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new beginning comes from some other beginning’s end. 모든 새로운 시작이란 또 다른 시작의 종말에서 나온다” –세네카(Seneca), 고대 로마 정치가, 철학자-
만약 마야력(Mayan calendar)을 믿어 2012년인 내년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 걱정은 멀리 던져 버리고 푹 쉬면서 편안하게 보내라. 종말은 오지 않는다. 시간의 종말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다.
최근 2012년 12월 종말론이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4대통신사 가운데 하나인 영국의 로이터(Reuters)는 최근 인터넷판 뉴스에서 'Mayans never predicted world to end in 2012-expert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마야인들은 결코 종말을 예견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마야력에서 새로운 주기의 끝과 시작일뿐
로이터 통신은 최근 멕시코에서 열린 고고학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고고학 전문가의 말을 인용,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2012년 종말론은 새로운 주기(cycle)의 시작과 끝에 대해 밝힌 마야 비문을 잘못 이해해서 생긴 일”이라고 전했다.
고대 마야인의 마야력의 옛 주기는 2012년 12월 21일경에 끝이 난다. 이로 인해 세상의 종말과 관련된 온갖 이론과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마야 비문을 잘못 읽어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호세 아구에레스(Jose Arguelles)는 마야력의 종말론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작가다. 그는 1987년 '마야 팩터(The Mayan Factor)'라는 책을 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그는 이 책에서 마야인들이 2012년 12월 21일 자신들의 오랜 역사가 끝난다고 밝혔다고 썼다. 그는 그것을 “우리가 아는 시간의 끝 the ending of time as we know it”이 되는 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구에레스는 그것을 종교, 예언 등에 오르내리는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진보의 신화 the myth of progress’가 완결되는 것이라고 썼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물질만능에 기반한 문화는 무너지고 예술, 창조 그리고 화합의 시대가 번창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그의 책은 온갖 억측 속에서 세상의 끝이라는 종말로 해석되어 왔다. 일부 사람들은 이날에 ‘세계적인 대재앙’이 예고돼 있다고 믿고 있다.
세계적인 대재앙? No
로이터 통신은 11월 말 고대 마야 도시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에 있는 팔렝케(Palenque)에서 시작된 고고학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마야력이 말하는 끝이란 한 창조의 시대가 끝나고 다른 창조의 시작을 의미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이 곳은 멕시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세계 각지에서 온 고고학 전문가들은 ‘마야 문명과 시간의 개념(Mayas and Time Conceptions)’이라는 주제로 1주일간 학술회의를 가졌다. 여기에서 그들은 마야력의 끝은 대재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기의 시작이라는 주장에 의견을 같이 했다.
시간의 연속성은 끊임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마야력의 내년 12월 21일은 마지막 날이자 새로운 날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얄궂게 표현하자면 2011년 12월 31일에서 다시 2012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날에 불과할 뿐이다.
한편, 멕시코 국립 자치대학교(UNAM)의 식각법(蝕刻法, etching) 전문가인 에릭 벨라스케즈(Erik Velasquez)는 마야력을 이용한 ‘지구 종말’은 이를 활용해 돈을 벌려는 업체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서구의 메시아 사상이 고대문명을 왜곡시켜
“우리는 이 문제를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마야 비문 어디에도 2012년에 대한 예언은 없습니다. 오직 마케팅 수단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습니다.”
멕시코에 있는 국립인류사연구소(The National Institute of Anthropological History)는 이러한 세상의 종말을 예견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연구소는 이러한 성명서를 냈다. “서구의 메시아 사상이 고대 마야문명과 같은 화려했던 인류문명에 대한 세상사람들의 생각을 왜곡시키고 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 콤푸루텐세(Complutense) 대학의 알폰소 라데나(Alfonso Ladena) 교수는 당시 마야인들이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구온난화, 질병, 그리고 인류사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당시 마야인들이 살던 곳은 하나의 도시 규모였기 때문에 인류라는 개념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대재앙으로 다가올 지구온난화, 또는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이 녹는 일은 예상하지도 못했습니다. 마야인들은 극지방에 눈이 있다는 사실에 관심도 없었습니다.”
“현대인의 걱정거리를 마야인들에게 씌우려 하고 있다”
▲ 마야문명은 현재 멕시코 남부지역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가 900년경 갑자기 사라졌다. 한 어린 소녀가 허물어져 가는 고대 마야 사원 앞에서 예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