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하나님의 병원 / 최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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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님의 병원 / 최진연

하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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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님의 병원

 

- 최진연·시인/ 경북 예천 출생

 


한 마리 뱀처럼
산 속으로 사라진 길
회색 장삼을 입은 수도승도
길과 함께 숲 속으로 사라지고
저만 그들의 행방을 아노라
떠가는 구름이 벙글거리더라.

하나 아프지 않고 유쾌하게
울창한 숲의 온갖 향기로 치료하는
하나님이 차려 놓은 이 거대한 병원,
맑은 물과 바람, 새들의 노래 소리에
몸과 마음 구석구석 때를 씻어 헹구고
비쭉비쭉 치솟은 웅장한 산봉우리들은
산 같은 용기를 가지라 외쳐대고
더러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돌부리까지
걱정 근심 시기 질투 미움 탐욕
세상 보따리 다 팽개치고 돌아가란다.
영원한 생명 근원의 산으로부터
밀려드는 생기를 가득 채워 가란다.

우거진 잎새 사이로
곰보자국처럼 떨어진 햇살에도
전율하는 돌단풍과 그 둘레의 작은 풀잎들
순결한 사랑은 스치는 바람결에도 소스라치고
하늘 향해 반짝이는 잎새들의 해맑은 표정
아픈 곳을 싸매 주는 부드러운 붕대 같은
하얀 구름 가만히 떠가는 깊은 골짝
세상 어떤 음악보다 살아 역동하는 물소리
산이 품고 있는 모든 것을 양약(良藥)으로
사람들의 상처 입은 마음과 지친 육신을
고치고 치료하는
오, 보이지 않는 위대한 손길!

작은 풀꽃들의 비밀 하나도 모르면서
바위는 여전히 성불을 위해 참선 중인지
머리만 내놓고 가부좌로 앉아서
세상 찌끼 다 토하고 내려가도 말이 없고,
멀어져 가는 새들의 노래에 뒤돌아보며
신비한 능력으로 치료받아 나무들처럼 싱싱해진
사람들은 선함과 아름다움과 진실함과 거룩함과
사랑과 기쁨의 신의 성품으로 가슴을 채우고
산의 수문장 전나무들의 씩씩한 전송을 받으며
싱그러운 물처럼 바람처럼 내려오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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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에서(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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