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하고 가벼운 새 자전거 친구

 

 

나는 운동을 잘 못한다.

시쳇말로 심각한 몸치이다.

더우기 한쪽 눈 시력이 아주 나빠서

사물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Depth vision이

고작 2%밖에 되지 않아서

다양한 운동에 꼭 필요한 거리측정과

hand-eye co-ordination이 서투르다.

입체감이 떨어져서 3-D 영화나 composite 사진도 제대로 못 본다.


그래서 농구나 축구, 하키처럼 공을 꼴대에 넣어야 하거나,

테니스, 골프, 배드민튼처럼 라켓이나 채로 공을 쳐야할 때에

나름 내 자신은 움직이는 공을 주시하는데도

늘 헛치거나, 헛발질을 하거나, 던지는 공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꼴대가 움직이는 공을 치거나 받거나 하지 않아도 되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실력 차이로 눈치를 보지 않고

그저 편하게 혼자서 내 페이스대로 할 수 있는

달리기와 걷기 rowing(조정/카누타기), 그리고 자전거 타기뿐이 없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어릴 적에 자전거 타기를 배우지 못하다가

막내딸이 자전거를 배울 즈음에 만 41살이 되어서 겨우 배우게 되었다.

원래 몸치이다 보니 겨우 앞으로 전진만 할 수 있는 실력이라서

사람이나 차 그리고 장애물에 부닥칠까봐 자전거 타는 횟수가 별로 없다보니

실력이 좀체 늘지 않았다.




가볍고 바퀴의 폭이 좁아서 빨리 달릴 수 있는 Road bike



매년 로키산맥으로 떠나는 가족여행을 갈 때면

늘 자전거를 차에 주렁주렁 달고 가서 가족이 함께 산길을 달리곤 한다.

로키 산맥 숲 속엔 언제 어디서 곰이 출현할 수도 있는 지역이라서

늘 최소 서너명이 함께 이동해야 하는 것이 안전하기에

체력도 자전거 실력도 한참 뒤처지는 엄마를 일정거리를 달린 후 기다려 주거나

답답하게 내 페이스로 천천히 달려서 함께 이동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신나게 로키를 누비지 못하는 식구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따라서 나는 늘 미안했고, 주눅이 들었다.


그렇게 자전거 타기 실력이 좀체로 늘지도 않고, 따라서 재미도 못 부치다가

2012년 프랑스와 스페인 여행 중에 프로방스 지방에 11일간 머무는 동안

마침 Tour de France 자전거 경기가 열리고 있었고,

그 경기 코스를 따라서 많은 사이클 팬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함께 이동하면서

사이클도 즐기고 경기도 지켜보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이클리스들이 내가 상상한 것과 달리

근육질의 젊고 건실한 20-30대가 아니라

대부분이 둥글둥글 늘어진 몸매의 50대 후반에서 주로 60대

심지어 70대 층이 제일 많아서 놀랐다.


알프스 산의 도입부라서 언덕도 많고 굴곡이 많은 길인데도 불구하고

나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신 분들이 편하고 여유롭게 그룹을 지어서

함께 즐기면서 사이클링을 하는 모습을 보고, 더 늦기 전에

나도 한번 제대로 사이클링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을 했다.

그래서 가족한테 받았던 압박과 서러움(?)에서도 벗어나 보리라 굳게 다짐을 했다.





 

2011년에 구입해서 8년간 타서 정이 든 mountain bike




프로방스 여행 이듬해인 2013년 봄부터 비가 내리거나

아플 때만 빼고 매일같이 자전거를 최소한 1시간동안 타기 시작했다.

워낙 몸치로 시작해서인지, 겁도 많고 대처 능력도 떨어져서

자주 넘어지기도 하고, 부닥치기도 해서 다리가 멍 투성이었지만

왠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매일 길을 나섰다.


그 결과 그해 8월에 떠난 로키 가족 여행 중에

5개월간 열심히 달린 덕분에, 가족의 페이스를 맞추어서 자전거를 탈 수 있었고,

덤으로 전과 달리 가뿐하게 해발 3,000 미터가 넘는 산을 가뿐하게 오를 수 있었다.

2014년 여름 로키 여행때는 아예 내가 앞장을 서거나,

높은 언덕도 혼자만 거뜬히 올라가서 가족들을 놀라케 했다.

그리고 매년 3-4주 동안 유럽 여행을 다니는 중에

폭염 속에서도 매일 최소 9-10시간을 걸어 다닐 수 있는 근력도 생겨났다.


자전거 타기에 실력이 늘어가자, 자신감과 재미가 붙게 되고,

체력도 좋아지자, 자연히 살도 빠지고, 건강도 좋아지자,

자전거 타기가 내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게 되었다.


올해 어머니날에 남편이 큰 맘 먹고 가볍고 질좋고,

평판이 좋은 새 자전거를 선물로 준비해 주었는데,

자전거가 배달된지 이궁 후에 네덜란드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제대로 타 보지 못하다가

여행에서 돌아와서야 새 친구와 함께 3일째 길바닥을 누비고 다녔다.


2011년에 구입한 자전거는 내가 처음으로 자전거를 제대로 타는 연습한 자전거로

일주일에 평균 200-250 km 일년에 겨울을 제외하고 약 33주 달렸으니

8년동안 지구 한바퀴 반에 달하는 6만 킬로미터를 나와 함께 한 파트너여서

선뜻 새 자전거로 갈아 타기에 배신을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올해 새로 만난 새 파트너와도 오랫동안 좋은 길동무가 되길 바래 본다.


늘 몸치라서 몸을 도사리고 살다가

실제로 부닥치고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하면

운동에 젬병인 나도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자전거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서 다음에는 수영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추운 겨울철에 일단 시도를 해 볼까 생각 중이다.

그래서 몇년 후에 자전거 타기와 비슷한 경험 후기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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