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둘째의 알바가 해인사에서 있다고 해서 핑게김에 경상도쪽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둘째가 추천한 곳은 남해 보리암과 다랭이 마을..

집에서 가는데만도 4시간 30분넘게 걸려 보리암에 도착했을때는 오후가 되어 있었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얼마나 예쁘던지 거기서 딱 한달만 살다오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네.."  하면서 연신 감탄을 하다가 내려왔다.



남해면을 검색해 보니 가볼만한 여행지가 많았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 오다가 다랭이 마을만 들렸다.

이곳은 관광객을 상대로 다랭이 논을 꾸며놓고 집집마다 민박을 하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전체가 거의 민박집인걸 보니 여행객이 많다는거다.

여기서도 난 저 탁 트인 바다가 너무 좋아서 자꾸 눈길이 바다로만 가고 있었다.

남해면에서 해인사까지 가는데도 두시간이 넘게 걸렸던거 같다. 남편이랑 둘이서 맛난집 찾아다니며

원없이 드라이브를 한거 같다. 샘이는 전날 해인사로 들어가 템플스테이하는 곳에서 단원들과 함께 자고

우리는 해인사 근처에서 1박을 했다.



아침 9시부터 공연이라길레 서둘러서 나왔더니 올라가는길이 안개가 자욱했다.

해인사라는 절은 차를 타고도 산 꼭대기로 한참을 올라가야했고 주차하고 또 10분 이상을 걸어 올라갔는데

아침부터 안개속을 걸어 올라가는 기분이 참 상쾌했다.

해인사가 이렇게나 큰 절일 줄이야.. 첨 와보니 모든게 신기하기만 했다.

접시꽃이 절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부터 7십대 정도 되신 분들이 불공을 드리러 많이들 오셨다.

우리 둘째가 겨울방학에 유럽 여행을 간다고 일주일 내내 알바를 하는데 주말엔 성당과 교회 그리고 절에서도 한다.

주중에는 고깃집 써빙까지 ㅎㅎ 부모님께 손을 안벌리고 준비해서 가겠다며 두 녀석이 아주 열심이다.


가서보니 어떤 큰 스님의 천도제를 지내는 행사였다.

천도제가 뭔지 궁금했는데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고 부처님의 법명으로 청정한 마음을 회복시켜

새롭게 태어나길 발원하는 의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처음에 불교노래를 녹을 하러 다닌다기에 불교곡이 생소하지 않냐고 했더니

"성악곡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했다. 설마 그럴리가? 잘 상상이 안되었다.

가끔 절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들어보면 목탁 소리와 함께 염불하는 듯한 노래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가서 들어보니 정말 성악곡을 부르고 있는거 같았다.

공연하기 전에 설명하는걸 잘 들어보니 현대에 맞게 불교 의식을 변화시킨 음악이라고 했다.

천도교 의식을 할때마다 소통이 잘 안되어서 고민을 하다가 종교인이 아닌 비종교인도 공감할수 있도록

쉽게 번역을 해서 음악화 하기로 결정을 하고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앞으로 뮤지컬로 이런 불교음악을 만들려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큰 변화가 될것 같다.

의식을 하기전에 해인사 주지스님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셨다.

샘이는 처음에 녹음작업에만 참가하기로 했는데(세번 녹음하고 8십만원) 공연을 갑자기 가게 되었다.

다섯곡을 부르는데 5십만원이라니 돈이 필요한 녀석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거다.ㅎ



여기 오시는 분들 옷차림이 다들 저렇게 스님들이 입는 옷처럼 조신한 차림인데 난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갔으니

조심스러워서 멀리 떨어져 의식을 듣기만 하다가 해인사 곳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건물마다

다 쓰임이 달랐는데 어떤건물에 '경비실'이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절에 경비들이 있다는게 왠지 안어울리는거 같기도 하고 절이 워낙 넓으니 경비가 필요하겠구나 했다.

절 안에서 돌아다니는 조그마한 짐차도 있었다.

불공을 드릴때 젊은 스님들이 곳곳에 서서 신도들 정리를 하는 모습도 특이했고

그리고 보시(교회에서 헌금 바구니를 돌리는 것과 비슷한) 절에서의 의식을 처음 본 내 눈엔 모든게

신기하게 다가왔는데 불교도 다른 종교랑 별로 다르지 않구나 했다.





한예종 아이들로 구성된 '왕생가합창단' 이 준비를 하고 있다.

부처님의 경전내용을 젊은층도 쉽게 받아들이고 공감할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도정스님이라는 분이 총괄했고 승려시인등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천도제를 지낼때 부르는 노래를 스님들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라 일반 신도들도 쉽게

따라할수 있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공감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내용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다.

방송국에서도 나온건지 열심히 찍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불교계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생가 합창단을 소개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수재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한예종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 이라는 주지스님의 소개를 들으며 '그럴리가~!!~' 하고 웃었다.

암튼 이 녀석 덕분에 남도 여행도 하고 해인사도 가보고..

불교라는 종교를 조금 들여다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아들을 태우고 바로 올라와야 했는데 저녁에 고깃집 알바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40일 동안 유럽을 여행하려면 꽤 많은 경비가 필요할텐데 학기중엔 알바를 지금처럼 열심히 할수도 없을테고

두 녀석이 부모님의 도움은 절대 사양한다고 하니 지켜보다가 출발할때 여유자금을 준비해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해인사에서 돌아온 다음날 샘이 선생님 공연을 보러 예술의전당을 가게 되었다.

이 곳을 가끔 가는데 이번엔 오후 8시 공연인데 7시전에 도착해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냈다.

정면에 국악당이 보이고 옆으로 한예종 그 옆에 미술관 그리고 돌아서면~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홀이 보인다.

우리 둘째가 활동하는 공간이고 자주 접하는 건물들이라 이곳에 가면 늘 정감이 간다.

아이들 키우면서 세놈들이 머무는 공간은 내 마음도 늘 함께 가 있게 되고

세놈들이 그곳을 벗어나면 내 관심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분위기좋은 야외카페에 앉아 분수를 구경하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이 분수는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한 곡이 끝나면 분수도 멈추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후 다른곡이 흘러나오고 또 분수는 음악에 맞춰 다시 춤을 춘다.



콘서트홀 안은 언제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날은 정신 차리고 공연전에 주차요금을 정산해서 마음이 가벼웠다.

끝나고 하려면 줄이 길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니 공연전에 하는게 수월하다.


(인터미션시간)

1부는 팝 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는데 여기서 난 타악기 하는 사람에게 완전 반해 버렸다.

어쩜 세상에 그리도 리듬감이 돋보이던지.. 7~8개정도의 악기를 돌려가며 쉴새없이 움직였다.

타악기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매력있을 줄이야~

타악기들을 총 동원해서 온몸으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 연주자에게 꽂혀서 첨으로 오케에 완전 몰입을 한 시간이었다.


2부에서는 성악가 네분이 나와 공연을 했는데

샘이 선생님은 완전히 미친 성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우리 샘이는 언제 저런 멋진 성악가가 되어 있을까..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평범한 일상에서 지난주는 둘째 덕분에 기대감과 설레임을 갖고 지냈다.

이번주엔 둘째의 콩쿨도 있고 주말엔 섬여행도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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