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위에서 보는 세상 그리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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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위에서 보는 세상 그리고 생각....

Helen of T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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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카추언 강 가까이 있는 울 동네의 아름다운 자전거 길에서...

 

 

요즘 나는 매일 아침마다 자전거를 잡아 타고 울 동네 구석 구석을 쏘다닌다.

하루에 최소한 한번은 기본이고, 어떨 때는 두 세번도 자전거를 타고 훌쩍 집을 나서서

짧게는 두시간 길게는 네시간을 길 바닥에서 보내고 있다.

 

지난 10개월 내내 거의 쉬는 날없이 연속 일에 쫓기며 살다보면,

자연히 피곤한 몸의 상태에 따라서 주어진 하루를 보내게 되다가도,

여름 방학이 되어서 일상의 의무와 책임감에서 잠시 벗어나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도 하고, 생각이라는 것도 해 보고,

오랜만에 미래에 대한 꿈도 꾸어 볼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었던 것들 중 하나가 자전거를 제대로 타 보는 것이었는데

한국에서 돌아 오자마자, 시차적응이 늦어지면서 새벽에 뜬 눈으로 지세우기 보다는

아침  대여섯시가 되면 훤해져서 일단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조용한 아침 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택가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편하게 여러군데에서 연결이 된다.

 

주택가의 평범한 길은 물론 , 그리고 도시를 강북 강남으로 나누는 사스카추언 강을 포함해서 

이렇게 시내에서 고압선이 지나가는 길을 조경공사와 함께 자전거 전용도로로 조성을 해서

시민들이 바로 집에서부터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양 길가에는 늘 야생화가 만발해서 향도 좋고,

요즘에는 야생 레스베리가 많이 열어서 맘만 먹으면 아무데서 서서

잘 익은 레스베를 입술이 벌겋게 되도록 따 먹는 재미도 솔솔하다. 

 

 

 

자전거를 오래 타고 울동네를 비롯해서, 옆동네, 멀리있는 동네를 쏘다니면서

자전거 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기회가 주어져서

내심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잊고 살던 세상 사는 이치를 새삼 터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막내딸이 보조바퀴를 빼고, 두바퀴 자전거를 배울 때에

행여나 딸이 넘어지거나, 충돌사고라도 일어 날까바서

뒷뚱거리면서도 조금씩 속력을 내서 달리는 4살된 딸아이의 자전거 뒷꽁무니를 쫓아 다녔다.

하지만 30대 초반에 큰딸이 자전거를 배울때는 거뜬히 그 뒤를 지치지도 않고

잘도 쫓아다닌 것과 달리 막내때는 체력도 딸렸다.

그리고 그때까지 자전거를 못 타던 나는 늘 가족과 함께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싶었던 차에

40을 넘긴 노년(?)의 나이에 체면도 팽개치고 막내딸과 함께 자전거를 배울 작정을 하고

헬멧은 물론, 애들처럼 무릎과 팔꿈치에 패드까지 차고 그렇게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약 10년 전에 택지조성을 한 울동네에는 자연 녹지도 많고,

인공호수, 공원이 조성되면서, 그 주위로 산책로가 거미줄처럼 잘 만들어져서

일단 집만 나서면, 한번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도 두세시간 잘 돌아 다닐 수 있다.

 

현대의 도시에서는 필수인 전기를 공금하는 고압선이 지나가는 길을 그냥 방치하기 보다는

공원으로 조성해서 외관적으로도 보기 좋고, 

 

또 산책로와 동네길과 거미줄처럼 연결이 잘 되어서 

 쉽게 느긋하게 산보도 하고, 조깅도 하고, 산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찻길과도 연결이 되기도 하고,

그리고 그런 곳엔 반드시 깜빡거리는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가 있어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나는 원래 운동에 소질도 없고, 워낙 늦게 배운 자전거 실력이라서,

가족과 함께 로키산맥의 길고 조금 힘든 트레일을 달릴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동네 주변 공원길을 달릴 때도 늘 뒤로 축 쳐져서 가족을 따라잡기에 급급하고,

일정 시간과 거리마다 헐레벌레 힘들게 따라 오는 나를 가족들이 기다려주기 일쑤이다.

