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도 저렇게 웅장했을까요 ?  아니라고 봅니다.)


고대 그리스 병사들의 식사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해 놓은 곳은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입니다. 그러나 이 서사시들은 청동기 시대의 이야기로서, 도리아인들의 도래 이전,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양분되는 그리스 시대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 나오는 병사들의 식사는 주로 육류입니다. 생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나오지 않고, 주로 돼지나 소를 통구이 형식으로 먹는데, 솥단지 같은 것이 운동경기의 상품으로 언급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솥을 이용해서 요리를 하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고, 끝이 갈라진 쇠꼬챙이 같은 것을 이용하여 모닥불에서 구워먹는 장면만 열심히 묘사됩니다. 또, 곡식에 대해서 언급되는 부분도 거의 없는데, 기껏해야 구운 고기 위에 보릿가루를 뿌려 먹는 (식성도 참 이상하다!) 장면이 묘사될 뿐입니다.




(의외로 육류를 꼬챙이에 꿰어 굽는 이미지를 찾기가 어렵네요...)


호머의 일리아드나 오딧세이만을 읽은 분들께서는 고전적인 그리스 시대의 생활상이나 전쟁의 양상에 대해 매우 그릇된 인상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헤로도투스의 역사 앞부분에 자세히 언급이 되어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언급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음식 부분에 대해서만 말하도록 하지요.


먼 저, 그리스는 먹을 것 부분에 있어서는 그다지 풍요로운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애초부터, 지형이 대규모의 밀 농사에 적합하지도 않았고, 바다에서 엄청난 어획량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흔히 그리스는 해안선이 길기 때문에 수산물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들 하지만, 실제로는 어획량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바다의 밀"로 알려졌던 중세의 북해산 청어에 비하면, 무척 보잘 것 없는 양의 생선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펠로폰네소스 반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애초부터 식량을 자급자족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주로 수입 곡물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고대 그리스인들은 먹는 것이 신통치 않았는데, 주로 밀과 보리 등으로 만든 maza라는 이름의 납작한, 부풀리지 않은 빵같은 것을 먹었습니다. 이는 빵만드는 방법이 아직 그리스에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고, 빵을 만들기에 적합한 밀가루가 비쌌기 때문이었습니다.  Maza는 대개 보리 같은 것으로 만들었거든요.  이걸 구워놓으면 곧 굳어서 딱딱해졌는데, 식사를 할 때는 이걸 포도주나 물 같은 것에 적셔서 거의 죽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뭐 일종의 시리얼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거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지요 ?  축제 때는 특식으로 밀가루로 만든 부푼 흰빵을 먹는 정도였으니, 그리스 아저씨들도 먹는 낙은 별로 없었나 봅니다.  아, 이 장면에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고향 할머니에게 가져다드릴 흰빵을 모으는 장면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


육 류는 정말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육류라는 것은 정말 귀한 것으로, 일반 서민부터 부유층까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었고, 축제 때에나 한번 먹어볼까 하는 음식이었습니다. 최근에 많이 읽혔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갈리아 인들은 멧돼지 다리를 뜯는 동안 로마인들은 밀가루로 만든 빵과 죽을 선호했다고 씌여있었는데, 사실은 로마인들이 고기를 싫어했다기 보다는 없어서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대신 생선 종류는 그래도 좀 나은 편으로, 일상적으로 소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어로 '맛있는 것, 고기'라고 하면 생선을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 전통은 로마시대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로마인들도 육류는 별로 맛보지 못했고, 생선류를 대신 즐겨 먹었습니다. 케사르가 갈리아 원정의 성공을 축하하며 로마 시민들에게 베푼 연회에서 제공된 음식도 주로 빵과 뱀장어 구이였다고 합니다.




(사진 속의 설명대로 입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 같은 것은 오딧세이에 나오는 것과는 달리, 일반 그리스인들에게는 정말 먹기 어려운, 1년에 한두번 먹는 진미였고, 대개는 물고기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비교적 풍부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올리브와 포도였습니다. 기후 및 지형상, 그 두가지 농사가 잘 되었던 것입니다. 더더구나, 이 두가지는 기름과 포도주의 형태로 가공되어 장기 보존이 가능했기 때문에, 해외로 수출이 가능하여, 가난한 도시 국가들이 외국의 곡물을 사들일 수 있는 돈줄이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웃기는 일은 현대에 와서는 올리브 오일이나 포도주 모두 그리스산이 유명하다는 이야기 못들어봤다는 것이지요.)




