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은 대만·홍콩·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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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은 대만·홍콩·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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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통계에 따르면 4월8일 기준으로 세계 코로나19 감염자는 약 143만 명이고 사망자는 8만2000명을 넘었다. 이 숫자 대부분은 중국·미국·유럽 국가가 차지한다. 그런데 중국과 국경을 맞댄 대만·홍콩·베트남은 각국 감염자가 1000명이 안 되고 사망자도 5명 이하다. 같은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태국·싱가포르 등에서 2000~3000명의 감염자가 나온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의 감염자가 1만 명을 넘고 사망자가 200명 발생한 것과 비교해도 놀랍다. 세계는 이들 세 나라를 방역의 모범적 사례로 꼽는다. 대만은 15년 동안 보강해 온 감염병 행동지침에 따라 차분히 대응하고, 홍콩은 초기부터 국경을 봉쇄한 채 강력한 이동 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베트남은 나라를 통째로 격리한 상태다.

3월30일 한 대만 시민이 대만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썼다. ⓒEPA 연합


대만: 감염자 376명·사망자 5명

사스 교훈으로 만든 124개 행동지침에 따라 대처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퍼진 초기에 미국 존스홉킨스의대는 대만을 가장 위태로운 나라로 꼽았었다. 대만과 중국 본토의 거리는 130km에 불과하고 항공기가 한 달에 5700회 운항하기 때문이다. 대만 인구 2300만 명 중 85만 명이 중국 본토에 살며 중국 내 대만인 일자리가 400만 개여서 인구 이동량도 많다. 또 대만은 중국의 견제로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 지위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대만의 방역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4월8일 기준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통계를 보면 대만 내 감염자는 376명이고 사망자는 5명이다. 감염자가 인구 100만 명당 16명꼴이다. 감염자 1만 명을 넘긴 우리는 인구 100만 명당 202명이다. 대만은 신규 감염자가 10명 미만으로 유지되며 지역사회 집단감염 사례도 없다.

그 배경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교훈이 있다. 사스가 유행한 2003년 대만에선 응급 시스템이 마비됐고 일부 병원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의식해 환자 발생 사실을 숨겼다. 결국 346명이 감염돼 37명이 사망했다. 한국과 미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사망자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피해였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박사인 천제렌 당시 위생복리부 부장(보건복지부 장관·현 부총통)은 2005년 사스 사태를 교훈 삼아 감염병 단계별 124개 행동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엔 여행 금지, 방역, 감시 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과 환자의 해외여행 정보를 통합했다. 감염병 의심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료진은 그 환자의 감염 위험지역 여행력을 확인함으로써 조기 발견과 격리가 가능해졌다. 우리는 코로나19 첫 감염자 발생 20일 후에나 8개국의 해외여행력을 조회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마자 대만은 행동지침에 따라 입경 금지(border closure)부터 시작했다. 입경 금지로 감염병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확산 추세를 늦춰 대규모 감염 사태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대만은 1월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서 오는 입국자를 2주간 자가격리했다. 2월6일엔 중국의 반발에도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그 시기에 우리는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만 막았다. 입국 금지 범위를 확대하라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감염학회의 권고는 무시됐다.

사스 이후 15년 동안 보완하고 준비한 감염병 행동지침 시행을 지휘한 사람은 의사 출신인 천스중 대만 위생복리부 부장이다. 타이베이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로 2017년 2월 취임해 역대 최장수 위생복리부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우리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회복지학자 출신이다. 방역 전문가로 꼽히는 질병관리본부장은 차관급이라는 이유로 국무회의에 정식 자격으로 참석하지 못한다.

대만 외교부에 따르면 대만의 경험을 배우고자 조언과 협력을 구한 나라는 35개국에 이른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부 동남아 국가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적은 것은 진단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제대로 진단을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만과 홍콩은 사스 이후 방역 시스템을 잘 갖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콩: 감염자 935명·사망자 4명

빠른 국경 봉쇄·이동 제한 강력 시행

중국 본토와 붙어 있는 홍콩의 인구는 740만 명이지만 인구밀도가 매우 높아 코로나19 취약지역으로 꼽힌다. 게다가 중국 우한에서 900km로 가까운 탓에 사망자가 일찍(2월4일) 나왔다. 중국을 제외하면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빨랐다. 그러나 4월8일 현재 홍콩 감염자는 935명, 사망자는 4명에 불과하다. 세계 언론은 홍콩을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3월16일 홍콩의 방역 성공 비결로 빠른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standstill) 정책을 꼽았다.

