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빗자루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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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비 오는 날 빗자루주점

빈티지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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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남부지방에만 있는 특이한 술집이 있다.

이름하여 빗자루술집(Besenwirtschaft)인데

실제로 술집입구에 빗자루가 떡하니 걸려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폼나는 님부스 빗자루보다야 엉성하지만  

마녀가 타고 날아다니다 

막 걸어놓은듯한 빗자루가 걸려있는 집이 있는데

하우스와인과 간단한 음식을 파는 주점이다.

이 빗자루술집은 특이한게 

일년에  16주만 영업을 할수있게 허락 되 있어서

어느때고 마음 먹었다고 갈수있는곳이 아니라

언제 문 여는지, 언제 빗자루가 걸려있는지 

눈여겨 봐두었다가 잽싸게 달려가야 한다는 점이란것이다

대부분 늦가을 ,와인포도가 익어갈 무렵 

와인농가 입구에 집중적으로 빗자루가 걸리기 시작한다.

깊어가는 늦가을, 

우리로서는 매우 뜻 깊은 이 가을에

어느때부터  걸려있는 빗자루를 

내가 간과했을리가 없다.

 지난 며칠  마지막 선물처럼 찬란한 가을햇살이 비추는 날이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겠지만 

하필이면 마음먹은 날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쌀쌀하기까지했던 날이어서 

비옷과 우산까지 챙겨들고 빗자루술집을 향했다.

하루 이틀 미루다가 홀연히 빗자루가 사라질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집안에 슬슬 전운이 감돌고 있었음으로... 

이런 날은 왠만하면 무슨 껀수를 만들어서라도

 바깥으로 나가줘야 신상에 이롭다 ㅋ






빗자루술집의 역사는  791년 칼 대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인농가에게 직접생산한 와인과 음식을 

일년에 제한일수를 두어 판매할수있게 내린 칙령이

아직까지 유효하게 전해내려오는것으로

무려 1200년도 전에 만들어진 상거래법이라는 점이다.

꼭 자기 와인농가에서 생산한 와인만 판매해야 하고

음식수도 기존의 식당처럼 다양해서는 안되며

대개 오늘의 메뉴처럼 한두가지만 제공하게 되어있고

또 좌석수도 사십석이하로 제한을 두는 등

정식으로 허가 받고 세금내며 장사하는 

기존 식당, 술집들의 반발도 막고

와인농가도 부수입으로 먹고 살게끔 해주려는 조치였다고 한다.


크고 작은 와이너리들이 꽤 포진하고 있는 우리 동네에도

내가 알고있기로는  두 곳 정도가 이 빗자루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날 간 곳은 와인포도언덕 너머 옆동네

천천히 산책삼아 걸으면 족히 두시간 거리인 곳인데

언덕을 따라 걷다보면 울창한 숲이 나온다. 

여름이면 시원한 숲속기운이 흘러나오는곳이고

가을이면 푹신한 낙엽들이 쌓여있는 인적이 드문곳으로

어떤 세상근심도 다 털어버리고 올수 있는 그런 숲속이다.

지난 몇해동안 가을에만 두번 이 숲속을 통과해서

빗자루술집을 걸어 갔다 온적이 있는데

돌아올때  숲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고 있을때였다.

 가을나무잎들에도  우리들의 얼굴에도 

울긋불긋 얼마나 곱게 단풍이 들었던지

그때 빗자루술집행군을 같이 했던 

술을  못 마시는 친구하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했다.

칼 대제 만세 ㅋ


빗자루술집에서는 모가지가 긴, 폼나는 와인잔은 없다.

사진에 나오는 손잡이가 달린 작은 함지만한  잔에 와인이 나오는데

찰랑찰랑 넘칠듯 담아주는 사분의 일 리터로

영감은 이곳 특산품인 트롤링어라고 부르는 레드와인을

나는 최근에 맛들인 이 동네 화이트와인으로 시켰다.


 



우동처럼 보이는 역시 이곳 남부독일음식중 하나인

슈페츨레가 들어간 누들수프와 고기 덩어리 하나를 시켰다.

맛보라고 건넨 수프를 영감은  어 짜다 를 연발하며 

와인을 들이키고 머스타드를 바른 고기안주는 연했다.

썩 마음에 드는 메뉴는 아니었지만

창너머 숲속을 바라보며 마시는 낮술은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집밖으로 나오길 잘했지...

스믈스믈 올라오던 전운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모금 한모금 들어갈수록 

평화스런 분위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끌고 갈 차가 조금 걱정이 되긴했지만 

한잔을 더 시켰다.







휘영청 대낮에 술은 오르고

창문밖 비는 잦아들고 있었다.

그노무 급한 승질은 도저히 어찌 안 되나...

한 사람은 뭐 이런 생각을 조금 크게 들리도록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노무 느긋한 승질때문에 

도대체 집안꼴이 엉망이지 않냐는 생각을 더 크게

들리도록 했던것 같기도 하다.

했던것 같다라는것은 이미 횡설수설 

정신이 혼미해져왔음으로 ㅋ


비에 젖은 등산복차림의 노인네 한무리가 들어왔다.

빗자루술집투어라고 아예 프로그램이 있는데

하루일정 코스로 긴 산책 사이사이에 빗자루술집방문이 들어있다.

그런 프로그램을 열심히 수행중인 일행들로 보였는데

건강한 노인네들이었다

그러고보니 중늙은이인 우리가 손님중 제일 어려보이기도 했다.











빗자루술집지붕위로는 비구름들이 여전히 걸려있었다.

"차 놔두고 걸어갈까

내일 산책삼아  와서 차 끌고가면 되지 "

기분좋게  풀려버린 다리로 

마음은 이미 가을숲속을 거닐고 있는데

승질 급한 영감은  벌써 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농가 안마당에  호두가 여럿 떨어져있었다.


 




"여기 빗자루술집근처에 재수없으면 음주운전 단속하기도해"

와인 두잔이 대수냐라는듯 

급한 승질머리에 겁까지 상실한 영감이 

마눌말을 귓등으로도 들을리가 있나

숲속 언덕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가 사랑하는 길 중의 하나이다

언덕을 내려오니 나즈막한 우리 동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집에 점점 가까워지자 

 잠시 잊고 있었던 겁나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가만 누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면 아몰랑이나 할까 ㅋ

 낮술기운이 사정없이 오르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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