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내! 7년차 췌장암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

빈곤한 노인들, 국민연금 담보로 //일부 공무원, 위장이혼으로 연금 수억원 더 챙

작성일 작성자 꽃내


지난 1월 대전에 사는 중소기업 퇴직자 김모(71)씨는 전세 보증금을 1000만원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받고 시중은행을 찾았지만 소득이 없어 대출이 어렵다고 했다. 대부업체 등을 알아보다 "국민연금에서 '실버론'이라는 이름으로 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국민연금공단에서 5년 만기로 대출받았다. 대출금 갚을 돈도 나올 곳이 없어 매달 받는 국민연금 45만원에서 원금과 이자 17만원을 떼기로 했다. 김씨처럼 국민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7일 실버론 대출 건수가 올해 5월까지만 5032건으로 이미 지난해(6566건)의 76%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8월 초면 올해 편성된 실버론 예산 389억원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210억원 증액을 결정했다. 고령층의 급전 수요가 몰려 1년치 예산이 반년 만에 고갈된 것이다.

실버론은 노인들에게 전·월세 자금, 의료비 등 긴급 생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2012년 도입 이후 7년간 5만7134명이 2603억원을 빌려갔고, 3만49명(1655억9900만원)이 상환했다. 상환이라고 표현하지만, 이용자의 95%가량이 연금을 깎는 방식으로 갚고 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작년 기준 1인당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52만원인데, 실버론을 받은 사람들은 원금과 이자로 깎이는 액수가 월평균 8만5000원"이라고 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받는 노인들은 급전이 필요한 취약 계층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끄지만 그 뒤 대출을 갚느라 연금 수령액이 더 깎여 노후 빈곤이 되레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퇴직자 이모(68)씨는 아들이 지방으로 취업해 이사하는 바람에 전셋집을 얻어야 할 형편이 됐지만, 전세 자금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담보로 2년치 연금을 최대 1000만원까지 저리(低利) 융자해주는 '실버론'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지난달 신청했다. 그는 "환갑이 넘어 은행에서도 대출받기 힘든데, 연금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아 급한 불을 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퇴직자 김모(73)씨는 국민연금(월 38만원)과 기초연금(월 30만원)을 합쳐 빠듯하게 사는 처지다. 허리디스크 수술비 500만원을 어떻게 낼지 고민하다 실버론에 눈을 돌렸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을 내면 5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지난달 의료비 명목으로 대출을 신청했다.

노후 자금인 연금을 담보로 생활 자금을 빌려가는 '실버론'을 이용하는 고령층이 크게 늘고 있다. 실버론은 2012년에 3년간 시범 사업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됐는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정식 제도로 자리 잡았다. 올해부터 최대 1000만원까지 생계비와 의료비 등을 연 1~2% 수준의 저리로 빌릴 수 있다. 퇴직 후 소득이 없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금융권 등에서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던 은퇴자들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실버론은 70% 이상이 전·월세 자금 충당에 이용된다. 25% 정도는 의료비 용도 대출이다. 배우자의 장례비 등 용도가 1%쯤 된다.

대출 늘며 1년치 대출액 반년 만에 고갈

실버론 예산이 연중에 전부 소진돼 예산을 증액한 건 2015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2015년에도 대출 상한액이 50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늘면서 신청자가 급증해 당초 편성된 270억원에 덧붙여 71억원을 증액했다. 대출 한도를 올릴 때마다 이용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최대 750만원까지만 대출했는데, '전·월세도 오르고 물가도 올라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사람이 많아 올 들어 대출 한도를 1000만원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작년과 수요가 비슷할 거라고 보고 예산을 짰는데, 대출 한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예상보다 대출이 몰렸다"고 말했다. 연금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출 한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라 보긴 어렵다"고 본다. 연금을 헐어서 써야 할 만큼 노후 빈곤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6년 기준 4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95%가 연금액 깎는 방식으로 갚아

