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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인가..

이끌림
눈과 눈1894

靈魂(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정원)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기형도 - 꽃
KISS, 1897
Oil on canvas 99 x 80.5 cm

Edvard Munch <키스>
KISS IV, 1902
Woodcut with gouges and fretsaw 470 x 470 mm

Edvard Munch <키스>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기형도 - 희망


그대, 아직 내게
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
그대여,
X자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
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
장기 두는 식으로 용감히 떠난다고
짧게 말하였다.
하늘나라의 달.

TOWARDS THE FOREST II, 1915
Woodcut with gouges and fretsaw 504 x 647 mm

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 돌아왔다.
우리 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 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 옷으로 지천을 떠돌고 있다.
아아 난간마다 안개 휘파람의 섬세한 혀만
가볍게 말리우는 거리는 너무도 쉽게 어두워진다.
나의 추상이나 힘겨운 감상의 망토속에서
폭풍주의보는 삐라처럼 날리고
어디선가 툭툭 매듭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내가 떠나기 전에 이미 나는 혼자였다.
그런데
너는 왜 천국이라고 말하였는지.
네가 떠나는 내부의 유배지는 언제나 푸르고 깊었다.
불더미 속에서 무겁게 터지는 공명의 방
그리하여 도시,
불빛의 사이렌에 썰물처럼 골목을 우회하면
고무줄처럼 먼저 튕겨나와 도망치는 그림자를 보면서도
나는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떨리는 것은 잠과 타종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내 유약한 의식이다.
책갈피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우리들 창백한 유년,
식물채집의 꿈이다.

여름은 누구에게나 무더웠다.

VAMPIRE, 1893-94
Oil on canvas 91 x 109 cm
잘 가거라,
언제나 마른 손으로 악수를 청하던 그대여
밤 세워 호루라기 부는 세상
어느 위치에선가 용감한 꿈 꾸며 살아있을 그대.
잘가거라 약기운으로 붉게 얇은 등을
축축이 적시던 헝겊같은 달빛이여.
초침 부러진 어느 젊은 여름밤이여.
가끔은 시간을 앞질러 골목을 비어져나오면
아, 온통 체온계를 입에 물고 가는 숱한 사람들
어디로 가죠? (꿈을 생포하러)
예? 누가요 (꿈 따위는 없어)
모두 어디로, 천국으로
세상은 온통 크레졸 냄새로 자리잡는다.
누가 떠나든 죽든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있으라, 누구든 살아있으라.
턱턱, 짧은 숨쉬며
내부의 아득한 시간의 숨 신뢰하면서
천국을 믿으면서 혹은 의심하면서 도시,
그 변증의 여름을 벗어나면서.
기형도 - 붉은 달
이별 Separation (1894)
oil on canvas 115x150cm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 집 -기형도-

Edvard Munch <질투>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뭉크의 그림과..
기형도 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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