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문학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

강물과 나무들의 질탕한 치정- 푸름의 절정을 보다.

작성일 작성자 白岩

비오는 날의 화급한 정사처럼 푸름의 절정-대청호반을 품다. 
옥천-대청호반 물길 위에서 가슴에 풀물이 들다.

▲ 옥천 추소리 "부소담악"이라는 절경 안에 자리한 추소정.


[백암 박용신의 여행문학 = 충북 옥천] 산 그림자 드리운 호반에 청 물을 한 옴큼 퍼 얼굴을 적신다. 일상에 지친 빈 가슴으로 맑은 청록이 상큼하게 스민다. 마음의 구김은 겹겹 골골, 물길, 산길 따라 안개처럼 고개를 넘고, 중중무진(重重無盡) 신록의 산하로 푸른 청춘이 詩가 되어 사랑을 고백한다. "그대! 사랑해도 되나요?" 유치해도 좋은 비오는 날의 화급한 정사처럼 어느 봄날에 짬을 낸 시간이 행복하다. 



▲ 안개가 고개를 넘는 대청호 수변 길의 끝, 거기에 어느 이름 모를 어부가 살고 있었다.


▲ 이름 모를 어부는 쪽배처럼 외롭지는 않을까? 


정지용 시인(지용문학제 5.10~13) 만나러 가는 옥천, 대청호 수변 길에서 푸른 오월을 만났다. 야트막한 산허리를 끼고 우불구불, 잘 조성된 신작로 길로 꽃이 떠난 벚나무 가로수들이 무성한 잎을 달고 터널을 이루어 푸름이 청포처럼 싱그럽다. 차창 밖으로 잦은 봄비로 풍성해진 수면 위,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보이고, 길 잃은 백로가 힘겨운 날개 짓을 하며 날고 있다. 멀리 시선이 머무는 풍경 끝엔 편안이 가득한 푸른 수채화 그림들, "아! 저기 가보고 싶다" 은근한 기대가 부풀어 나도 모르게 그 곳에 가고 있다.


▲ 호반 길 어디에나 시선이 머무는 곳, 푸른 평화를 만날 수 있다.


▲ 호반 길가에서 만난 수채화 한 폭, 길 잃은 백로가 날고 있다. 


◆ 꼭꼭 숨어 있는 절경, 부소담악(芙沼潭岳).
차를 달리다 잠시 멈춰 선 자리, 멋진 풍경을 하나 만났다. 수면에 뜬 동산 위, 단애(斷崖)의 암벽 위로 정자가 서 있고 연두를 벗은 짙푸른 나무들이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아기자기 일렬로 늘어선 가난한 작은 섬들, 추사가 붓에 먹물을 듬뿍 찍어 힘차게 한일(一)자를 긋듯, 그렇게 오묘한 풍광이 S자형 호반 물길 위에 700m나 이어져 있다. 


▲ 부소담악은 바위섬이 길게 이어져 만들어 졌다. 바위 위에 나무들이 사는게 신기하다.


▲ 물에 떠 있는 부소담악 전체 풍경이다. 산빛 물빛따라 흐르는 시(詩)에 마음을 씻는다.


- 충북 옥천군 추소리 성황당에 마을 수호신 고목 느티나무가 있는 부소무니 마을, 이 곳에 위치한 부소담악은 본래 작은 산이었단다.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며 이 곳에 물이 차 산이 잠기며 윗 부분만 길게 남아서 이런 멋진 풍경을 만들었다는 동네사람의 말, 정자는 마을 이름을 따서 추소정이고, 정자에 올라  콧대 높은 대감처럼 목에 힘을 주고 안에 서서 "에햄"하는 관망보다는 하인처럼, 담 밖에서 울안을 훔쳐보는 건너편 산자락에 배를 타고 들어가 물길 넘어 까지, 몰래 훔쳐 보는 전망이 더 멋드러지다고 귀띔했다.


▲ 담 넘어 순이를 불러내듯, 그렇게 몰래 울안을 넘겨다 본다. 꿈꾸는 내 안의 섬이 그 곳에 있었다. 


무슨 소린가? 건너편 전망 좋은 산자락의 땅은 사유지라 마음대로 들어갈 수가 없단다. 물론, 길도 없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난감함, 예서 말 수는 없지. 더 좋은 한 컷의 사진을 위하여!. 추소리 유제도(60) 이장님을 찾아 도움을 청하니 비도 오는데 배를 건널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 어찌 어찌 사정을 하고 동네 맘씨 좋은 아저씨 유제생(60)씨를 소개 받아 전망 좋은 땅으로 들어간다.


▲ 드럼통 배를 타고 "꿈의 동산"으로 들어간다.


