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제공 「관악산 유람기」







다음 날 해가 뜨기 전에
밥을 재촉하여 먹고

연주대라 하는 곳으로
찾아가려 하였다.

건강한 승려 약간 명을 골라
인도하게 하였다.

승려들이 나에게 말하였다.
“연주대는 여기서 10리쯤 됩니다.

길이 아주 험해서
나무꾼이나 중들이라 해도

쉽사리 넘어갈 수 없습니다.

기력이
못 미치지 않으실까 걱정됩니다.”

내가 말하였다.

“천하만사는
마음에 달렸을 뿐이네.

마음은 장수요,
기운은 졸개이니,

장수가 가는데
졸개가 어찌 가지 않겠는가?”

마침내 절 뒤편의
가파른 벼랑 길을 넘었다.

길을 가다가 끊어진 길과
깎아지른 벼랑을 만나기도 하였다.

그 아래가 천 길 절벽이므로
몸을 돌려 절벽에 바짝 붙어

손으로 늙은 나무뿌리를
바꿔 잡으면서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현기증이 나서
옆으로 눈길을 보낼 수가 없었다.

혹 큰 바위가
길 가운데를 막고 있는 곳을

만날 때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리 뾰족하지 않고
오목한 곳을 골라

엉덩이를 거기에 붙이고
두 손으로 주변을 부여잡으며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고쟁이가 뾰족한 부분에
걸려 찢어져도

안타까워 할 틈이 없었다.

이와 같은 곳을
여러 번 만난 다음에야

연주대 아래에 이르렀다.

이미 정오였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놀러온 사람들 중에
우리보다 일찍 올라간 이들이

만 길 절벽 위에 서서
몸을 굽히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흔들흔들 마침 떨어질 듯하므로,

보고 있자니 모골이 죄다 송연하여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하인을 시켜 큰 소리로
“그만 두시오, 그만 두시오”라고 하였다.

나 또한 마음과 몸의 기력이
다하고 말았다.

엉금엉금 기어서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다.

연주대는 구름 속까지
우뚝 솟아 있다.

내 자신을 돌아보니
천하 만물 중에서

감히 높이를
다툴 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



● 출전 :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이가서 2007

● 작가 :

채제공- [1720~1799] :
조선 후기의 문신. 호는 번암, 번옹. 영조대의 남인,

특히 청남(淸南) 계열의 지도자로
정조의 탕평책을 추진한 핵심적인 인물이다.

문집으로『번암집』이 있음.

● 낭독 :

이승호: 배우. 연극<에쿠우스>
<아일랜드> <안티고네> <위기의 남자>外 100여 편에 출연.

윤상화 : 배우. 연극 <발자국 안에서>
<천년전쟁> <관객모독> <돼지사냥> 등에 출연.

성홍일: 배우. 연극 <관객모독>
<루나자에서 춤을> <남도> 등에 출연.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마음은 장수요 기운은 졸개라니.

그런데 문제는 몸이군요.

현기증이 나서
옆을 쳐다볼 수도 없는 게 몸이요,

몸에 걸친 고쟁이가 찢어져도
안타까워 할 틈이 없고

남들이 아슬아슬한 데
몸을 걸치고 있는 것을 보며

모골이 송연한 것도
몸 입니다.

그래도
몸이 가야 산에 가는 거지요.

몸의 문제로 엉금엉금 기어서
정상에 다다라

자신(自身), 스스로의 몸을 돌아보니
천하가 내 몸 아래에 있습니다.

뒤따라 기쁨을 누리는 것이
마음이라면

몸이 장수이겠습니까,
마음이 장수일까요.

문학집배원 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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