실버론은 대출자의 95% 이상이 자신이 받을 연금에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까는 방식으로 상환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대출을 목돈으로 갚는 사람은 5% 정도고, 95%는 5년간 월 8만~9만원 정도를 연금에서 떼어 가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 2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52만원으로, 고령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1인 단독 가구 154만원·2017년 기준)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이를 희생하면서까지 급전을 구하려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후 준비가 부족해 연금 수령액이 깎이는 손해에도 불구하고 연금 수령 시점을 앞당기는 조기 연금 신청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4만명을 넘었다. 한 보건복지 전문가는 "가뜩이나 취약 계층 노인들인데 실버론을 이용하면서 연금도 깎이면 더 어려운 처지로 몰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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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무원연금 분할연금제도를 손질하려고 나선 것은 일부 공무원이 배우자와 실제 이혼할 의사가 없음에도 자신보다 나이 어린 배우자에게 수급권을 넘겨 경제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의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부부가 공무원연금을 분할할 때 당사자 간 협의로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손질해 이혼해도 유족연금 이상 금액을 받지 못하게 관련법 개정을 고심하고 있다.

7일 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2016~2018년 공무원연금을 분할한 퇴직 공무원 363명 가운데 이혼 배우자에게 연금 수령액을 100% 제공하는 이는 모두 13명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혼 뒤에도 같은 곳에서 살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이혼 시 배우자에게 자신의 연금 100%를 모두 주기로 결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공무원연금은 자신이 평생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봉사한 대가이자 본인의 노후를 보장할 가장 중요한 수단이어서다. 그럼에도 평생 일군 공무원연금을 이혼 배우자에게 모두 넘겨준 것에 대해 연금공단 등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분석 중이다.

일부 공무원이 위장이혼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연금을 100% 가족에게 넘겨주는 것은 본인 사망 시 유족연금을 받는 것보다 많게는 수억원을 더 챙길 수 있어서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공무원연금 수급자 49만 5052명 가운데 월 200만~300만원 수급자는 19만 3035명, 300만∼400만원 수급자는 11만 9078명이다. 400만원 이상도 4505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85명은 500만원을 넘게 받는다.


남성 퇴직공무원이 사망한 뒤 배우자가 혼자 사는 기간은 약 10년 정도다. 공무원연금을 300만원 받는 퇴직자가 세상을 떠나면 가족들은 기존 연금의 60% 수준의 유족연금을 받는다. 배우자 생존 기간에 받게 될 유족연금 예상액은 약 2억 1600만원이다. 하지만 퇴직 공무원이 배우자에게 연금 수급권을 넘기면 같은 기간 받게 될 예상 수급액은 약 3억 6000만원이 된다. 위장이혼을 하면 1억 50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부부간 나이 차가 클수록 두 연금 간 격차는 더 벌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이 문제는 공무원연금 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금에서도 비슷한 악용 사례가 나올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이혼 시 연금 최대 분할비율이 유족연금(60%) 수준을 넘지 않게 해 위장이혼 동기를 없애는 쪽으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분할연금제는 부부가 이혼할 때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함께 일군 재산을 공평하게 나눈다는 우리 사회 보편적 가치를 체계화한 것”이라면서 “사회구성원 전체가 문제로 볼 만한 부작용이 있으면 그것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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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제주도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미션, 즉 변속기가 고장 난 렌터카를 받았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렌터카 회사 직원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오히려 운전자를 몰아붙였다. 자동차 기초 상식이 없었으면 고스란히 당할 뻔했다.

내친김에 제주도 렌터카 현황을 알아봤다. 취재 결과는 더 황당했다. 제주도에서는 매일 약 64건의 렌터카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었으며, 고장 차량을 내줘도 관련 법규가 없어 렌터카 회사를 처벌할 수 없었다. 하여 얼마나 많은 렌터카 운전자가 차량 결함으로 사고를 당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제주도를 100번 넘게 들어갔는데 사고 한 번 없었던 팔자가 오히려 천운이었던 셈이다. 하루에만 약 4만 명이 제주도에 들어가는 오늘(2018년 제주도 방문자 수 1431만3961명), 제주도 관광의 기초 인프라는 하도 허술해 기가 막혔다.


“바깥에 세워놨더니 고장 났나 봅니다.”
변속기가 고장난 렌터카의 계기판. 주행거리 16만9504㎞가 찍혀 있다. 손민호 기자

지난달 28일 정오쯤 제주시 J렌터카. 직원이 차량을 건넸다. 주행거리 16만9504㎞. 제주도에서 10만㎞ 뛴 렌터카는 종종 봤지만, 17만㎞ 뛴 차는 처음이었다. 섬을 한 바퀴 다 돌아도 서울∼대구 편도 정도 되는 거리를 생각하면(제주도 둘레 약 250㎞) 믿기지 않는 주행거리였다.

