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일년동안은 정말 죽어라 싸운다더니....
이즘 제가 그러네요.
조그마한 일에도 침소봉대되어 히말라야 산꼭대기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한치도 서로 양보하지 아니하고...
에라...내가 너 아니면 갈데가 없냐? 로 시작되는 보따리 싸서 여행가기가....

이제는 만성이 된듯....
별것도 아닌...정말 별것도 아닌것으로....뒤늦게 만난 우리 두사람이 극도의 상황까지 치달아 주섬 주섬 여행용 가방에 옷이랑 마그밀(임산부가 먹는 변비약)그리고 핸폰 충전기까지....

비가 보슬 보슬 오는 월요일 정오무렵...그렇게 떠난 피난길인지 여행길인지가 남녘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굵은 빗줄기로 변하면서 오후 3시 반경이 되자 길거리에 차가 한대도 없다.
한미전 축구가 있는 시간인지라...
와우...
이렇게 일치단결되어 응원하고 관전한 적이 언제던가???
아마도 이산가족 찾기 방송 이후로 처음 아닐까?
나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인지라..

시골 청국장 전문집이라고 씌여진 한적한 시골집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청국장 찌개를 시켜놓고 텔레비젼 앞에 앉았는데....

이노무 주방 아지매가 축구에 정신이 팔렸는지..아님 원래 실력이 그러한지...
아이구 청국장 알갱이가 몇개인지 셀수가 있을정도이고...
소금값이 얼마나 싸길개 그렇게 많이 넣었는지...끄응....
밥을 갖다 주고는 내내 텔레비젼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뭐라 하기도 그렇고...

암튼 그렇게 이상한 점심을 때우고(?) 전반전이 끝날무렵 자기집 텔레비젼이 잘 안나온다면서 마실놀러오신 할배의 담배 연기에 그만 식당을 나와 시동을 켜니...정말로 길거리에 차들이 없다....

한 삼십여분을 가니 안정환의 헤딩샷 낭보가 조용한 산하를 흔들어 놓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피잉 돌면서 남녘으로 남녘으로 여수까지 내려가서....
만나기로 한 후배의 바람맞히기에 케이오패...
다시 빗속을 운전해서 순천까지 나오니 도저히 더 이상 운전을 할수가 없다.
야속한 신랑을 원망하면 찌일찔 짜면서 9시간여를 내려오니 파김치가 되었고...배도 고프고(그 이상한 청국장 반그릇이 월요일 먹은 전부임)....아이구 뱃속의 아기가 쑤욱 쑤욱 자랄 시기인데 미안해서 우야노???

하는수없이 젤로 깨끗해 보이는 모텔에 여장을 푸니 그제서야 집나간(?) 마누라 찾는 신랑의 전화가 울린다....
에라...이제사 전화를 하다니....배터리를 확 빼버린다.

겨우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니 일인분은 배달이 안된다는 식당 아줌마의 이야기에 하는수없이 밖으로 나오니....
신시가지인듯...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하는수없이 "기차길옆 오막살이"라는 전원카페가 보이길래 들어가서 식사가 되냐고 물었더니....안주밖에 안된단다....에궁.....
그렇게 허탕을 치고 나오다가 그만 자갈에 발을 삐끗하면서 넘어졌다.
에고고....배아파라....에고고...배아파라.....다행히 겨우 일어나서 발을 절룩거리며 숙소로 돌아오니....

배고파서 찔금...서러워서 찔금.....무릎아파서 찔금.....외로워서 찔금....
눈물이 난다.

그렇게 고픈배를 방에 비치된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서 채우고...
옆에 있는 커피믹스를 한개 타서 마시고 나니....
울다가 잠이 든다.

화요일 아침....느지막히 일어나서 샤워하고...짐을 주섬 주섬 챙겨서 숙소를 나오니 너무 너무 화창한 화요일....
남해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사천휴게소까지 오니 점심시간....
산채비빔밥을 시켜서 꼬옥꼭 씹어 먹는데 자꾸 목에 걸린다.
내가 이 웬 청승이람...
배불뚝이가 혼자서 운전하고... 혼자서 밥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암튼 그렇게 겨우 점심을 때우고(?) 고등학교 동창이 있는 부산까지 오니....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손도 아프고..어제 넘어진 무릎도 아프고...
젤로 마음도 아프고...

겨우 해운대의 "아쿠아리움"에 들어가 시원한 바닷속 구경을 하고...
낭만의 해운대에서 하릴없이 앉아 "구운감자"한봉지씩을 먹으면서 오가는 많은 이들의 즐거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서러움이 더해온다...흐흐흑....

