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속옷빨래를 해 준 말년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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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삶의 이야기.

이등병의 속옷빨래를 해 준 말년 병장.

달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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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 유격장에서 12월 겨울 추위의 혹한 속에서 한 편은 즐겁고,

한 편은 힘들었던 사나흘 간의 훈련을 끝내고 자대에 배치되었다.

하조대 유격장에서 겨울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을 받을 때에는

, 군대란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고 여기며

앞으로 3년 동안 겪을 힘든 군대 생활을 생각하니 한 숨부터 나왔다.

 

다행히 자대에 배치되었을 때는 밤이 아니라 초저녁이었다.

그 것도 맨 처음 배치되었던 곳이 일반 병사들이 훈련을 받는

예하부대가 아니라 해안초소 부대였던 것이다.

 

그 날 저녁에 처음 도착한 곳은 낙산사 주변에 있는 중대급 부대였다.

중대장의 계급은 대위다.

신병 이십 여명이 중대에 배치되었던 것이다.

1개 중대의 병사가 180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신병 30명 가까이가 한 중대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일이다.

 

우리 부대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대에 도착한 첫날은 중대장에게 전입신고를 한 후

중대본부에서 자고, 그 다음 날에 각기 흩어져 소속 소대로 배치되었다.

신병 중 서 너 명 중대 본부에 배치되고 나머지 20여명이 소대로 흩어졌다.

다행히 신병 중 논산 훈련소에서부터 비록 키는 작지만 다부지고 당차며

똘똘하던 고효영도 같은 소대에 배치되었다.

그는 25연대였던 논산 훈련소에서도 향도를 맡을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 논산 훈련소에서는 그다지 훈련 양이 많지 않았다.

훈련소에 배치되기 전 장정시절부터 시작된 공사장 배치 업무가

훈련소에 입소해서도 많은 시간을 공사장에 투입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논산 훈련소 여기저기에서 신축막사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암튼 낙산사 부근에 위치한 중대본부를 떠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지금의 강원도 속초 시 대포 항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 곳에 소초(소대장이 근무하는 초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도 소대장님과 선임하사님 등과

말년병장 등 고참병들로부터 해안초병 근무에 대한 요령과

근무숙지 방법을 반복 들은 다음,

그 날 저녁은 소초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그리고 다음 날, 내 첫 근무지인 초소로 발령을 받았다.

그 곳은 대포동과 거의 가까이에 있는 조양동 초소였다.

그 때가 거의 45년 전이라 대포동과 조양동은 말을 할 것도 없고,

속초시 전체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거의 북방에 위치한

촌구석이었던 것이다.

 

조양동 초소에서 첫 날은 선배와 함께 21조가 되어 근무를 하였으나

먼 남쪽 부산에서 북쪽 끝 속초해안에 와서 군 생활을 처음 시작하니

그저 두렵고 초조할 뿐 다른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첫 날 첫 해안초소 근무를 마치고 개인 화기를 손질하고 있는데

군 생활을 이미 30개월 훨씬 넘긴 말년 병장이 내 속옷을 가져 오라고 했다.

자기가 내 속옷을 대신 빨아 주겠다는 것이었다.

말년 병장의 그 말에 놀라고 당황스러워, 빨 것이 없다 괜찮다고 하였으나

괜찮으니 지금 입고 있는 속옷이라도 내 놓으라!’고 하였다.

리고는 나 더러는 오침(야간 근무 후 오전 취침)을 편하게 즐기라고 하였다.

그가 내 빨래를 가지고 빨래터에 간 후,

지난 밤에 피곤하고 긴장했던 탓인지 나도 몰래 잠이 들었고,

그 사이 그 말년병장은 빨래를 하고 초소로 돌아 와 있었다.

 

나중 안 일이지만 그 고참병사가 자신의 빨래와 내 빨래까지 챙겨간 것은

빨래터에서 그 동네 아가씨들과 노닥거리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빨래는 물론

그 마을 아가씨들이 다 해 주었고.

암튼 그 이후로도 종종 말년 병장들은 우리 신병들로 하여금 상황실 근무를 대신 서게 하였고,

그들은 새빨간 핏덩이인 이등병들의 속옷들을 대신 빨아왔던 것이다~~^^

사정이 이랬던 까닭에 비록 작은 초소 근무지만

부대원들끼리의 화합도 잘 되어

그 옛날 군 생활에서도 가혹행위는커녕, 개인적인 구타행위도 전혀 없었다.

내가 맞지 않았으니, 때릴 일도 당연히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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