 

그리고 다른 가족처럼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배워서 유연한 동작으로 길의 장애물을 가볍게 피해가고,

긴 경사진 길도 날렵하게 오르기도 하고,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질주하기 보다는

앞에 놓인 장애물을 보면 뻣뻣한 몸으로 조심스럽게 겨우 피해 가거나,

넘어질까봐서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 가기도 한다.

그리고 경사 각도가 조금 높거나, 그 구간이 길어지면, 도중에 내려서 역시 걸어 올라가고,

남들은 신나서 쏜살같이 달리는 내리막길의 가속이 무서워서, 연신 브레이크를 걸고 내려가다 보니

당연히 나는 일행과 처지게 되고, 따라서 미안해지고, 스트레스도 생겨났다.

 

거기다가, 겨울이 길고 춥다보니, 봄도 늦게 오고,

그나마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름도 짧은 우리동네에서

비오고 바람부는 날, 성가신 모기가 없는 날,바쁜 날, 피곤한 날을 제외하다 보면

자전거를 지속적으로 오래 탈 시간과 횟수가 부족해서, 타기 시작한지 10여년이 넘어도

나의 자전거 실력은 늘 초보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가족의 타박을 감수해야 했다.

 

 

 

여기서부터 힘든 오르막길이 시작...

 

왼편에는 새로 지어진 최적하고 커다란 시립 종합 레크리에션 센터가 있다.

이곳엔 대형 수영장과 4개의 아이스 링크, 실내트랙, 스쿼시장, 사우나 등

다양한 시설이 시민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언덕은 저 꼭대기에서 죽 이어져서, 여기서부터 죽을 힘을 다해서 페달을 밟아야한다.

 

드디어 다 올라오면 두갈래로 길이 나누어진다.

 

 

한국여행에서 돌아와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새벽이 되어도 잠 잘 기미가 없어서

5시 즈음에 이슬로 축축하지만 조용하고 상큼한 새벽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도 차도 없는 한적한 길에서 편하고 자유롭게

선글라스를 써도 눈부신 아침 햇살과  싱그러운 나무, 지저귀는 새들

그리고 파란 하늘과 구름이 있는 길을 달리다 보니, 묘한 희열과 행복감이 밀려 왔다.

 

그런 기분에 이끌려서, 3주동안 무엇에 홀린듯이 매일 집을 나서다 보니,

점점 체력와 스태미나가 좋아지면서, 조금씩 집에서 멀리, 오래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그러면서, 힘들게만 느껴지던 자전거가 재미가 붙고,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언덕 꼭대기 위에 올라서면 다른 동네로 이어지는 구름다리가 기다리고 있다.

 

다리 건너편에는 막내가 태어나고 세아이들이 성장한 집이 있어서

여전히 아이들에게 'Home" 의 존재로 남아 있는 동네가 있는 곳이다.

왼편에 있는 커다란 건물은 예전에는 우리가 걸어서 미사에 참석하던 동네 성당이다.

 

다리 아래에는 널찍하게 난 동네 준고속도위를 차들이 빠르게 질주한다.

 

 

이른 아침이라 길에 아무도 없어서 오늘은 작정하고 자주 다니는 자전거 코스 한군데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여기서부터 신나게 질주할 수 있는 긴 내리막길이 나온다.

 

커브가 장난이 아니어서 스릴만점...