2월4일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홍콩 정부는 중국과의 연결선을 차단했다. 중국을 방문한 사람이 입경하면 14일 동안 격리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6개월 징역형과 2만5000 홍콩달러(약 390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실제로 홍콩 법원은 중국에서 3월8일 홍콩으로 들어온 후 자가격리 명령을 위반한 31세 남성에게 3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2월말까지 감염자는 95명에 머물렀고 신규 확진자도 10명 미만으로 통제됐다. 1월28일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던 홍콩 공무원 18만 명은 3월2일 사무실로 복귀했다. 시민도 긴장의 끈을 놓고 식사 모임, 공원, 예식장으로 몰렸다. 점차 감염자 수가 늘더니 3월29일엔 신규 확진자가 82명으로 급증했다. 2명이던 사망자도 4명으로 늘어났다.

홍콩은 3월25일부터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환승도 중단했다. 또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강력한 이동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홍콩 공무원과 회사원은 3월23일부터 다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감염자 다수가 술집·결혼식·파티 등에서 발생한 후 홍콩 정부는 가라오케, 마작장, 나이트클럽, 목욕탕, 헬스장, 영화관, 파티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2주일 휴업을 명령했다. 2주일간 '4인 초과' 모임도 금지했다. 일반 음식점은 전체 좌석의 50%만 손님을 받을 수 있으며 테이블 간 거리를 1.5m 띄우고 한 테이블에서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을 4명으로 제한했다. 4월2일 홍콩 내 모든 술집과 클럽도 2주일 휴업 명령을 받았다. 이를 위반하는 업주는 최대 5만 홍콩달러(약 790만원)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한다. 2월부터 시작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휴교령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홍콩 내 신규 확진자는 4월7일 21명까지 줄었고 사망자는 3월13일부터 4명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3월17일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이 주도한 연구를 인용해 "만약 중국이 홍콩처럼 이동 제한 조치를 1주일이라도 먼저 실시했다면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66%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3주 앞서 했다면 최대 95%까지 감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설치된 코로나19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 옆을 한 시민이 걷고 있다. ⓒEPA 연합


베트남: 감염자 251명·사망자 0명

항공·육상·해상 봉쇄로 국가 자체 격리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인구 9700만 명인 베트남은 지금까지 코로나19 감염자가 251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코로나19 사망자가 없는 국가다. 국가를 통째로 격리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1월23일 코로나19 감염자 2명이 처음으로 발생하자 베트남 정부는 1월28일 우한 출신 중국인의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한 데 이어 1월30일 중국인 입국 자체를 금지했다. 그럼에도 감염자 3명이 추가로 발생하자 베트남은 2월2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홍콩·마카오를 잇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지했다. 물류에 차질이 발생할 정도로 중국과의 항공기 직항 노선뿐만 아니라 육상 국경도 폐쇄했다. 인접한 캄보디아·라오스와의 국경도 닫았다.

중국 이후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나온 한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한국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사태가 나오자 베트남은 2월24일 사전 예고 없이 대구·경북 관광객을 강제로 병원에 격리했다. 2월29일에는 인천발 한국 여객기의 하노이 착륙 불허를 통보해 긴급 회항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다소 지나치다는 비난을 샀지만 한국발 코로나19 유입은 대구를 방문한 베트남인 1명에 그쳤다.

베트남 보건 당국은 2월25일 감염자 16명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2월13일 이후 감염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아 모범 방역국으로 부상했다. WHO는 베트남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국제사회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3월2일 2차 위기가 닥쳤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여행한 베트남 여성이 입국하면서 20명이 집단감염됐다. 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이날 국가지도위원회에서 "조기 진단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격리가 최선이다. 격리를 주저하면 국민 건강 보호에 중대한 실수로 이어질 것"이라며 격리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3월8일부터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외국인뿐만 아니라 자국민의 입국도 사실상 막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4월1일부터 15일간 나라를 통째로 격리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모든 여객기·선박을 금지했고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도 중단시켰다. 베트남 남북을 오가는 열차는 하루 한 편 수준으로 운행을 최소화했다. 또 국민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공공장소에서 2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했다. 각 기관에도 시급한 일이 아니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른 제재 수위도 높였다. 4월1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최고인민법원은 코로나19 발생 지역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격리 시설을 이탈하거나 영업 중지 명령을 어긴 경우 최고 벌금 2억 동(약 1000만원) 또는 최고 징역 5년을 선고한다. 예방 수칙을 어긴 외국인은 추방된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 수가 적은 것은 진단 검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우리와 달리 요양시설과 같은 취약시설이 없어 집단감염 발생이 적은 요인도 있겠다. 동남아 국가의 코로나19 통계는 사태가 끝난 후 다시 검토해 봐야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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