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매니아의 사는 이야기

여덟가지 나물과 삼곡밥, 이프로 부족한 대보름밥상

작성일 작성자 빈티지 매니아




  겨울밤중에 

바깥 나들이 나갈 일 없고

저녁어스럼이면 깜깜 셧터를 내려 놓으니 달구경,별구경할 일이 없었지요.

며칠전 쓰레기 버리러 오밤중 현관문을 나섰더니

달이, 아주  맑은 달이 

나무사이에 걸려 있어요

얼핏 가로등인가 다시 올려다 봤더니

달이 떳습니다.

 보름달에 가까워요.

아 대보름이야기가 잦더라니....

쓰레기를 버리자말자 지하실로 향합니다.

마른 나물 담아둔 바구니를 통째로 들고 올라와서

종류별로 조금씩 꺼내봅니다.

많기도 하여라...




금자씨의 수고가 일일히 묻어있는 수만가지나물들,

영월 내마음의 외갓집 나물들,

그리고 재작년 독일 고사리

이렇게 새털처럼 가벼운것들인데

 억만무게의 수고가 들어있을걸 생각하니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또 수고로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선물할게 못되는게 바로 나물 아닌가 싶지요.

직접 해봐서 압니다. ㅎ

어깨가 빠지도록  무겁게 지고 온 고사리배낭

삶아 말리고 나니 

또로록 한 주먹거리도 안되는 양을 보고

얼마나 허탈했던지요.







아주 좋은 바다소금, 국간장, 들기름, 참기름, 다진 소고기 조금 그리고 비장의 육수

금자씨의 비밀병기 , 치킨스톡 ㅎ

닭한마리에 물을 잠길 정도로 넣고 끓으면 거품을 제거해주면서

국간장  반컵 정도를 넣고 서서히 약불에 졸임

약 500ml 의 육수를 만들어냅니다.

불린 나물들은 소고기 갈은것을 조금 넣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이 닭육수를 넣고 중불에 은근히 볶아주는 식입니다.





잊지 말것; 오곡밥에는 소금이 조금 들어간다네요









































토란의 아릿한 맛,

고기 못지 않은 가지의 쫄깃함,

쌉싸르한 도라지맛

호박나물의 꼬들거림이란 

참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한 맛입니다.


어린 시절

 어쩌면 제일 싫어했던 날이 

대보름날 아닐까 싶을정도로

정말 거북했던 맛과 냄새였는데

이제는 나물밥에 허우적거릴만큼 좋아지다니

나이란게 신기한 노릇이지요? ㅎ

아 마른 나물을 만질때마다 나이듦을 느낄때가 또 있을까요?

싫지 않습니다.ㅎ

여덟가지 나물을 불리고, 삶고, 볶고...

이틀이 꼬박 걸리는 이 부산스런 음식만드는 일에

뜻밖으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도  드물었던것 같아요.

잘 늙어가고 있다는 안도감같은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옛날 어린 입맛을 기억하기에

아덜놈들에게는 권하지도 않은 

오곡밥, 보름나물이었어요.

나물 삶을때  집에서 이상한 냄새난다며

킁킁거리는 녀석들도 

억지로 권하지않으니 꽤나 다행스러워하는 눈치입니다 ㅎ


사나흘전 초저녁무렵엔 나무사이로 보인 달이

자정에 가까워오니

앞집 지붕위에 걸려있네요.


오곡밥이 아닌 삼곡밥에 여덟가지 나물까지 곁들였으니

하루 지나기는 했지만  소원이나 빌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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