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선물

가 부 장 제(家父長制, patriarchy) 정리

작성일 작성자 박김수진


가 부 장 제(家父長制, patriarchy)

 

 

박김수진

 

 

 

1. 가부장제 정의

 

 

가부장제라는 용어는 오늘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대변하는 말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가 가족을 중심축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가부장제는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들 즉, 가부장들의 연합체가 여성들을 지배하는 체제로 이해할 수 있다. 가부장제는 크게 두 가지 수준의 지배가 접합된 구조로 이해할 수 있는데, 하나는 가족 내에서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지배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수준에서 아버지들의 연합체가 여성을 지배하는 것이다(이종영, 2001). 가부장제는 남성적 질서가 사회적 수준에서 지배적인 힘을 발휘하게 하는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성적 질서 자체는 그러한 질서가 가능할 수 있는 정당화의 이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즉, 남성 중심적 관점은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강요됨으로써, 그것을 합법화시킬 목적으로 담화 안에서 재차 서술될 필요가 없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왔다((Bourdieu, 1998). 이를테면, 남성으로 대표되는 모든 언어들, 남성의 관점으로 정의되는 모든 개념들, 성별 구분이 되어 있는 노동의 종류와 노동 공간들 등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개념, 공간, 구조는 남성적 시각․질서에 의해 구조화 되어 왔다. 요약하면, 가부장제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회 구조와 관습의 체계이다(Walby, 1996).

 

 

가부장제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적 위계 구조를 확립함과 동시에 가족 성원간의 위계를 생산한다. 또한 가부장 연합체로서의 가부장제는 사회적 위계 구조를 만들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의 가치와 내용을 남성 중심의 체제로 조직화한다. 사회제도로서의 가부장제는 남성 중심의 성 각본을 만들어 내고, 제도 결혼의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며, 제도로서의 가족과 가부장적 조직의 조직화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게 한다.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한 전 사회의 영역들 즉, 교육, 노동, 예술, 문화, 역사, 법/제도, 의학, 과학, 종교 등 전 영역의 기본 가치로 확립된다. 나아가 가부장제적 가치들은 국가적 차원-호주제, 가족법 등 가족 관련 법제화 과정 및 법령이 갖는 가부장적인 측면들, 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 사안에 관한 가부장적인 이해와 접근 등-에서도 행사된다.

 

 

2. 여성학적 논의

 

 

이러한 남성 지배에 대한 이념적 도전은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적용할 수 있는 평등과 자유의 개념을 개발해 왔으며, 나아가 제도로서의 가족, 성폭력, 가정폭력, 전쟁 등 남성 지배 및 폭력에 기반하는 체제 연관성에 관한 연구들을 진행해왔다(Eisler, 1987).

 

 

오랜 시간동안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남성 지배 질서 안에 포섭되어 억압받는 원인들 그리고 그러한 억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안들을 고안해 왔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여성 억압의 원인을 교육권, 투표권 등의 ‘권리’에 있어 남성과 평등한 조건을 가지지 못했던 역사적인 사실들에서 찾았다. 이들은 성별상의 정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첫째, 게임 규칙들이 공평해야 하고, 둘째, 사회의 이익과 봉사를 위해 경주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그 어느 누구도 조직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tong, 2000).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에서 여성 억압의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종식이 곧 여성 억압의 종식을 가져올 것이라 예견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 자체를 여성 억압의 원천이라고 본다. 이들은 가부장제의 특징을 힘, 지배, 위계질서 및 경쟁이라고 주장하면서, 해방 전략에 있어서 가부장제는 개선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닌 뿌리와 가지를 통째로 뽑아낼 때만이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즉, 여성해방을 단순히 법적, 정치적 구조뿐만이 아닌, 가부장제의 사회적, 문화적 제도들(특히 가족, 교회 및 학교)도 함께 소멸시킴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급진주의 페미니즘에서는 섹슈얼리티(sexuality)와 남성의 폭력 문제가 논쟁의 핵심이 되었다. 또한 이들은 가부장제를 가족 내에서 성별 분업화의 결과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Firestone(1970)은 핵가족이 지구 역사상 어느 곳에서나 늘 존재해 왔던 기본적인 ‘생물학적 가족’으로부터 발달된 한 형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생물학적 가족을 재생산이 가능한 단위로 규정짓고, 여성은 출산에 좌우되므로 생존을 위해 남성에게 의존한다, 유아는 오랜 기간 동안 성인에게 의존한다, 어머니와 아기의 기본적인 상호 의존성은 보편적이다, 남녀간의 타고난 재생산에서의 분업은 모든 노동 분업과 경제적․문화적 계급 그리고 신분제도의 근원이 된다고 주장한다(박숙자 외, 1995).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처럼 자본주의가 여성 억압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처럼 가부장제가 여성 억압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여성 억압의 종식이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내지 가부장제적 자본주의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tong, 2000).