 

 

나의 체력과 자신감에 비례해서 늘 편하지 않고, 주저하던 어려운 코스의 길도

감히 시도를 해 볼 용기가 생기면서, 가파르게만 느껴지던 구름다리가 있는 길도

끝까지 못 오르고, 중간에서 비굴하게 자전거를 낑낑 밀고 올라가는 대신,

포기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낮은 기어로 달려서 기어가는 수준으로 뒤뚱거리면서도

끝까지 하루에도 서너번씩 올라가다 보니, 조금씩 그 언덕이 만만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까지 올라가서 예전에는 위의 사진처럼 심하게 경사진데다가,

굽이굽이 도는 내리막 커브길을 달릴 때는 점점 불어나는 가속이 두려워서

시종 브레이크르 걸고 주춤주춤 내려가다가 찻길이 보이면 아예 멈추었다가 걸어서 건넜는데,

이제는 오히려 가속이 붙어서 질주하는 것이 맛을 알게 되고, 여유있게 찻길을 건너간다.

 

저 아래에 보이는 찻길 오른편에 아이들이 늘 그리워하는 옛날 집이 있다.

이 길을 가다가도, 일부러 그 집 앞을 꼭 지나가면서,

지금 살고 있는 주인이 "우리" 집을 잘 간수하고 가꾸는지 시찰을 하곤 한다.

 

여기서부터는 차원이 사뭇 다른 길로 변하는데,

전문가들도 힘들어하는 코스라서 내겐 여전히 두려운 구간이다.

 

저 멀리 에드먼턴 시의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도시 중간을 가로 지르는

길이 1300 km에 달하는 북 사스카추언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낮은 강 유역으로 이어지는 길은 급 커브에 경사가 장난이 아니지만,

그나마 내려가는 길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달려본다.

 

다행히 완전 숲길오 변하는 이 중간지점에 평탄한 길이 있어서 숨을 고른다.

 

조금씩 가속이 붙기 시작하자 손에 땀이 배인다.

 

 

 

주택가 주위의 왠만한 코스는 딱 달라붙는 jersey를 입고

단단하고 근육질의 허벅지의 힘으로 페달을 날렵하게 밟고 달리는 프로만큼은 아니어도

뻣뻣함 몸으로 어설프게 앞만 보고 달리는 초보의 딱지를 벗고 나름 유연하게 달리게 되면서,

자전거 안장 위에서 차가 오는지 뒤도 보고, 주위의 차들에게 잠시 핸들에서 손을 띄고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신호도 보내고, 양 옆에 펼쳐지는 모습을 관찰 할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 달리기에 급급함이 사라지면서, 눈과 귀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보이고 들리는 사람이나 물건과 풍경에 대한 느낌이 생기자,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머리까지 조금씩 바빠졌다.

특히 새 동네에 완공을 앞 둔 집들의 새로운 건축양식이 실용적인지, 아닌지

미적 감각이 골고루 배었는지, 그저 평수를 자랑하고 싶어서 졸부 냄새가 나는지,

친환경적면이 추가되었는지 등등 쉬지않고 계속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주인의 개성과 취향, 그리고 부지런함이 잘 드러나는

집 앞의 정원와 조경 상태는 내가 제일 즐겨서 평을 아끼지 않는다.

잡초가 무성하거나, 잔디가 수북하게 자랐거나, 주인의 손길이 가지 않은 정원을 보면

게으른 주인을 탓하기를 서슴치 않고,

반대로 누가 봐도 주인이 손길과 정성이 배인 잘 정돈된 정원을 만나면 집 주인이 존경스럽고,

새로운 종자의 꽃이나 나무, 소품이나 조경방식을 눈여겨 보는 내 자신의 변화에

내 특유의 밑도 끝도 없는 호기심과 오지랖이 슬슬 발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즐기는 코스도 강을 따라서 죽 있지만,

나는 걍 패스~~~

 

요즘 래스배리와 블랙베리를 포함해서 오만 베리와 열매가 익고 있어서

새들이 포식을 하고 있다.

 

 

급커브를 한참 내려 오다가 바라다 본 하늘이 푸르다 못해서 시리다.

