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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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집짓기작전

빈티지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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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한뒤 삼일쯤 지났을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집뒤쪽으로는 소나무들이 쭐래미, 

건너편산에는 활엽수들이 우거져있는 곳이었다.

아 이 낯선 풍경이라니...

집근처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오던 그날 밤

병풍처럼 둘러쳐진 뒷산소나무들사이로 

68년만에 가장 큰 수퍼문이라던, 

보름달이 환히 떠오르고 있었다.

놀랍도록 컸거니와 얼마나 밝았던지

  검은 소나무숲들 사이로 웅장하게 떠오른 거대한 보름달을,

낯선 밤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이 기이한 풍경에

나는 무섭기도 놀랍기도해서 어쩔지몰라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날

옛 우정을 잊지않고 있던 고마운 후배 P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P가 모는 차는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희뿌여한 도시를 지나

 서다 가다를 반복하며 한강을 따라 가고 있었다.

비몽사몽  P의 그간 안부를 물어보는중

덕소, 두물머리 낯익은 지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얼마지나지않아 몇해전 와본 그 골짜기로 입성,

" 우리들의 새 집 "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간 사진으로만 봐왔던 우리집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짐을 내려주던 P가 남편과 나 사이에 서서

걱정스럽다는듯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건넸다.

"음... 아마도 우실꺼 같아요"

어수선한 새집일거라고만 상상해오다

얼핏봐도 덜 된 듯한 집상태에 아닌게 아니라 

나는 그만 눈을 질끔 감고 말았다.

  집도 집이었지만 으슬으슬 몰려오는 한기가 

무엇보다도 견딜수 없었는데

기특하게도 울보눈에  눈물은 나지 않았다.


남편의 집짓기 작전!

폼나게 집짓기 프로젝트라고 불러야 마땅하지만

남편은 몇달전부터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마치 작전수행하는 전쟁터의 군인을 방불케하는,

거칠것이 없었다.

그 무서울 정도의 속도감으로 우리는 그간 얼마나 싸워왔던가

불도저남편의 집짓기 전쟁에 가장 큰 적은 바로 내부의,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까칠한 마눌이었을것이 분명했다.

(한국에서는 집을 한 채 짓고 나면 십년은 늙는다고 하는데

독일에서는 집 한채가 다 지어지기도전에 

이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우리 부부는 

양국 케이스 모두에 다 걸린 셈이었다. 

지난 몇개월 사이 팍삭 늙었음은 물론이요

아군끼리 치열한 전투로 인해 상당한 부상까지 입게 되었으니)

외부의 적들은 돈이 깨지던 사람이 깨지던 

물리쳐버리면 그만이었지만

내부의 적은 남편의 표현대로 하자면 

말 많고 쓸모없이 까탈스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설계도면도 읽을줄 모르는 까막눈인 내부의 적은

남편에게는 아마도 

막무가내 몽니를 부리고 있는것처럼 보였을것이다.

사실이었다.

선천적으로 새로운것, 새것,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새 집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나도 전열을 가다듬고 집짓기전투에 투입되었다.

인부들이 깽판치고 떠난 공사장의 쓰레기수거에서부터

집터에서 나온 나무가지들을 모아 불을 때고

인부들을 접대(?) 하는게 내 담당이었다.




 지치면 오후 햇살이 드는 거실 시멘트바닥위에 

혼자 티타임이라도 가져야 견딜수 있다는듯 

쪼그리고 앉아 홍차를 끓여보기도 하는데

그러면 시멘트가루가 폴폴 날려 찻잔안으로 떨어지는것이었다.

 이즈음 유행했던 말로

내가 이러려고 한국에 왔던가 

심한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 아닐수가 없었다 ㅋ






그리고 다방마담처럼 수도 없이 

저 김연아커피를 끓여다 바쳐야 했는데

공사장인부아저씨들은 이른 아침부터 달달한 믹스커피를 찾아댔다.

(다행이 부엌이 안 되어있는 바람에 함바집아줌마신세는 면할수 있었다)

200봉이나 들어있는 박스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비어가고

 어느새 나도 함께 같이 마시고 있었다.

  달달하고 고소한 커피믹스는 꼭 종이컵에 마셔야 제맛이 난다.

이쁜 차수저대신 빈 봉다리로 휘 저어야함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집터에서 나온  크고 작은 돌들로 거짓말 조금 보태면

거대한 산을 이룰 정도였다.

남편은 처음 땅을 팠을때 마치 노다지를 발견한듯 기뻐했다고 했다.

이런 자연석 사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며

우리는 큰 돈 절약한거라며 돌을 볼때마다 흥분하더라만

나중에는 처치곤란일 정도로 돌산이었던것,

결국은 이 아까운 노다지를 트럭으로 스무대나 버리게 되었다.






조경업자가 "정성스레" 쌓아올린 우리집 돌담입니다.

얼마나 정성스레 쌓던지 인건비도 정말 정성스레 채곡채곡 쌓여졌는데요.

정성이 들어간만큼 휴식시간들도 얼마나 정성껏 누리시는지  

망했습니다.어흑


그 동안 시멘트바닥에 뒹굴며 이러고 사느라

여러분들이 안부 주셨는데 

한동안 인터넷도 안되는 척박한 환경이라 답도 못드렸습니다.

어제 온 눈으로 이 곳은 하얗게 뒤덮였어요.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습니다.

다들 안녕하셨지요?


아 여기는 양평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맑은 물이 흐르고 구슬같은 샘이 있다는 곳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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