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지사 재판 소식과 응원

김경수처럼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면 안 된다(반어 또는 진심)

작성일 작성자 떠돌이시민들

 

김경수처럼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면 안 된다(반어 또는 진심)

 

휴대폰 2대 자진제출, 16시간 압수수색, 밤샘철야조사 수차례, 대질신문 등 경찰과 검사들이 원하는 모든 수사에 김경수 지사는 5개월간 시달리며 성실하게 협조했다.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허익범 특검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면서도 기소했다. 수많은 참고인들 면담과정에서 나온 이런저런 무죄증거는 모두 모른 척하고 무조건 기소했다. 억지로 찾아낸 물증과 결합시켜 엮어 묶는 기술도 뛰어나다. 수사에 협조해도 기소하고, 협조 안 해도 기소한다. 여론의 관심을 받는 정치적 사건은 더 그렇다.

 

2년째 재판에 시달리고 있지만, 김경수 지사는 공인으로서 법적 절차와 과정을 충실히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고비고비마다 수사 일정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특검의 일방적 언론플레이(공식+비공식 피의사실 공표)가 이어졌지만, 포토라인에 섰을 때 일관되게 한두 마디 입장을 밝히는 것 외에는 변명 없이 절차에 따랐다. 첫 경찰 조사 직전에 의원직 신분을 정리한 것도 특이했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수사를 받으면 훨씬 유리하고 후보자 등록까지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었는데도, 일반 시민 자격으로 첫 수사에 임했다.

 

특검 사무실 앞에서 극우유튜버가 테러에 상당하는 폭행을 가해 도지사가 부상까지 당했지만, 경찰의 객관적 수사와 재판부에 맡길 뿐, 본인이 고소를 하지는 않았다. 요란을 떨지 않으니, 제대로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진보 스피커인 김어준 씨도 "해프닝"이라고 간단히 언급해 줬을 뿐. 함께 부상당한 지지자들만 SNS에 현장소식을 올리거나 백색테러를 규탄하며 소수가 모이는 정도였다. 한두 명 동료 정치인의 위로 외에는 공식 논평도 없었다.

 

테러 사건 직후 몇 시간만에 바로 출근했다. 영장실질심사 역시 새벽에 끝났지만, 그 후에도 바로 일정을 수행했다.

잘한 것일까? 원칙을 중시하는 모습에 대해 분명 잘 했다고 해야 하는데... 검찰과 사법부의 현실로 볼 때 과연 잘 했다고 해야할지, 괜히 바보처럼 응했다고 해야할지? 씁쓸하다.

 

휴대폰은 부수거나, 없어졌다고 하거나, 비번을 모른다고 해야 하는 걸까? 출석요구에 성실히 응해봤자 나중에 누가 기억해주는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본인한테 유리하고 불리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보였다. 수사, 기소, 재판 과정을 되짚어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옳고 바른 행동을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비판해야 하는 시민들의 속마음은? 슬프다.)

 

다 뒤져서라도 진실을 밝혀주길 바랐다. 처음부터, 본인이 당당히 감수하겠다고 자청한 것이기도 했다. 선당후사로 경남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이기에 자신이 받는 의혹으로 인해 민주당이 피해보지 않기를 그는 원했을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측근도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또,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의 단식으로 꽉 막힌 국회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추경 예산과 한 사람의 정치적 희생을 맞바꾸는 모험 정도는 본인이 감당하기로 했다. 특검을 수용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본인이 오히려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다.

 

본인도 가족도 주변 사람들도, 수사 결과를 걱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루 빨리 결백이 입증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본인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진영 대립과 사법농단까지 꼬이고 얽혔다. 과연 그의 선택은 잘 한 것일까? 좀더 뻔뻔해야만 정치를 더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결국 드루킹 특검은 김경수 의원의 동료였던 국회의원들 손에서 본회의 통과가 이뤄졌다. 신선하고 젊은 도지사로 힘들게 당선되었지만, 경남 희망의 불씨를 죽이는 작업이 곧바로 시작되었다.

 

새로 부임한 도청 집무실과 창원 관사(자택)을 새벽까지 불켜놓고 수색해도 조용히 협조했고, 통장 계좌털이는 기본이었다. (특검 수사 발표에서도 인정했듯이, 김경수는 단1원도 돈 문제와 얽히지 않았다.)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를 마치고 나오기도 전에 일부 잘린 내용을 새벽 기사로 내보내도, 조중동이 대서 특필하며 왜곡된 피의사실을 수없이 유포해도, 억울하다는 항변을 하지 않았다. 바로 도청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수사 이후엔 칼같이 경남도정 업무를 하는 원위치로 돌아왔다. 개인의 일로 도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들과 직원들에게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때마다 사과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 또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진심이 과연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자들이 몰려와 난처한 질문을 이것저것 했지만 "진실을 밝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만 짧게 했다.

 

그러나 상대는, 야당이 추천한, 특별히 파견된 검사들이었다. 피의자의 편의를 1도 봐줄 필요가 없었다. 피의자는 여당인 민주당 정치인이고, 허익범 특검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공안 출신 검사다. 기소 기술자인 검사들은, 어떻게든 기소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재판으로 넘어가면 무죄 판결도 쉽지 않다. 3인은 호랑이를 만들 수 있고, 판사는 믿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2년간 법적절차로 고생하다 보면, 정작 진실이 밝혀지는 중요한 공판 현장 법정에는 기자들이 거의 없다. 그리고 언론도, 대중도, 심지어 지지자들도, 그동안의 과정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관심은 멀어지고, 남는 건 본인과 가족의 고통 뿐이다.

 

(참고)
유시민 이사장은 피의자 신분이자 참고인인 김경록씨와 공개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검찰, 언론과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런저런 발언으로 고발까지 당한 유시민 이사장은 10월 12일 강연에서, 검찰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저에 대한 고발은 허위사실유포와 업무방해인데 제가 누구의 업무를 방해하고 어떤 허위사실을 유포했느냐"며 "제가 생각하기엔 고발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만약 검찰에서 저에게 출석요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에서 저를 만나시려면 법원에 가서 구인장이나 체포영장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또는 보수(혹은 중도표방) 사이트에는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비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적 절차에 최소한 소극적으로만 응하겠다는 것을 칭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제1야당 총수 황교안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와 비교해보면, 유 이사장은 법을 전적으로 무시하겠다는 것도 아니니, 이 또한 상대적 비난의 아이러니 속에 놓인다. 체포영장은 누구에게 먼저 발부될까.

 

한편, 패스트트랙 수사에 비협조적인 자한당 의원 혹은 그 지지자들이, 김경수의 성실한 수사 협조를 인정하고 기억하기라도 하는가? 언론이 그 과정을 더 알아주길 하나? 진실은 잘 밝혀지며,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가?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혹은 솔직하게 제공한 모든 것들이 역으로 언론 또는 검찰에 이용되고, 정치적 공격은 물론 판결까지도 불리하게 돌아오지는 않았나?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은 순진하고 바보같은 행동이 아닌가?

 

아니다. 물론... 수사에 협조하여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맞고, 법적 절차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 맞다. 당연히 이성과 상식을 지닌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권력에 가까운 정치인들일수록, 더 그래야 한다. 비록 과정이 답답하고, 결과가 뜻대로 안 되더라도, 김경수의 방식이 맞다.

 

그런데 왜 그 선택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가. 

참으로 우울한 정치 현실이다.

우리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란다.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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