거리로 나가자마자 렌터카는 불안했다. 가속 패들을 밟거나 뗄 때마다 차가 기침을 하는 것처럼 흔들렸다. ‘미션이 나갔나? 설마….’ 100m나 더 갔을까? 아예 차가 크게 요동을 쳤다. “뭐야? 정말 미션이 나갔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미션, 즉 변속기는 주행에 절대적인 핵심 부품이다. 변속기 고장은, 에어컨 바람이 약하거나 연료 게이지가 부정확한 고장과 차원이 다르다. 변속기가 고장 나면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질 수 있다. 오르막에선 뒤로 밀리기도 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 결함이다.

렌터카 회사로 돌아왔다. “어떻게 미션 나간 차를 줘요?” 젊은 직원이 시동을 걸어 보더니 이내 다른 차를 내준다. 정비공장에 갈 필요도 없었다는 뜻이다. “아무 말도 없어요?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직원이 이내 소리를 지른다. “왜 나한테 그래요? 내가 그 차 줬어요?” “무슨 말이에요? 렌터카 직원 아니에요?” “난 셔틀 담당이에요.” “그럼 배차 담당을 불러줘요. 미션이 나갔다고요.”

한참 뒤에 직원 2명이 나왔다. 배차 담당 직원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놨다. “햇볕 아래 차를 오래 세워놓으면 잠깐 고장이 납니다.” “미션이랑 실외 온도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일부러 고장 난 차 드린 것도 아닌데…. 새 차 드렸잖아요.” “이 사람들 봐라. 17만㎞ 뛴 차 주고 그게 할 말이에요? 사고가 날 뻔했다고요.”

더는 약속 시각에 늦을 수 없어 “지금은 마침 자리를 비운” 고객지원팀 부장 명함만 받아들고 나왔다. 다른 여행자도 나처럼 서둘러 자리를 떴을 터였다. 그들의 과잉 대응과 거짓말이 위기 대응 매뉴얼에서 나온 게 아닐까 잠깐 의심했다. 그렇다면 그런 줄 아는, 차에 무지한 렌터카 운전자가 제주도에는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제주도 가기 싫어요.”
기자 개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분노의 댓글들. 피해 사례와 분노의 목소리로 댓글이 들끓었다. 손민호 기자

분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오늘의 운세를 탓하다 문득 운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미션에 이상이 있으면 어떤 증상이 생기는지, 미션이 나가면 차에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아니 미션이 뭔지도 모르는 전국의 운전자가 제주도만 들어오면 핸들을 잡는다. 그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혹여 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될까.

이튿날 개인 SNS에 전날의 불쾌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반응이 뜨거웠다. 제보와 공분의 댓글 50여 건이 올라왔다. 댓글에서 제주 렌터카 회사의 횡포는 끝이 없었다. 차량 긁힌 문제, 남은 연료 시비, 불친절한 직원…, 가장 많은 댓글은 “차를 모르는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었다. “이래서 제주도 가기 싫어요” 같은 댓글은 애교에 가까웠다. “제주 여행 안 가기 운동”을 주장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 지인은 주행 중인 차가 시동이 꺼진 사례를 들려줬다.

문제의 렌터카 회사는, 전에도 이용한 적 있는 제주 지역 회사다. 신생 업체는 아니다. 보유 렌터카도 291대나 된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에는 모두 129개 렌터카 업체가 있다. 이 중에서 이 회사는 보유 차량 대수로 27번째다. 상위 20위권 중견 회사에서 중대 결함이 있는 렌터카를 빌려줬다.

내 경우는 질 나쁜 서비스나 뻔뻔한 바가지요금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행의 전제가 되는 안전 문제였다. 여행기자 입장에서 말하면, 제주도 관광의 기초 사안이었다. 제주도 관광 당국에 문의했더니 제주도청 교통과 업무라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아, 맞다. 제주도 사람은 렌터카에 관심이 없다. 제주도 사람은 렌터카를 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길고 지루한 취재가 시작됐다.