가장 행복하고..가장 사랑받을 시기에 이게 뭐람...
세상 남자들이여....
애기 가진 자기 와이프한테는 절대로 절대로 슬프게 하지 말기를...
그 모든게 당신의 2세한테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기억하시길....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애기 태어나고 나면 그때 하시기를...간곡히 부탁.....

암튼 그렇게 뉘엿 뉘엿 지는해까지 바라보고....
골프동호회의 회원을 만나 셋이서 횟집에 자리하고 앉으니...
둘이서 부딪히는 술잔에 인생을 담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참으로 부러웠다....이어서 창가 부르는 곳으로 옮겨 "흑산도 아가씨"를 구성지게 불러대는 전직 음악교사인 우리 친구와 "목로주점"을 여자키로 그대로 부르면서 젊은시절 취미로 했다는 섹소폰 연주를 흉내내는 롱게스트가 장기인 젊은오빠....

나는 슬픈 노래 일색의 18번중 진시몬의 "애수"로써 흥분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그렇게 부산의 밤은 깊어갔다.

불행중 다행히 우리 친구가 수요일 아침 새벽 6시 기차로 서울을 가기로 약속이 되어 새벽 5시에 집을 나서니...갈곳이 없다.

하는수없이 친구를 부산역에 내려주고 경부고속도로를 위로 위로 향해 올라오는데......
"이제 그만 집에 오지?"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신랑의 전화에 볼멘 소리로 대답을 하고....
그 와중에도 골프치러 간단다....오마이갓...
마누라가 집을 나가 며칠이 되었는데도 개의치 않고 꼴푸를 치러 간다꼬?
내 신랑 맞나???

2시간여 지난밤 잠을 잔 탓에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는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건천 휴게소에서 1시간정도 자다보니 해가 중천에 떠서 뜨거워서 더이상 잘수가 없었다.

하는수없이 대구까지 올라와 자주 가던 사우나에 가서 몸을 뉘이니.....
온몸이 하나도 남김없이 차악 가라 앉는것이....지옥의 끝인지..천국의 시작인지 모를 저어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내배도 만만치 않은데 옆의 젊은 애기 엄마배는 오랜가뭄끝의 논바닥처럼 쩌억쩍 갈라졌고....다리통 하나가 웬만한 여자 허리통 만하고....어기적 어기적 걷는 폼이 영락없는 괴물이다...으으윽....나도 저렇게 되려나?
거기다 비하니 나는 완전 날씬 쭉쭉 빵빵이다...

때밀이 아줌마왈..저 색시도 얼마전까지 나 같았는데.....
오늘 예정일이 4일이 지났는데도 애기가 안 나와서 지금 유도 분만을 하러 가는 길이란다...오마이갓......
그랬구나...아하....

그렇게 마치고 나와서 연습장 식구들과 삼계탕 한그릇씩으로 점심을 먹고나니....의례 골프사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17일 배불뚝이랑 한판 하기로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르니...
맞닥뜨려 피튀는 전쟁을 치뤄야할 신랑 얼굴이 어른거린다.
에궁...어떻게 해야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있을까?
에궁....어떻게 해야 울 신랑 술담배를 끊게 할 수 있을까?
에궁...어찌해야 나의 이 방황이 헛되지 않게 귀결지어질 수 있을까?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그렇게 김천집에 도착하여 계기판을 보니 정확히 910키로를 만 이틀만에 주행하였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긴 거리다.
그것도 임신 9개월의 산모가 혼자서.....끄응.....
그러다 중간에 애기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결론은 완패도 완승도 아닌 중간타협으로 막을 내렸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누가 했던가?
아마도 그사람은 칼로 물을 많이 베어본 사람이리라.....

가출한 마눌 찾을 생각도 않고 꼴푸치런간 울 신랑....
오늘은 언더파 선수들 틈에 끼어 이븐파를 치고 왔단다.
올해 처음으로 기록한 언더파에 기분이 좋은지 스을슬 내생각을 들어준다.
고집하면 둘째가기 서러운 고집불통인 울 신랑이 오늘은 이븐파 덕분에 유들유들해졌다.
이븐파....
아...꿈만 같다.
나랑 구력이 같은 7년차인데.....난 78타가 최저타인데...끄응....
매일같이 새벽 6시에 비기너 친구들 연습시킨다고 다닌지 석달째.....
오히려 자기 실력이 더 향상된것 같다.

암튼 이렇게 배불뚝이의 900키로 방황겸 여행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17일 제이스 라운딩 다녀와서 골프일기 올리겠습니다.
김천-여수-순천-부산-대구-김천의 910키로 여행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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