <관객모독>
<루나자에서 춤을> <남도> 등에 출연.



제플린은 중소도시의 대형마트에서
광고를 하기 위해 임대한 비행선입니다.

가스를 채우면
길이 15미터로 늘어나서

하늘 높이
두둥실 떠오르게 되어 있지요.

그런데 시험가동 중에
지상과 연결되어 있던

로프가 풀리는 바람에
끈 떨어진 연처럼

멀리멀리 날아가게 되고
자동차로 추격이 시작됩니다.

장난 같기도 하고
장난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요.

아이들의 장난감 총이
장난감이지만

맞아보면 장난이 아니게 아프듯.
슬프고 힘들고 끝나면

허무한,
장난 아닌 장난 같은 세계 속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문학집배원 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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