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열흘 하루도 빠짐없이

쏟아붓다 시피하는 폭우에 꽃들이 남아나지를 못했다.

우선 작은 연등만한 작약부터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작약 바로옆 쟁반크기만한 터키 양귀비도 

 처량하기는 비슷한 신세,

뚝뚝 떨어진 붉은 꽃잎들로 낭자한 푸른 잔디밭은 

먼데서 보기에도 안스러웠는데

퍼붓는 비를 바라보며 거실창문에 붙어서서

 꽃 걱정에 누구보다 애가 타는 사람은 영감이었다. 

잠시 비가 그치자 엎어진 작약부터 세워야겠다며

줄을 찾고 긴 꼬쟁이를 찾았다.





성질 급한 영감이 

유일하게 느긋하니 

승질을 부리지 않을때가 있는데

꽃을 바라볼때가 그렇고

꽃을 다룰때가 그렇다.

이미 꽃잎을 반 이상 떨군 작약을 

고이 일으켜 세워서는 지극 정성으로 

튼튼한 꽃탑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응? ㅋ) 마눌한테 

승질 팍팍 부리는 모습이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이니 ㅋ

꽃사랑은 점입가경 

이제 한 술 더 떠

며칠전에는 버릴려던  디퓨저병을 씻어와서

정원수 가지 하나를 꽂아 놓고는

혼자 흐뭇해하고 있었다. 

영감 이제 하산해도 되겠소





 이쁜 꽃을 도저히 그냥 두고 올수 없겠더라며

장보러 갔다가 꽃을 사오지를 않나





비가 잦던 날,

고소한 기름내가 몹시 땡겼던 날에

문득 친구가 가져다 준 빈대떡가루를 떠올렸다.

녹두를 일일히 불려가며 

어렵게도 빈대떡 해먹고 산다는 

예전글을 본 친구가 가져다준 빈대떡가루

너처럼 그렇게는 이제 귀찮아서도 못 해먹어...

편해 ... 맛있기도 하고...

어느때부터인가 우리는

귀찮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만사 귀찮은 나이에 

여전히 내 입은 옛맛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 입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개라서 

하는수 없이 귀찮음을 무릅쓸수밖에 없는데

이번은 가루를 물에 개면 끝이었다.

신김치, 돼지고기, 파를 썰어 넣은

작은 양푼이로 한 양푼 빈대떡반죽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이 날 식탁과 후라이팬 사이를 

왕복 달리기 대여섯번은 했을것이다.

냉장고에 차게 두었던 

먹다 남은 화이트와인병이  또 끌려나왔다.













"야~야 너거 집이 천상 부엉이집이다."

이 집으로 이사한후 

 처음 우리집 지하실, 다락을 둘러본 금자씨의 표현,

구석구석 창고마다  쟁여놓은,

 먹을것들을 보신것이다.

부엉이는 욕심이 많아 

먹이감을 쌓아두는 습성이 있단데...

또 부엉이살림 이라는 부쩍부쩍 늘어난 살림을 

일컫는 말이 있다한다.

 삼십년째 이어지는 

금자씨의 부지런한 식자재공수에 

친구들의 원조공세까지 더해지니

어찌 살림이 늘어나지 않을수가 있나

비오는 날 

아늑한 부엉이둥지에서

승질 급한 영감과 술잔을 기울이는데

아마 이날 여러 사람 귀가 간지러웠을것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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