“왜 저한테 그러세요?”
제주도 렌터카 조합공제회에서 작성한 렌터카 사고 현황. 자료에 적힌 숫자에 약 30%를 더해야 전체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최근 제주도는 교통사고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는 찾기 어렵다. 우선 제주도청 대중교통과 진상필 주무관이 “유일한 자료”라며 보낸 ‘제주도 렌터카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인용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렌터카 사고는 모두 1만7565건 발생했다. 이 중에서 인명사고는 사망사고 6건을 포함해 5730건이었으며, 재산 피해액은 약 137억7263만원이었다.
그러나 이 유일한 자료는 전체 발생현황의 3분의 2수준만 보여준다. 자료 출처가 ‘제주도 렌터카 조합공제회’인데, 렌터카 업체 129곳 가운데 80여 곳만 조합공제회에 속해 있다. 하여 앞의 통계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를 더해야 전체 현황을 가늠할 수 있다. 계산 결과는 다음과 같다. 렌터카 사고 2만3235건, 인명사고 7449건, 재산 피해액 약 178억원. 그러니까 제주도에선 하루에 약 64건의 렌터카 사고가 일어나 하루에 약 20명이 다치며 하루에 약 5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심한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정확한 통계를 찾기 힘든 이유도 이번에 알았다.
제주도 렌터카 업체 현황. 지난해 말 현재 129개 업체가 등록돼 있고, 전체 렌터카 차량은 3만2612대에 이른다. 제주도 렌터카 업체는 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다. 표에 나온 업체들은 이 기사와 직접 연관이 없다. 손민호 기자

왜 렌터카 사고가 잦을까. 운전 미숙과 잦은 악천후, 열악한 교통 인프라 등이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차량 정비 불량은 없다. 진상필 주무관에게 내가 겪었던 일을 말했다. 반응이 더 놀라웠다.

“17만㎞ 뛴 차가 나왔다고요? 확실해요? 렌터카는 주행거리 제한이 없습니다. 5년 운행한 뒤 검사를 거처 1년씩 총 2년을 더 운행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7년 뛰어도 8만∼10만㎞에서 교체됩니다. 섬이 작잖아요. 17만㎞는 처음입니다.”

렌터카 정비 관련해서는 진 주무관도 문제를 인정했다. 대략 다음과 같다. 렌터카 결함은 인수자가 차량을 받을 때 확인해야 한다. ‘문제없다’고 사인하면 문제가 있어도 문제없는 차가 된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치단체가 결함 차량을 단속해 행정명령을 내려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주도에 렌터카 3만2612대가 있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도 렌터카는 정비 의무 조항이 없다. 계약서 약관 문제일 따름이다.

정리하면, 현재 법으로는 결함 렌터카는 단속이 어려우며 단속해도 처벌이 힘들다. 운전자가 사인하기 전에 문제를 찾아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차량 문제로 사고가 나면?” 제주도청 관할 사안이 아니란다. “그럼 누구 책임이냐?” 물었더니 이런 반문이 돌아왔다. “왜 저한테 이러세요?”


모든 게 운전자 잘못이다
제주 경찰에 접수된 렌터카 교통사고 현황. 교통사고 원인 중에 차량 결함은 아예 빠져 있다. 손민호 기자

물어물어 제주경찰청 교통사고조사계 부정웅 경사와 통화가 됐다.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렌터카 사고는 513건 일어났다. 경찰서에 접수된 사고 건수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쳤을 때, 차가 심한 손상을 입었을 때, 분쟁이 일어났을 때 경찰이 나선다. 다른 사고 대부분은 자동차 보험이 처리한다. 사고 원인 중에 차량 문제 비율을 물었다.

“사고 원인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과속,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신호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운전 미숙이 이 항목에 들어갑니다. 차량 결함은 교통사고 원인에 없습니다. 굳이 넣자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또는 기타에 포함될 텐데, 제 기억엔 렌터카 운전자가 차량 결함을 제기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고장 차를 내준 렌터카 회사는 되레 성질을 내는데, 제주도청은 고장 렌터카를 찾아낼 근거도 단속할 의지도 없는데, 제주 경찰은 교통사고와 차량 결함의 관계를 모른다고 한다. 물론 관광 당국의 문제도 아니다. 이 와중에 제주도에선 매일 64건의 렌터카 사고가 일어난다. 아니, 정확한 통계가 없으니 그렇다고 추정된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운전자가 차를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제주도에서 말이다.
레저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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