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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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마지막 저녁

빈티지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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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삿짐컨테이너가 떠나기전 주말 두 아들넘들이 왔었다.

그즈음 작은 넘은 첫학기가 막 시작되어  정신이 없을때였고

큰 넘은 큰 넘대로 한창 바쁠때라

두 아들넘들이 또 다녀가기란 조금 어렵던 때였다.

이삿날을 정해지자 마치 그 날이 D Day처럼

째깍째각 두렵게 다가왔는데  엄청난 일도 일이었지만

내가 심정적으로 과연 감당할수 있겠는가였다.

 이삿짐이 나가는 날, 휑하니 짐들이 떠나버리는 그 광경을

어떻게 보여주나...하는거였다

바빠서 못 오게 된것이, 차라리 이 넘들이 없는게 잘 된 일이라고

그나마 작은 위안으로 삼고 싶던중에

두넘들이 기어이 마지막일을 도우러 왔던거였다.




" 아니 왜 한국으로 떠난다고 해서 

우리를 이렇게 고생시켜 "

"그냥 여기 계속 살면 이런 힘든 일도 없을거잖아

주말에 우리가 다니러 올 곳도 없어지게 만들고..."

가을이 다가오면서 어쩔수 없이 이사이야기가 대화에 등장할라치면

흐흐 엄마 아빠 없으면 완전 신나지 난 맨날 파티할꺼야  라며

 철딱서니 없는 말만 골라서 하던 작은 넘이 

지하실계단을 같이 내려가면서 힘없이 툴툴거렸다

그간 한번도 내색을 안하더니 ... 가슴이 미어져왔다

 주말이면 새끼들이 다니러 오는 곳, 

빨래가방들을 이고지고 이번 주말에는 뭐 해먹자며 씨익 웃으며 달려오는 

그 집을 우리가 없애버리는거였다.





컨테이너가 떠난 다음날도 가을햇살이 더 할수없이 내리쬐었더랬다.

 작은넘의 남은 짐들, 

지난번 이사때 못 싣고 갔던 책상과 책장을 차에 싣고

작은 넘과 함께 그 도시로 향했다.

남편은 처음 가는 길이었다.

네비가 국도로 안내하는 바람에 나는 뒷자석에 앉아

 단풍놀이 온 마냥 바깥풍경만 바라보았다.




녀석의 방은 예상했던대로 너저분했다.

형제는 얼마나 똑같이 닮아있던지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날을 잡아 방을 치우는것이 어떻겠냐고 

약빨없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에게  녀석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으면서

신입생환영행사에서 받은 하리보젤리와 사과 한알을 내밀었다.

먹고 조용하라는 소리렸다.

작은녀석의 부엌을 뒤져 커피 한잔을 끓여와 마시는데

남편은 들고간 책상과 책장을 조립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날이 어둑해져서야 

도시의 지리에 깜깜한 녀석을 앞장세워 식당을 찾아나섰다.

지도 낯설고 우리도 낯선 저 도시의 스산한 저녁길거리는

얼마나 쓸쓸했던지 

광장에는 낙엽들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부자지간 앞에서 걷는 모습을 나는 뒤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녀석은 지 아부지 어깨를 또 따뜻하게 감싸안고 걷고 있었다.

늘 그랬다. 작은넘은 특히 같이 길을 걸을 일이 있으면

내 어깨도 늘 꼭 감싸 안았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뒤 작은 놈을 집에 떨어뜨려 놓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 따뜻하게 입고 다녀

감기 걸리면 안돼 "

또 콧등으로도 안 듣던 녀석이  껑충껑충 뛰면서 두 팔을 흔들며 

 울지마 사랑해를 외치며 웃고 있었다.

(녀석은 이즈음 장난삼아 말끝마다 사랑해를  달고 살때였다)

 차가 사라지도록 풀쩍풀쩍 뛰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엄마 언제 와? 바쁘면 안 와도 돼"

 큰 넘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이 하루 이틀 자꾸 미뤄지고 있었다

이러다 녀석의 얼굴을  못보고 떠나게 되는거 아닌가 조바심이 일때

 문자가 날아왔다.

문자속에 녀석의 애틋한 바램이 묻어있는것만 같았다.

귀국 하루전날이 되어서야  겨우 시간을 낼수 있었고

뮌헨 가는 아우토반에는 진눈깨비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이제 이 길은 큰 넘을 만나러 가는 일로 더 익숙하게 와 닿는데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구릉같은 산을 넘어 터널을 통과하면 

터널사이를 두고 비와 눈으로 갈리곤 하는 곳이다

 그동안 겨울에 더 자주 왔다갔는지

 찍은 사진들 대부분은 겨울풍경이었다.

 



진눈깨비를 뚫고 새로 이사한 집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어둑어둑한 밤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피곤했던지 녀석의 침대에 벌렁 쓰러져버렸는데

셋이서 나란히 누워 보기도 오랜만이었다.

다음날이 귀국날짜만 아니었어도

몇시간을 그렇게 누워있고 싶을 정도로 

. 천근만근 몸도 마음도 무거웠고

천정을 바라보며 녀석과 나릇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큰 놈은 요리블로거 엄마를 위해 나름 신경써서 

예약해두었다는 와인바를 겸한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독특한 식당이었다.

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연구소의 몇 회식장소가운데

가장 핫한 곳이라는 설명을 해준다.

젊은 취향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11월초인데 크리스마스 장식이 눈에 띠었다.




"엄마 우리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 해?"

큰 넘이 물어왔다.

이사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때였을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을때였다. 

크리스마스라 ...

다들 집으로 돌아간다는 그 크리스마스에

우리 아이들은 갈 곳이 없겠구나 생각이 미치니

할 말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는데

"집에 오면 되지 무슨 걱정이야" 

언제나 처럼 남편은  짧고도 명쾌한 답을 던졌다.

미련스럽게 나는 긴 방학이나 되어서야 

아이들을 볼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던거였다.











좋은 세상이라 마음만 먹으면 아덜놈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으로도 알수 있게 되었다.

어느 신문기사에 요즘 스마트폰세상때문에 

그리움이 너무 쉽게 소비되어버린다더라만

나는 구닥다리여서인지  그 어느 요란한 까톡소리에도

내 그리움은 한 방울도 채워지지 않더라

만져도 보고 자는 놈들 따끈한 등짝에 내 시린 손도 넣어

깜짝 놀래키기도 해봐야 

그간 쌓아둔 그리움이란것이 해소될수 있을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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