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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선암사·송광사를 품은 숲길, 조계산 '천년 불심길'

작성일 작성자 대한민국 산림청


선암사 가는 울창하고 넉넉한 숲길



 예부터 사람의 도리와 하늘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고 살아온 백성들의 고장이었다는 도시 전남 순천(順天)에 가면 꼭 들리고픈 곳이 있었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천년고찰 선암사(仙巖寺,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결혼한 승려들인 대처승들이 속한 태고종의 본산 역할을 하고 있는 절이다.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한 고찰로도 유명하다.

 

2천원을 내고 들어선 사찰 매표소 입구부터 눈 호강을 했다. 선암사 입구에 이르는 1.5km의 아름다운 숲길에는 참나무, 팽나무, 밤나무, 단풍나무 등 우거진 숲길이 이어져 있다. 가을 운치로 가득한 숲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다보면 선암천 계곡 위에 들어선 아름다운 돌다리 승선교(昇仙橋)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조선 숙종 때 만든 자연미 돋보이는 돌다리 승선교 (보물400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된 선암사



조선 숙종 39년인 1713년 호암대사가 6년에 걸쳐 완공한 아치형 무지개 다리다. 이음새 없이 커다란 돌을 맞물려 쌓은 석교로 나라의 보물(제400호)이기도 하다. 계곡과 석교 사이로 보이는 2층 누각 강선루(降仙樓) 모습이 정취를 더한다. 강선루에 앉아 아름다운 승선교와 아늑한 계곡을 바라보다보면 굳이 절까지 가지 않아도 좋겠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절에 들어서면 천연기념물 매화나무, 하늘을 찌를 듯 높다란 측백나무 등 노거수 나무들이 반기고, 근심과 번뇌가 사라진다는 '뒷간(화장실)'까지 있는 등 세계인의 유산이 될 만하다. 흔히 해우소라 부르는 선암사 뒷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14호로 지정된 곳이라 볼일이 없어도 들르게 된다.


이곳 해우소는 2층 구조인 탓에 깊기로도 유명하다. 송광사 스님이 자기 절 솥이 크다고 자랑하니까, 선암사 스님이 자기 절 뒷간이 얼마나 깊은지 어제 눈 거시기가 아직도 떨어지는 중이라고 허풍을 떨었다는 옛날이야기가 전해 질 정도라고.   




선암사 명소 뒷간


포근한 한옥마을같은 절집 선암사



가장 좋았던 건 오래된 한옥마을에 온 기분이 드는 고즈넉한 절집 풍경이다. 키 낮은 담장을 한 절집들이 빈칸을 메우듯 자연스럽게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순천의 또 다른 명소 낙안읍성 마을에 온 것 같은 푸근한 마음이 든다. 선암사를 일컬어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한 절집'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람의 규모나 건축의 기법을 말하는 게 아니지 싶다. 고찰이나 사찰보단 절집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점심시간 공양간에서 후식으로 흰떡이 나오는 절밥을 먹었다. 볶은 김치와 여러 나물에 맵지 않은 고추장을 넣어 비벼먹는 절밥이 맛있어 두 번이나 주방을 오갔다. 옆에서 같이 밥을 먹었던 중년의 여성 불자님이 점심은 아침(밥)이나 저녁(밥)과는 달리 한자어란다. 마음에 점을 찍듯 먹는 밥이 점심(點心)이라고.


없던 불심도 생기는 숲길, '천년불심길'


아늑한 조계산 숲속길



절로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산사 산책을 하다가 호기심을 끄는 나무 팻말을 보았다. 절 옆으로 이어진 숲길을 향해 서있는 나무 팻말에 ‘송광사 6.8km'라고 적혀 있었다. 알고 보니 순천시에서 이름 지은 ’천년불심길‘로 선암사에서 송광사(순천시 송광사안길 100)까지 이어진 조계산 숲속길이다.


예전엔 ’굴목재길‘이라 불렀는데, 울창한 숲이 기나긴 굴을 이룬다하여 굴목재라 했단다. 마침 절밥도 배불리 잘 먹었겠다 송광사까지 숲속 산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3시간여 오르락내리락 아늑한 숲속을 걸어보니 불자가 아닌 내게도 없는 불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천년불심길은 선암사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송광사보다 선암사에서 이어지는 숲길이 더 완만하고 걷기 좋다.

산자락에 한국 불교의 양대 산맥이라는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은 조계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해발 889m의 높지 않은 산이다. 험하지 않고 아늑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좋은 산은 좋은 절을 품는다’는 옛 말이 있는데 조계산의 경우엔 '좋은 절은 좋은 산을 품는다'는 말이 더 어울리지 싶다.  




상쾌하고 향긋한 나무향이 나는 편백나무숲


조계산에 찾아온 가을



천년불심길로 들어서자 마치 도시에서 골목으로 들어서듯 길은 좁아지고 사위가 한껏 고요해졌다. 간간히 들려오는 산새소리를 음악 삼아 묵묵히 숲속을 걸었다. 문득 산행은 절에서 하는 108배 수행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언 속에서 단순한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찰나의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깨달음이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헉헉~ 가뿐 숨을 내뱉으며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란 말에 왜 수심(修心)이 아닌 수신(修身)이 들어 갔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조계산 숲길은 유난히 낙엽이 많아 푹신푹신하다. 잎이 무성하게 나는 참나무 활엽수가 군락을 이룬 대표적인 산이라고 한다. 참나무는 어느 한가지 수종이 아니라 신갈나무·떡갈나무·졸참나무·상수리나무 등 여러 형제가 있는 나무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종인 소나무를 찾기 힘들 정도다. 곧이어 안내판과 함께 드넓은 편백나무숲이 기다리고 있다. 하늘을 가릴 듯 빽빽하고 높다랗게 자라는 편백나무는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수종이다. 나무숲속 벤치에 앉아 쉬다보니 편백나무 향이 은은하게 코끝을 스친다. 



기품 있는 나무들이 많은 사는 송광사



조계산 산속 보리밥집


화려하고 아름다운 나무가 많이 사는 송광사



‘천년불심길’ 중간 즈음에 조계산의 명물 보리밥집이 나온다. 산속에 자리한 이 밥집이 좋아 부러 조계산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란다. 산행 중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기도 하지만, 보리밥 1인분에 6천원으로 저렴한데다 큰 가마솥에서 나온 숭늉을 후식으로 먹을 수 있다. 단백질이 풍성하다는 보리밥의 도움인지 720m의 굴목재까지 가뿐하게 오르면 이제 송광사를 향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이 길부터는 참나무 군락이 서서히 적어지고 소나무가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송광사가 가까워질수록 기품 있는 소나무들이 눈에 자주 띈다. 송광(松廣)이란 이름도 소나무가 널려서 유래했다고 한다. 늠름한 소나무가 많아선지 절 분위기도 웅장하다. 계곡 청류와 그 곁에 흐르듯 자리한 누각 침계루가 아름답다. 이 절엔 크고 아름다운 나무들과 어우러진 풍광이 좋아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사찰이다. 선암사가 고즈넉하고 고요했다면, 송광사는 화려하면서도 웅장함이 묻어난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0기 블로그 기자단 김종성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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