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온 멸종위기1급 '여우'..어디에서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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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 온 멸종위기1급 '여우'..어디에서 온 걸까?

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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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강정기 씨는 지난 22일 뜻밖의 귀한 동물을 만났다. 불청객인 고라니가 농장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개와 비슷한 동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동물의 꼬리털이 두툼했다. 강 씨는 순간 방한용 여우 목도리가 떠올랐다. 휴대폰으로 얼른 사진을 찍었다. 물끄러미 쳐다보던 동물은 그제 서야 울타리를 타고 넘어 사라졌다.


사진 속 동물 모습은 갈색과 붉은색 털이 몸을 감쌌고, 목 아래쪽과 꼬리 끝부분은 흰털이 선명했다. 입과 귀는 뾰족했다. 생김새로 보아 그동안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여우였다.

강정기 씨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 같은 그런 느낌처럼 깨끗했어요, 털도 굉장히 반짝거렸다"고 여우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렸다. 예상대로 강 씨가 본 동물은 여우였다. 소백산에서 여우복원작업을 하고있는 국립공원공단생물종복원 연구원들이 과수원을 찾았고, 사진 속 동물이 여우임을 확인했다.


<붉은여우>는 2012년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됐다. 깊은 산속보다 사람이 사는 마을 주변 야산에 살다 보니 195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고, 친숙했던 동물이다. 호랑이, 토끼처럼 전설이나 민담 속에 자주 등장했다. 술래잡기 놀이를 할 때면 어린이들은 늘 여우를 부르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 잔다. 잠꾸러기…" 이런 식으로 여우는 우리의 생활 속 한 부분으로 들어와 있었다.

전문가들은 여우가 자취를 감춘 1차적 원인으로 1960~70년대 한창 벌어졌던 쥐잡기 운동을 꼽는다. 식량이 귀했던 시절 쥐가 곡식을 먹어 치우니 전국적으로 쥐를 잡기 위해 쥐약을 놓았고, 죽은 쥐를 여우가 먹고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방한용 목도리나 모피를 얻기 위해 포획을 하다 보니 여우의 개체 수가 급감했다는 지적도 있다. 두 가지 요인으로 여우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1980년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것을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야생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년 만에 세종 복숭아 농장에 나타난 여우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국립공원공단 송동주 자원보전처장은 3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송 처장은 지리산 반달곰과 소백산 여우 복원작업의 주역이다. 첫째 개인이나 단체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던 여우일지 모른다. 농장에서 발견된 여우의 모습이 야생에서 산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깨끗하다는 점 때문이다. 둘째는 소백산에서 방사한 여우의 후손일 가능성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12년부터 소백산 일대에서 여우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온 여우를 방사해 야생에서 출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다. 방사할 때 GPS를 달아 위치추적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발견된 여우에게는 GPS가 달려있지 않았다. 송 처장은 야생에서 태어난 새끼가 공단의 관리망을 벗어나 세종까지 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백산에서 세종까지는 직선거리로 120여km가량 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가능성은 충분하다.


소백산에 풀어놓았던 여우 1마리가 2015년 4월 북한으로 올라간 사실이 확인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여우는 1년 전 다른 여우 9마리와 함께 방사됐는데 무리를 벗어나 경기 가평과 파주 쪽으로 올라갔고, 뜻밖에 북한 개성공단 근처 야산에서 신호를 보내온 뒤 소식이 끊겼다. 소백산에서 개성까지 200km를 달려 이동한 것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미확인 야생 여우일지 모른다. 이럴 경우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며 여우 서식지와 생태환경 조사 및 복원작업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립공원공단 여우복원팀 연구원들은 여우가 나타났던 세종 복숭아 농장 근처 야산에 관찰카메라 두 대를 설치했다. 여우가 다닐만한 길목엔 포획틀도 놓았다. 여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선 생포해서 유전자 분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사여우에 대한 유전자 가계도는 이미 작성돼 있어서 대조작업을 벌이면 방사 여우 후손인지 여부는 바로 알아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경북 영주군 소백산 일대에 사는 여우는 54마리에 이른다. 방사 개체가 43마리이고, 야생에서 태어나 자란 여우도 11마리다. 5년 전 북쪽으로 이동해 북한 개성까지 올라간 여우처럼 세종에 나타난 여우가 이번엔 서쪽으로 서식지를 개척해 온 건지 궁금하다. 여우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기대해본다.  

이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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