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상민교수 인터뷰 "예술인이 되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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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상민교수 인터뷰 "예술인이 되고자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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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교수 인터뷰 - 스포츠서울

              "예술인에게 실력보다 중요한 건 예의와 신념"  예술인 되려면 화려함 좇지 말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스포츠서울닷컴|이석희 기자]

 

예술의 역사는 길다. 예술이 방송 등을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한 시기는 오래 되지 않았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바람이 불면서 많은 학생들이 대중예술인을 꿈꾼다. 이들은 각종 매체에서 대중예술을 경험한다. 꿈은 크지만 확실하지 않은 미래 때문에 주저하기도 한다.

‘화려함’으로 꿈을 칠하면 독이 된다. 진정한 예술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이상민 교수를 만나 국내 대중예술계에 대한 진단, 예비 예술인들이 꿈을 이루는 방법을 들어봤다.

- 예술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이 ‘부모님’이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 역시도 25년 전 연극영화과에 진학할 때 부모님과 갈등을 겪었다. 당시 부모님을 설득한 방법은 진정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가장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진정으로 예술을 하고 싶다면 ‘예술을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부딪쳐야 한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다면 자기가 선택한 분야의 전망을 제대로 파악하고 전달해야 한다. 부모님들이 담당교수와 상담할 때 ‘아이가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녀가 예술인의 길로 들어섰는데 스타가 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부모님을 설득하려면 자신이 스타가 되지 못할 경우의 대안이 있어야 한다.

예술은 과거에 비해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단계에 올랐다. 스타가 되지 않더라도 학교나 학원에 취업하는 등 다양한 진로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잘 설계해서 부모님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많은 스타 제자들을 양성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개그맨 김병만은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에 입학하기 위해 실기시험을 여러 번 치렀다. 두 번이나 낙방했지만 강한 의지가 돋보여 세 번째 합격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열심히 훈련하다 보니 연기와 무술에도 재능을 보였다. 김병만은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뒤 후배 양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가르치는 것에도 소질이 있어 현재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가수 백지영은 백제예술대학교 재학 당시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었다. 데뷔 후에도 학교에 빠지지 않고 후배들을 챙겼다. 백지영은 방송에서의 모습과 실제 성격이 다르지 않다. 소탈하고 의리가 있다. 자기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에게는 개런티를 받지 않고 행사를 다니기도 한다.

개그우먼 안영미는 학교 다닐 때부터 웃겼다. 본인이 사람들을 웃기지 않으면 그 자리를 못견뎌 했다. 말 그대로 ‘남을 웃기는 것’에 재미를 붙인 학생이었다. 연기도 잘해서 다양한 배역들을 많이 소화했다. 어떤 캐릭터를 줘도 마다한 적이 없었다. 지금의 안영미는 다른 개그맨, 연기자에 비해 끊임없이 캐릭터를 변신시킨다. 끼가 많아 영화나 MC 등 다른 분야로도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친구다.

KBS ‘개그콘서트’ 에서 활약중인 개그맨 김대성은 재학시절 연극공연에 열심히 참여하는 성실한 제자로 기억한다. 늘 웃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끊임없이 자기단련을 해 KBS 공채 개그맨이 됐다. 김대성은 유명해진 뒤에도 한결같이 자기계발에 열중이다. 영화나 드라마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

부족한 저를 비롯해 많은 교수님들이 예술계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제예술대학교 학과장님이신 강남진 교수님,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신 민성욱 교수님, KBS 전주총국장을 지내신 오태수 교수님이 제자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 결과 개교 이래 20년 동안 방송, 영화 등 연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제자들이 많다. 원빈, 윤손하, 유리(쿨), 김병만, 백지영, 안영미, 이승환, 김대성 등의 연예인들과 영화감독 윤홍승, 정기훈 등 상당수의 예술인들을 배출했다.

- 국내 공연, 방송계 종사자들의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다. 해결 방법은?

 

25년 전 내가 연극영화과에 다니던 시절과 똑같은 고민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예술인의 처우개선이다. 공연예술계의 작업 강도는 노동력 착취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가 개선되려면 공연계의 상층부, 즉 수익을 가져가는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예술인 노조가 활발해 단체 협상을 한다. 예술의 특수성을 감안한 상태에서 최소 8시간을 연습하고 초과 시간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술계에 ‘근무시간’이라는 개념이 없다. ‘예술계는 원래 이렇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예술인에게는 당연히 고난의 단계, 담금질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불합리한 시스템을 자꾸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 공연, 방송 등 오디션을 심사하는 실무자들 사이에 ‘실력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예술인 지망생들이 비주얼 등 외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다. 백제예술대학교가 문화콘텐츠학부를 설치한 목적이기도 하다. 학교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콘텐츠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 성공하는 학생들을 보면 ‘콘텐츠를 어떻게 개발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단편적인 지식보다 생각하는 방법을 먼저 터득한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인 지망생들은 주변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방법론을 습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백제예술대학교는 대중예술을 가르치는 곳이다. 예술가라고 해서 대중을 배제하고 나갈 수 없다. 학생들 스스로 대중과 호흡하고 대중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 예술계 선배로서 철학이 있다면?