제법 빗줄기가 거세지는데 드럼통을 엮어 만든 쪽배는 기우뚱 댄다. 거리는 100m 남짓, 멀지는 않지만, 내가 안절부절 하자 유제생씨는 걱정 말라고 눈짓을 보내며 능숙하게 나를 "꿈의 동산"에 내려 놓았다. 조금 걸어 언덕에 올라서니 뱀 꼬리같은 조막의 섬이 코 앞에 다가서고, 멀리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물 안개들이 파노라마 되어 나를 에워 싸는 몽환적 세상이 연출되고 있다.


▲ 비오는 "부소담악", 먼 산으로 안개가 넘는다. 몽환적 세상이 연출되고 있다.


▲ 길게 늘어선 칼날 능선 위에 나무들이 뿌리를 내려 제법 나이를 먹었다. 물이 빠지면 700m나 되는 확연한 병풍바위의 위용을 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했다. 여기 이 동산에 창 넓은 집을 짓고 사계절 부소담악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는... 우리나라 유일하게 미슐랭 별점을 받은 봉화 청량산 앞길, 창량산이 잘 보이는 맞은편 산자락에 넓은 창틀을 내고 사는 "오랜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펜션, 주인 같이, 거기에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넓은 창틀에 들어오는 청량산 경치야 말로 대한민국 기막힌 풍경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천하제일 사진틀 경치가 아닐까 하는, 무척 그 펜션 주인이 부러웠던 기억, 여기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명당 터라 생각하며 갑자기 이 곳, 땅 주인이 궁금해 졌다.

▲ 연두를 벗어난 나무들이 5월에 들어 물길따라 푸름의 정점에 섰다. 이제 지루한 6월로 갈 것이다. 마음이 급해 진다. 


-"꿈의 동산"을 가꾸고 있는 정겨운 사람들.
나그네는 발 닫는 곳, 현지에서 인심 좋은 사람들과 술 한잔 곁들여 한끼 밥을 먹으면 십년지기처럼 급속히 가까워 진다. 그게 남자들의 인연이다. 강변 길을 끼고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아담한 식당에서 이재홍(59), 유제생(60)씨와 밥을 먹는다. 이재홍씨는 전망 좋은 땅의 주인이고 유제생씨는 배를 태워 준, 이 곳 토박이 주민이다. 



▲ 왼쪽이 유제생씨고 오른쪽이 이재홍씨다. 수정식당에서 한방오리백숙을 푸짐하게 내왔다.   


내가 이재홍씨에게 미슐랭 길, 전망 좋은 펜션을 얘기하며, 저 땅도 그렇게 될 수 있는 명당 터이니 누구나 자유롭게 배타고 드나들 수 있는 뱃길도 만들고, 전망대도 만들고, 저 곳을 "배 건너는 꿈의 동산"으로 명명하자고 제안을 했다. 술잔이 오가며 거나한 속, 이렇게 좋은 관광 테마가 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안주는 옥천군청에 대한 관료주의적 불만, 다른 지역처럼 트레킹 코스와 연관된 관광개발이 절실하다는 열변, 기실 그랬다. 호수 강변길, 이 아름다운 길에 주차장이나 변변한 조망시설, 전망대 하나 없었다.


▲ 이재홍씨는 이 쪽배를 타고 "꿈의 동산"을 오고 간다.


30년전, 이 곳에 120평의 땅을 구입, 찔끔 찔끔 농사를 지어 왔는데, 어느 날, 부소담악에 아름다운 진면목을 제대로 전망할 수 있는 곳은 이 곳 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조금 조금씩 땅을 사 넓히다 보니 지금은 만여평이 되었다는 이재홍씨. 열심히 시간 날 때마다 동산에 나무들을 정리하고 구절초 야생화을 심어 이제는 제법 그럴 싸 해졌단다. 앞으로 마을과 연관된 숙박시설, 커피숍, 주차장 등, 누구나 찾아와 편하게 쉴 수 있는 힐링의 쉼 터를 만들어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얘기하고 잘되면 유제생씨는 뱃사공을 하고 기자는 홍보부장을 하라는 농담, 식당(수정가든) 주인은 동네사람 왔다고 먹을 걸 자꾸 내다 주는 통에 배가 남산만 해지는 충청도 인심의 먹는 행복, 뉘엿뉘엿 해가 기운다.  


▲ 이재홍씨 덕에 추소정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배타고 들어가는 꿈의 동산"이 생겼다.


