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燈)에 부침
장 석 주



Music : 낭송
장 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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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이여,
오늘은 왼종일 바람이 불고

사람이 그리운 나는
짐승처럼 사납게 울고 싶었다.

벌써 빈 마당엔
낙엽이 쌓이고

빗발들은
가랑잎 위를 건너 뛰어다니고

나는 머리칼이 젖은 채
밤 늦게까지 편지를 썼다.



자정 지나 빗발은
흰 눈송이로 변하여

나방이처럼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유리창에 와
흰 이마를 부딪치곤 했다.

나는
편지를 마저 쓰지 못하고

책상 위에 엎드려
혼자 울었다.



2
눈물 글썽이는 누이여
쓸쓸한 저녁이면 등을 켜자.

저 고운 불의 모세관
일제히 터져

차고 매끄러운
유리의 내벽에

밝고 선명하게
번져나가는 선혈의 빛.

바람 비껴불 때마다
흔들리던 숲도

눈보라 속에 지워져 가고,
조용히 등의 심지를 돋우면

밤의 깊은 어둠 한 곳을
하얗게 밝히며

홀로 근심없이 타오르는
신뢰의 하얀 불꽃.



등이
하나의 우주를 밝히고 있을 때

어둠은
또 하나의 우주를 덮고 있다.

슬퍼 말아라,
나의 누이여

많은 소유는
근심을 더하고

늘 배부른 자는
남의 아픔을 모르는 법,

어디 있는가,
가난한 나의 누이여

등은
헐벗고 굶주린 자의 자유

등 밑에서

신뢰는 따뜻하고
마음은 넉넉한 법,

돌아 와
쓸쓸한 저녁이면 등을 켜자.



-『완전주의자의 꿈』,청하



쓸쓸한 겨울입니다.
눈물나는 겨울입니다.

빗발이
눈송이로 변하는 추운 밤,

슬픔 속에서
등을 켜는 이 있습니다.

그 등은
그냥 등이 아니라

신뢰의 불꽃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우리 지금
슬프고 가난하지만

등불 아래서 다시 따뜻하고
넉넉해지는 법을 배웁니다.

그대 곁에도
등 하나 켜 있길 바랍니다.

문학집배원 도종환





파락호(破落戶)라
불리운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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