매 학기 수업을 할 때마다 ‘예의’를 제일 강조한다. 현장에서 일을 하려면 가정과 학교, 나아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 지식 전달은 그 다음이다. 졸업한 친구들이 학교를 찾아오면 ‘교수님이 첫 시간부터 예의를 강조한 것이 가장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예술은 ‘직업’보다 ‘꿈’이다. 예술이 직업이 될 순 있지만 한 번 선택한 이상 다른 분야로 전환하기 힘들다. 예술 분야로 진로를 잡을 때 신중해야 한다. ‘이 길이 내 길인가’를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화려하고 멋있어서’,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서’ 등의 이유는 적합하지 않다. ‘내가 예술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먼저다. 예술인으로 살아가다 부딪치는 고난의 순간들을 이겨내는 방법은 ‘신념’이다. ‘신념’이 확고해야 험난한 예술인의 길을 후회 없이 헤쳐 나가고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다.

- 최근 예술계에서도 융합, 멀티콘텐츠 바람이 불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몸담고 있는 백제예술대학교는 전공의 벽을 허물고 있다. 서로 지도교수는 다르지만 미디어음악, K-POP 전공 학생들과 방송제작 전공 학생들의 협업이 활발하다. 학생들이 프로 세계에 가면 전공이 달라도 같은 동료가 된다. 미리 훈련이 필요하다. 예술대학은 종합대학과 다르게 관련 학생들만 모여 있다. 함께 일하다 보면 일에 대한 감각도 맞춰나가고 자연스럽게 작품 활동에도 뛰어들 수 있다.

할리우드가 자본으로 움직이는가? 그렇지 않다. 할리우드에서 유학하며 느낀 건 ‘할리우드는 의리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돈보다 협력 정신이 중요하다. 할리우드에서는 개런티를 받지 않고 서로 일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 대신 일로써 얻은 빚은 일로써 갚는다는 원칙이 있다. 그래서 ‘팀’과 ‘군단’이 형성된다. 다른 분야와도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다.

- 대중예술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는 학문적 견문도 놓칠 수 없다. 교육의 균형은 어떻게 확보하고 있나?

예술은 그릇이고, 안에 담기는 것은 문화콘텐츠다. 백제예술대학교는 3년 전 문화콘텐츠학부를 만들었다. 문화콘텐츠학부는 신입생이 아니라 전체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예술인에게 부족할 수 있는 인문과학 기초지식을 보강한다. 사진, 디자인, 공연예술, 영상예술 등 각 분야 전공자들이 함께 모여서 문화콘텐츠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담론을 형성한다. 문화콘텐츠학부는 전공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 스승으로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

백제예술대학교는 대중예술에 특화된 학교다. 실용예술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이론보다는 실기 위주로 가르친다. 재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서 바로 활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백제예술대학교의 교육목표는 재능 있는 학생들을 육성해 쓰임새 있는 예술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백제예술대학교의 학과는 크게 공연영상, 음악, 디자인 3가지 분야로 나뉜다. 학자나 교수 등 학문적인 진로보다는 방송 현장이나 무대 위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백제예술대학교에 진학한다. 공연영상예술분야는 영화감독, 연기자, 영상 제작-편집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음악분야도 기초적인 교육과 함께 무대의 경험과 자질을 쌓는 교육과정이다.

- 현업에 진출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교류가 활발한가?

예술 계열은 공채가 없어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미디어 분야로 진출한 백제예술대학교 동문을 강사로 초빙해 특강 형식의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있다. 이 시간을 통해 성공한 동문들의 노하우, 경험담, 예술인으로서의 고난 극복기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마스터클래스’는 동문과 재학생 간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채널이다.

동문‧재학생 교류는 개인적으로도 활발히 이루어진다. 현장에서 일하는 동문들이 인턴이나 어시스턴트를 학교 후배들에게 맡기는 편이다. 학과사무실에 연락해서 함께 일할 후배, 동료를 찾는 경우가 많다. ‘마스터클래스’처럼 공식적인 교육과정 외에 일찍 프로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일반 4년제 대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백제예술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현장 조기 교육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미리 설계할 수 있다.

사진=박민희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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