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대  「양풍전」





옛 날에 어떤 집에,
옛 날에 양풍이 집에,

아버지가 작은 집 하나 뒀는데,
이 여자가 하도 지독스러워 가지고-

엄마는 살았어 죽었어?
죽었어.

그럼 작은 집이 아니네.
계모지.

있을 때 있을 때,

작은집 둔 건
양풍이 엄마 있을 때야.

양풍이 엄마는
내중에 죽었지.

으응.
그래 살았는데,



이 여자가 하도
본 어머이를 못살게 하고 이래서,

양풍이 어머이가
양풍이를 업고 양녀를 앞세우고

문 앞을 나설 때
산천도 울고 초목도 울었대.

그런데 그 이야기 책
어디서 난 건데, 어머니.

몰라.
옛날에 느이 외할아버지가

내 어려서 읽으라 해서 읽었어.
설에 어대 놀러 다니라 하나.

이런 거나 읽으라 그러지.



그런데
양풍이 어머이가

양녀를 업고 나갈 때
어데로 간다고 핸고 하몬,

옛날에
양풍이 외갓집이 잘살 때

종으로 있던 할아버지 집으로
지망(志望)하고 업고 나가니,

하마
그 종이 죽은 지 수년이 돼서

그 집터 찾아가니
쑥대밭이 됐드래.



으응.
또 종을 쳤다.

이번에는
상당(上堂)에 있는 하인이 나와

어쩐 일로 이런 먼 지경에 와
어린 소녀가 그러나고 하니,

성은 양(梁)가요
이름은 풍(風)이와 녀(女)라고 했다.



엄마 찾아왔다고 하니,
잠깐만 있으라 하더니

안에 들어가
상감 있는 대 가서

십세 어린 동자, 소녀가
엄마 찾아왔다 하니,

데리고 오라 하여 들어가니,
고대광실 높은 의자에 앉아 있던 엄마,

버선발로 뛰어 와,

양풍아
젖 먹고 싶어 어찌 살았느냐,

양녀야
손 아파 어찌 살았느냐,

하고, 이 곳은
너희가 있을 대 아니라고,



양녀는 손목을,
싸 놨던 걸 붙여주고,

너는 옥황상전 선녀 가고,
양풍이는 칼을 줘서

나라에 군사가 되어
좋은 사람 되라 했대.

그럼
양풍이가 받은 건 칼이구만.

그래. 칼.
그게 다야?

거럼 다지.
또 없어?

머?
우터하라고?

마카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대.



● 출전 :『묵호를 아는가』,
문학동네 2001

● 작가 : 심상대-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1990년『세계의 문학』에 소설을 발표하며 등단.

‘마르시아스 심’이라는 필명을 한동안 사용하기도 함.
소설『묵호를 아는가』『명옥헌』『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떨림』『심미주의자』등이 있으며, 제46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함.

● 낭독- 심상대 ,
염혜란: 연극배우.

연극<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차력사와 아코디언> <장군슈퍼> <반성> 등에 출연함.



소설의 어머니는
이야기 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소설의 젊은 목소리가

계모니
칼이 어쩌느니 저쩌느니

따지는군요.




어머니는 모르는 척 하며
너그럽게 아들을 끌어안습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의 이야기가
소설보다 훨씬 중독성이 높겠군요.

생명력 역시 길 것이고요.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 이야기와 아들 소설은

‘끝’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납니다.

헤어지는 건
언제나 슬픈 법일까요?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소설을
이만 덮어야 한다는 사실이

코끝을
알싸하게 만드는군요.

모두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데도.

문학집배원 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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