(저기 올리브 가운데는 뭘 박아넣은 거지요 ?  생각해보니 통조림 올리브 외에는 본 적이 없네요.)


특 이할 만한 점으로, 그리스인들은 포도주에 항상 물을 타서 마셨습니다.  사실 이렇게 포도주에 물을 타마시는 풍습은 특이한 것은 아니고, 중세에도 이렇게 물탄 포도주를 많이 마셨습니다. 물과 포도주의 비율은 사람마다 틀렸지만 대략 50:50의 비율이었습니다. 일부 프랑스 학자들은 그리스의 포도주는 너무 진득진득할 정도로 진했기 때문에 물로 희석시켜 마셨다고 하지만, 그건 프랑스인들의 포도주에 대한 집착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야기같고, 실제로는 아껴마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포도주를 물로 희석시켜 마시는 풍습은 로마시대는 물론이고, 중세 시대까지 이어졌으며, 포도주에 물을 너무 많이 타면, 손님들은 주인이 너무 인색하다고 비웃곤 했습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물로 희석한 포도주를 마시는 이유로, 원래 포도주를 그대로 마시면 취해버리기 때문에 그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스파르타의 어떤 왕은 스키티아인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풍습대로 물로 희석하지 않은 포도주를 그대로 마시곤 했는데, 결국 미쳐버렸다고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오늘날 우리들이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보다 더 포도주를 자주 마셨기 때문에, 실제로 이렇게 묽게 하지 않으면 모두가 알코올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을 상당히 해쳤겠지요.




(물탄 거라도 좋으니 좀만 더 줘.... 그리스의 술잔은 워낙 납작해서 한번에 많이 마시지도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병사들은 무엇을 먹고 마셨을까요 ?


가 장 구체적인 묘사는 크세노폰의 페르시아 원정기(Anabasis)에 나옵니다. 1만명에 달하는 그리스 용병들이 페르시아 제국에서 빠져나와 그리스 접경 지역까지 왔을 때, 당장 먹을 식량이 부족했습니다. 이때, 용병 중의 한명이 스스로 전술가이며 장군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며, 장군직에 임명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병사들은 당장 먹을 것을 마련해준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때 이 '장군직 희망자'가 마련해온 식량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무명이 보리가루를, 스무명이 포도주를, 세명이 올리브를, 한명은 마늘, 나머지 한명은 양파를 각기 들 수 있는 만큼씩 들고 왔다'




(크세노폰 일행이 도착한 뒤 감격하고 있는 이곳은 지금의 터키령인, 흑해 연안의 소아시아 북부 해안입니다.)



뭔 가 상당히 빈약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 실제로 이 '장군직 희망자'가 가지고 온 식량은 약 8,000 ~ 9,000에 이르는 병사들에게 각각 1일치 식량도 되지 못했기 때문에, 장군직은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양이 아니고, 목록입니다. 이 병사들은 행군 중에 빵을 구울 화덕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므로, 이 보릿가루로 maza라는 부풀리지 않은 빵을 만들어 먹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양념으로 올리브와 마늘과 양파를 넣었겠지요. 현대적인 식단에서 보자면 채소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것입니다. 실제로, 그리이스 사람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19세기까지도 채소는 별로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 채소는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하는 가난한 사람들만 먹었으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채소를 싫어했고, 별로 재배하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주로 지방과 전분 위주의 식사를 했던 것입니다. 로마군의 식량 목록을 보더라도, 주로 밀과 콩, 포도주, 그리고 양념으로 양파와 식초 이야기만 나오고, 채소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HBO의 미니시리즈 'Band of Brothers'를 보더라도, 미군 장교들이 장교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menu가 고기국물(gravy)를 잔뜩 끼얹은 고기 한덩어리 (아마도 meat loaf였던 듯) 외에는 아무 것도 없던 것이 기억나십니까 ?

 

참조서적 :

 

Iliad by Homeros (Penguin books)

Anabasis by Xenophon (Penguin books)

빵의 역사 (하인리히 야콥, 우물이 있는 집)

먹거리의 역사 (마귈론 투생-사마, 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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