 

 

이렇듯 남성적 지배 질서의 원인은 다양한 페미니즘 지평 안에서 상이하게 분석되고는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진단들을 통해 여성이 특정한 역사적 환경 때문에 피억압 집단으로 등장했던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사회 조직 속에서 항상 억압되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freedman, 2003). 많은 학자들이 여성 억압의 원인을 분석하고, 여성 해방을 위한 대안들을 제기해 왔다. Lerner(2004)는 “체계로서의 가부장제는 역사적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 여성 억압의 종식 역시 “역사적 과정에 의해” 끝낼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Pateman(2001)은 남성의 자유와 여성의 예속을 “원초적 계약”인 “성적 계약”을 통해 구성되는 것으로 파악하면서, 여성 종속의 문제를 정치화할 수 있도록 했다. Walby(1996)는 가부장제를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면서 서로를 강화하기도 하고 차단하기도 하는 여섯 개의 구조-가구, 생산, 유급 노동, 문화, 성성, 폭력, 국가-가 상호 관련된 역동적인 체계”로 분석했다. 상이한 듯 보이는 이들 분석과 진단은 여성 억압이 단층적이지 않고, 일개념화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3. 종합적 접근의 필요

 

 

가부장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인과적 요소만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 인과적 토대는 하나 이상으로 이론화해야 하며(Walby, 1996), 가부장제를 조작․유지․확대하는 기제들에 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부장제의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장치들 즉, 가부장제를 기능하게 하는 장치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 살펴야 한다. 가부장적 장치들은 크게 세 가지 수준 즉, 이데올로기적 수준, 조직 차원, 제도적 수준에서 조작․유지․확대된다.

 

 

여성의 남성 종속, 남성의 여성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에는 이성애주의 이데올로기, 여성다움/남성다움의 이데올로기, 영원한 것으로서의 낭만적 사랑 이데올로기 그리고 가족 이데올로기 등이 있다. 여성 종속의 원인을 남성의 생물학적인 특질로서의 공격성에서 찾던, 여성의 재생산 능력에서 찾든(tong, 2000) 혹은 ‘기원’에 관한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든(Lerner, 2004), 분명한 것은 오늘 날까지도 위와 같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이 가부장제를 확대․재생산한다는 사실이다.

 

 

이성애주의 이데올로기는 남여의 성애가 유일하게 ‘정상적인’ 유형의 성적,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혹은 분명하게 가정하고, 이것을 남녀의 지배 종속적 관계 구축의 장치로서 강제하고 지지하는 법, 노동 체계, 가족, 결혼 제도들을 총체적으로 구축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김지혜, 1998). 이성애주의 이데올로기는 남성과 여성이 원초적 계약으로서의 성적 계약을 맺도록 강제하면서(pateman, 2001), 낭만적 사랑 이데올로기와 영원한 사랑 이데올로기에 의해 그 내용과 형식이 구축․확대된다. 이성애주의 이데올로기는 남성다움/여성다움의 이분화 된 구조를 양산해내고, 이분화 된 구조에 관한 인식은 남성다움/여성다움의 이분법을 넘어 과학과 자연, 정상과 비정상, 지배와 피지배. 억압과 종속 등의 이분화를 생산해낸다.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확대하게 하는 장치로 주요하게 논의되는 것은 제도 결혼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 결혼, 혈연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 제도에 관한 문제이다.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여성은 정의상 당연히 언제나 종속적인 위치를 점했다. 따라서 "과부"이거나 별거중인 여성은 스스로 불확실한 경제적 상황에 빈번히 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바로 그 이상에 모순 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여성들은 경제적 안전과 사회적 지위를 위해서 결혼에 종속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다(Gittins, 1998).

 

 

