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밥상

댓글수12 다음블로그 이동

쿠킹

엄마의 밥상

빈티지 매니아
댓글수12



 마침내 금자씨와 지근거리에 와 있게 되었지만

사정은 독일에 있을때나 별 반 달라지지가 않았다.

만나지 못한채 보름이 지나도록 속타는 전화통화만 이어질 뿐이었다.

딸의 귀국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기가 무섭게

온갖 반찬들과 종류별 김치들을 담궈두는라

할 일 많은  금자씨일상에 더욱 더 비상이 걸린 모양인데

이제나 저제나 기약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게으른 중년의 딸과는 정반대로 금자씨의 부지런함은 

세상에 둘째 가라면 서러울 지경인지라

 냉장고가 미어터지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나는 나대로 언제나 갈수 있을까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만

날짜를 비워두면 갑자기 인부들 일정이 바뀌고

바뀐 일정으로 계획을 잡아두면 급작스레 

또 일정을 뒤집어버리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아 여기서도 인부들이 절대적으로 갑이었다.

우리가 집짓는 방식은 우여곡절끝에

턴키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직영식이 되어버려

내가 왔을 무렵에는 남은 공정에 대해서는

일일히 직접 시공업자들을 찾아나서야했고

관리를 해야했으니 실력있는 기술자를 찾아내는것이 

무엇보다도 문제였다.

누가 겁주듯이 복불복이라고 했는데

복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속 터지는 심정이란 에고

독일같았으면... 독일에서는... 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 즈음이었다.

(물론 독일은 다른 식으로 골치썩는 일이 있다는걸 모르는건 아니지만) 




열흘정도가  지나자 엄마도 나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는데

다니러 오지 못할거면 택배로라도 받을수 있게

냉장고라도  빨리 구비를 해보라고

여간 채근이 아니셨다. 

저간의 사정을 설명드려도 답답해하시기는 매 마찬가지

그나마 아쉬운대로 먹을꺼리들을 테라스에 놔둬도 좋을 

추운 계절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냉장고도 냉장고였지만 또 다른 문제는 세탁기,

빨래가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있었다.

더 이상 새로 갈아입을 옷도 없는, 거지꼴도 이런 상거지꼴이 없을 무렵

마침 업자가 오기로 했다가 나가리가 된 틈을 타

차트렁크안이 비좁도록  빨래거리를 잔뜩 싸들고 

부랴부랴 친정으로 향했다.


평상시같으면 몰래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금자씨를 깜짝 놀래킬수도 있었지만

시국도 시국이었거니와

굶주리고 헐벗은 거지꼴을 해가지고 장난을 칠수는 없는 법

양손에 빨래보따리를 들고 얌전히 초인종을 눌렀다.

아이구구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시멘트가루 버석거리는 낯선 새집에 비해

금자씨의 거실은 얼마나 뽀송뽀송하고 깔끔하던지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금자씨의 밥상을 마주하자

비로서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엄마의 밥상에는 딸보다는 사위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한 상이 차려져있었다.

밥을 먹는 내내 금자씨는 한시도 내 곁을 떠나지않고

철 없는 늙은 딸 시중들기에 바빴다.








  우리는 허겁지겁 저 나물접시들을 싸악 다 비웠다.

도착해서 삼시세끼를 거진 바깥에서 사먹다시피한 날들이었으니

처음으로 먹어보는 집밥,

엄마의 집밥이었다.

큰 넘도 이런 나물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는 엄마밥을 얻어먹고 있는데...

가슴 저 밑에 꿍꿍 묻어뒀던것이 훅 올라왔다.

"그 어린 새끼들을  두고 어떻게 오노"

금자씨는 삼십년전 딸을 보냈을적 몹시도 가슴이 아렸다했다.

이제 자식의 자식걱정으로 또 가슴이 아프다신다

" 머스마들이라서 달라  엄마 

그리고 요새 세상은 또 옛날 그때와는 천지차이고..."

말을 하는데 목이 메인다.

애써 담담해지고자 나는

내게, 엄마에게 주문외듯 똑같은 소리를 되뇌는수밖에 없었다.






부지런한 금자씨답게  내가 자고있는  동안 

그 많은 빨래들을 다 빨아 말리고 

셔츠들은 다림질까지 싸악 마쳐놓았다.

다음날 눈을 뜨니 벌써 현관입구에는 우리가 가져갈 

먹거리들이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친정집에서 살림(장) 가져가면 못 산다는데...

삼십년동안  독일로까지 실컷 공수받아놓고

막상 직접 들고 가려니 가로늦게 철이 들 모양이다. 




이번엔 뜻밖의 소득으로

오라버니에게서 옛날목기를 기증(?)받은 일이다.

기증이 아니라 강탈이란 단어가 맞을상 싶은데

오라버니의 연구소 선반대에 놓여져있는걸 

눈썰미 좋은 내가 놓칠리가 있으랴

포착된 순간 꿀떡 꿀떡 노골적으로 침을 삼켰다.

"가질래?"  

하는수 없다는듯  마음약한 오라버니의 한마디에

덥석 목기들을 낚아챘다.

스윽 둘러본 선반대에는 

또 다른 오래된 유품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관련 태그 목록 #목기 #엄마의 밥상 #집밥
맨위로

http://blog.daum.net/rosenbaum25/732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