 

2년 전에 포장이 되어서 내려가는데 무척 수월하지만

반대로 올라 갈 때는 1/4만 타고 나머지는 걸어 올라가는데,

워낙 경사가 지고, 길어서 걷는것도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기운을 쏙 빼게 한다.

 

 

참고로,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사스카추언 강은 로키 산맥의 빙하가 녹은 물로 시작해서

동쪽으로 알버타 주를 거쳐서, 이웃 주인 사스카추언 주에서 합류해서

동쪽으로 약 1300 km를 계속 흘러서 매니토바주의 거대한 위니펙 호수로 흘러들어 간다.

 

9월 중순의 북 사스카추언 강가에서...

 

 

여기서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고 가지 않으면

가속이나 커브를 조절하지 못하고, 바로 저 깊은 강물로 바로 가는 수가 있어서

카메라 촬영은 여기서 그만 접고,

지금까지 한번도 건너보지 못한 저 고속도로 다리를 건너서

지도에서만 보고 듣던 새동네로 입성을 해서 발동걸린 나의 호기심과 오지랖을 충족하고

(너무 멀리 간 탓에 겨우 겨우 기다시피 )돌아왔다.

 

 

 

20여년을 이 동네에서 둥지를 틀고 오래 살았지만,

도시의 전반적인 발전과 함께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서 날로 새동네가 생겨나기도 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겉핧기 식으로 가 본 거대한 강 유역의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가 있는 숲이 있는

우리 동네를 차를 운전하면서, 혹은 걷는 것과 달리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관조하듯이

달리는 재미가 솔솔해지면서, 생각도 조금씩 깊어져갔다.

 

내가 많은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갱년기를 우려하던 증상없이 잘 넘긴 제일 큰 이유는

장애아들을 비롯해서 세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일 하랴 다양한 취미활동까지 하느라

바쁜 일상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큰딸도 독립해서 집을 떠났고, 복덩이 아들도 고맙게 건강하게 직장도 잘 다니고,

막내까지 대학을 들어가게 되니, 법적으로 돌보아야 할 의무를 다 마치고 나서야,

싫던 좋던 지금까지 뒷전으로 밀려서 서먹하고 생소한 내 자신을 돌 볼 여유가 생긴 듯 하다.

 

내가 오랫동안 바라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자,

맡은 일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대견함이 들기도 하고,

왠지 무겁기만 하던 어깨의 짐을 내려 놓은 듯한 자유와 해방감도 든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 보다 마냥 좋기만 하기 보다는,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일들이 점차 없어진다는 헛헛함도 스물스물 올라오고,

내가 늘 매달려서 힘겹게 이루어 놓은 것들이 부질없고 하찮아 보이기도 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맥없이 멍하게 가라 앉기도 하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들기 시작했는데,

우연찮게 자전거라는 동반자가 생겨서 (솔직히 얼마나 오래 갈런지 장담은 못하지만)

그 여정길이 덜 지루하고 답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무모하게 너무 멀리까지 가서, 뻣뻣해진 다리를 겨우 달래서 집에 돌아 오면서...

 

 

이처럼 길거리에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나처럼 늦깍기로 자전거를 배웠듯이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고,

그리고 비록 초반에는 두렵고 힘들어서 피하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미련스럽게 오래  밀어부치고 반복을 하다보면,

어느덧 요령도 생기고, 재미도 붙으면서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터득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자전길처럼 우리네 인생길도

때론 힘들고 지치는 오르막 길이 있으면

언젠가는 숨돌릴 수 있는 평지도 나오고,

힘 안들이고 그냥 굴러가는 내리막길도 나오고,

긴장과 재미를 안겨다 주는 커브길도 나오기 마련인 것을 몸으로 깨닫기도 하고,

이렇게 굴곡이 있는 인생이 왠지 더 풍요롭고 살맛나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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