만일, 여성이 남편에게 성적으로 봉사하는 것을 거부한다거나, 여성으로서의 아내의 위치를 거부한다면 이는 남편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로 간주되었고, 가부장적 질서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낙인찍혔다. 즉,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는 가족을 ‘자연적인 것’의 영역을 규정하고, 그 영역 밖의 것들을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한다. 자연적이라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의 생각을 끌어들이기 가장 좋은 것은 성별(gender), 성, 결혼, 가족의 영역이다(barrett, 1994).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요소에 기반 한 자연적 제도라는 가족의 보편성, 성별 분업의 생물학적 또는 기능적 필요성, 사랑이 충만한 안식처로서의 가족은 사회적 현실이라기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가족에 대한 페미니스트 통찰은 이러한 정의를 초월하여 이상화하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첫째, 가족을 또는 특정한 가족 형태를 자연적이라고 보는 견해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성별 분업에 기반 한 핵가족의 보편성은 이데올로기적 구성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성별 분업은 성별 권력 관계의 표현이며, 성별 구조화된 가족은 여성의 의존을 지속시키며, 여성에 대한 착취와 학대에 매우 취약하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결혼은 개별 남녀간의 사적인 관계 맺음이기도 하지만 사회 제도로서 기능하며, 그 안에서의 남녀 관계는 남성에게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이재경, 2005). 가족제도란, 전 사회에 침투해 있는 일련의 이데올로기의 핵심 지점인 것이며, 매우 중요하고 지배적이며 통일적인 사회적 의미의 복합체이다(barrett, 1982). 이러한 가족을 구성을 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가부장적 가치는 가족들 내에서 야기되고 가족들 내에서 되풀이되어 학습되지만, 이것은 단지 가족 문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수준에서 즉,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 그리고 가족의 수준에서, 사회에 스며들고 영향을 미친다(Gittins, 1998).

 

 

제도 결혼과 가족 제도와 더불어 가부장제적 질서의 이해를 위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바로 섹슈얼리티(sexuality)에 관한 문제이다. 섹슈얼리티(sexuality) 문제로 다루어지는 영역으로는 포르노그래피, 여성의 다이어트 문제를 포함한 몸의 정치학적 문제들, 성매매를 중심으로 한 성산업, 낙태, 성폭력, 성․사랑․결혼의 정치학, 섹스, 미혼모 문제 등이 있다. 가부장적 질서와 가부장적 지배 이데올로기는 여성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각종 폭력의 문제 특히, 몸의 억압에 관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여성은 열등하고, 종속적인 위치를 가지게 되고, 여성 지배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남성은 여성을 억압하고, 지배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들의 효과는 가족 내에서만 작동하지 않고, 낙태, 성폭력, 성산업 등 섹슈얼리티(sexuality)에 관한 문제들로 확대되어 나타난다.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의 경우, 성/성별 체계를 여성 억압의 근본 원인으로 파악하면서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최초의 피지배 집단이었고, 여성 억압은 사실상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 가장 보편적인 현상이며, 여성 억압은 근절하기가 가장 어려운 억압 형태로, 계급사회 철폐와 같은 다른 사회 변화들에 의해서 제거될 수 없는 아주 뿌리 깊은 것으로서, 여성 억압은 양적, 질적으로 피해자에게 가장 극심한 고통을 야기하나, 그 고통이 압제자나 피해자 모두의 성차별적 편견으로 인해서 종종 인식되지 못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여성 억압은 모든 다른 억압 형태를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 모델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tong, 2000).

 

 

가부장제의 주요한 효과 중 하나는 바로 끊임없이 비정상의 범주를 조직화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성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가부장제적 질서에서는 이성애를 지향하지 않는 이들을 ‘변태성욕화’ 하고, 비정상화하여 이성애 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이성애 제도 밖으로 이탈하지 못 하도록 강제한다. 또한 사랑을 전제로 하는 남성과의 1:1 결합을 거부하거나, 재상산을 거부하거나 재생산 능력을 결여한 여성의 경우도 비정상의 범주 안에 위치하게 된다. 지배자로서의 남성 권력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통해 자신들의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세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부장적 지배 규범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하게 된다(조형 외, 1988). 이러한 압박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질서라는 이름으로,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통제를 정당화되고, 비정상 범주 안에 위치시킨 문제들을 사회적인 문제로, 공개적인 문제로 공식화 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떼어놓기․구별하기․가르기 등을 통해 주변화 되는 것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계구조 체계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Hart, 1994). 끊임없는 구조적 이분화에 대한 시도는 결국, 또 다시 가부장적 질서 유지를 위한 정당화의 근거로 작동하게 되고, 이러한 조작적 정당화의 근거는 또 다시 가부장적인 이분화의 구조 안에서 정당화된다. 가부장제에 대한 이러한 사유 방식과 정당화 과정은 결국, 이분화를 근거로 주조된 가부장제를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가부장제는 이 과정에서 가부장적 질서에서 벗어난 것들을 ‘마녀화, 일탈화, 범죄화, 비정상화, 질병화’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배 질서로서의 가부장제는 지배와 지배를 위한 폭력 행사가 자유로울 수 있게 하는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는 조직, 기구 등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체들의 기반을 이루며,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아 조직된 조직체들은 가부장적 제도들에 의해 유지․확대된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되는 가부장적 조직과 제도의 효과는 또 다시 가부장제를 강화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이데올로기, 조직, 제도, 효과는 서로에 대해 인과적인 효과를 가지게 되며, 이러한 효과는 가부장제를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가부장제를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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