- 고향이 그리운 사람.
내 고향이요? 저 물밑 호수 바닥에 있지요. 유제생씨는 가끔, 갈 수 없는 고향이 그립다고 했다. 냇가에서 멱을 감고 천렵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이제는 정말,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아쉬워 했다. 대부분 대청호 주변 주민들은 물밑 고향을 갖고 사는 실향민들로 살림살이가 나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물길 따라 마을이 조성되다보니 농사 터가 좁아 타지역처럼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지도 못하고 물가 터에 미나리꽝을 한다던가 산에 올라 산나물을 뜯고, 몇몇 사람들은 대물림한 어업권으로 고기를 잡고 살고 있다고 했다.


바램이 있다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개발 제한 되어있는 각종 행정 규제를 완화, 외자 유치도 하고 타 지자체처럼 군에서 예산도 지원해 주어 대한민국 누구나 찾아와 하룻밤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힐링의 테마 파크를 조성, 주민 수입도 늘어 팍팍한 삶이 나아졌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얘기하기도 했다.


▲ 추소리 어느 농가에 미나리꽝. 어린시절 내 어머니는 양수리 미나리꽝으로 품 팔러 다니셨다.


<맺음>
추소리 이 일대는 경치가 빼어나 조선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칭송하며 유람을 즐겼다고 한다. 물론, 대청댐이 생기기전 풍경을 보지는 못해 비교할 수는 없지만, 금강줄기와 닿아 있는 옥천군 일대 국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물 안개 낀 수변 길 따라 운전을 하다보면 바깥 경치에 홀려 가끔 운전대를 놓치기 쉽상이다. 운전 조심.


그대! 울고 싶은가? 지금 대청호반으로 떠나라. 그 곳에 가서 하루쯤, 맑고 명쾌한 청록에 젖어 푸름에 물들어 보라! 강물과 버드나무의 질탕한 치정으로 오르가즘에 이른 푸른 절정, 그 안의 희열로 혹여, 펑펑 눈물이 날지도 모르리.


▲ "부소담악" 가는 길, "이지당"을 들렸다 가는 것이 좋다. 주변 길 위에 서면  신록의 푸른색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이지당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의병장이었던 조헌이 낙향해 후학을 가르치던 서당이다.


▲ 대청호 상류 석호리에 있는 청풍정이다. 청풍정 일대는 백토산 기슭, 절벽에 유명한 명월암과 함께 경치가 빼어나 군북 팔경중 제5경으로 불렸으나, 아쉽게 1980년 대청댐 건설로 물에 잠겼다.  현재 정자는 1993년 옥천군에서 복원하였다.  옛, 청풍정 주변은 금강물이 굽이 쳐 흐르다 절벽에 부딪혀 소를 이루고 휘드러진 버드나무가 10여리나 뻗어 있어 천하절경이었다고 한다. 청풍정은 구한말 정치인 김옥균이 갑신정변의 실패로 이 곳에 숨어 들어 기생 명월과 사랑을 나누던 곳이기도 하다. 큰 일할 사람이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는 것이 안타까웠던 명월은 자기 탓이라 생각하고 정자 뒷편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는 애틋한 얘기가 전한다.


※ 내가 이 곳을 찾았을 때 정자 마루에 누군가 텐트를 치고  보호 펜스가 있음에도 밥을 해 먹고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옥천군은 문화재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 까?


◎ 여행 TIP  
옥천 근처에서 둘러볼 곳은 "부소담악"과 가는 길 "이지당"이 있고, 건너편 강길, 잘 조성된 벚꽃터널을 지나 석호리 정자 "청풍정"의 신록 또한 푸름으로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청풍정을 지나 끝까지 가면 어부마을에 나룻배가 쉬고 있는 풍경도 일품이며, 강변의 낭만을 호젓하게 즐겼다면 정지용 생가, 육영수 생가도 둘러보고 한반도 지형이 내려다 보이는 "둔주봉"에 올라 시 한수 읊는 것도 제격이다.


 - 먹을 곳 : 부소담악 근처, 수정가든(박장섭 043-732-0232) 한방오리백숙과 빠가매운탕을 잘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옥천 대표음식점, 생선 국수를 잘하는 대박집(043-733-5788)이 있다.
     
 -잠잘 곳 : 근처 리베라 모텔(043-731-8712), 호텔같은 분위기와 시설, 서비스가 만점이다. 가족단위로 간다면 장령산휴양림(043-730-3491)도 좋다. 예약필수. 


▲왼쪽이 대박집 생선국수 6,000원이고  오른쪽이 수정가든 빠가매운탕이다. 모두 가격 대비 가성비가 높다.


▲ 돌아오는 길, 옥천에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남천 안후영, 학림 강현숙 예인댁, 학림산방에 들러 차담을 하고 귀가했다. 


http://www.m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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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장

팸투어/여행문학가

백암 박용신의 "풀잎편지"

(Photo Healing Essay)

취재여행 2018.5.6~8.

 기사등재. 2018.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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