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즈음에

댓글수16 다음블로그 이동

이런 저런

작년 크리스마스즈음에

빈티지 매니아
댓글수16




크리스마스일주일전 마침내 서울나들이를 했다

일년전에 비하자면 늦어도 한참 늦은 

라스트 미닛 크리스마스준비에 나선 길!

언제나 바쁜 시간이 없다는 친구를 꼬여냈다.

(여기서는 다들 바쁘다. 심지어 팔순이 다 되어가는 금자씨도

낮에 왠만하면 집전화로 통화하기가 어려우니)

크리스마스카드도 사야했고

썰렁한  집에 뭐라도 장식을 할 생각에

고속버스터미널쪽과 동대문을 두고 고민을 하다 

조금 더 만만한 고속버스터미널쪽으로 정했다.

이른 오전 약속장소인 경부선쪽 카페에 

친구는 벌써 와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한잔을 채 다 비우기도전에

우리는 신발끈을 동여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우리 오늘 좀 걸어보까..."

"(아이)쇼핑하며 오래 걸어다니는게 그게 그렇게 다이어트에 좋대"

도착한 이후로  시멘트가루와 흙더미에 뒹굴다

맡아보는 세련된 도시의 매캐한 향기와 소음은 신선했다

그간 매끼 외식으로 살금살금 오른 뱃살로 기분이 우울하던차

다이어트에  치명적으로 좋다하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ㅎ 

"난 고터가 내가 모르는 동네이름인줄 알았어"

친구도 최근에서야  고속버스터미널을 줄여 

고터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을 해줬다

어쩐지 지하철역에서 내리면서부터 여기저기 Go To 간판이 붙었더라니

카페가 과연 많기는 하구나 의아해하던 참이었다

아 줄임말천국세상에서 앞으로 얼마나 또 바보짓을 하고 살지

테이크 아웃인지 투고 인지 고터인지

우리는 이 날 양손은 무겁고 뱃살은 쏙 빠지도록 

걷고 걸으며 무언가를 들고 나올 심산이었다.




11월부터 온 동네가 크리스마스분위기로 들떠있는 독일에 비해

전혀 크리스마스답지 않은 주변풍경이

 낯설도록 쓸쓸하게 느껴졌었는데 

알고보니  크리스마스는 

멀리 이곳 고터에 다닥다닥 숨어있었다.

경부선터미널 삼층 꽃도매시장안에...

 샷시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생화 향기가 훅 밀려왔다.

수백년전부터 늘 맡아왔던  잠시 잊고 있었던것 같은 향기,

크리스마스무렵이면  무슨 연례행사처럼 갔던 

그 도시의 오래된 옛 건물에서 맡았던 바로 그 향기였다

일차로 울컥 

다행스럽게도 울컥한 마음은 살벌한 상인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십초도 안되어 사라져버렸다.

길바닥에 버려진 주황색 장미한송이를 주워 들었더니

친구가 너 시작이구나 라는듯 슬며시 웃고 서 있다.

친구는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좁은 상가를 비집고 다니며 크리스마스(아이)쇼핑을 했다.

유행에 빠른 나라답게 

온갖 트랜디한 크리스마스장식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있었다.

어리버리 가게안을  기웃거리며 들던 생각은

비좁고 무미건조한 상가가 아니라 노천이었으면, 

뜨거운 글뤼바인 한잔 손에 쥐고 다녔으면...

가게주인들이 좀 더 친절했으면 







고터는 이름만 줄인게 아니라

센트럴  뭐 그러면서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의 외식업장들이 모여있는 

폼나는 곳으로 변신되어 있었다.

폼 나는곳에서 폼나게 친구가 밥을 샀다.











가는곳 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인산인해였다.

 연말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늘 북적이는 곳인지  

조용히 이야기 나눌수 있는 곳을 

센트럴 어쩌고 하는곳에서 찾기란 불가능해보였다.

몇바퀴를 돌다 겨우 운좋게 구석진곳에 자리잡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어수선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 헤어졌다.

 친구는 헤어지는 순간에

가방에서 묵직해보이는것을 꺼내 내게 안겼는데

요리블로거가 무색하게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각종 쨈들이었다.

바쁜 친구 꼬여낸건도 미안한 일이었는데

빈손으로  밥도 얻어먹고 선물까지...

낯선곳에서 당분간은 중증적응장애환자라는 이유로 

 두꺼운 얼굴에 살포시 한판 더 철판을 깔아버렸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소나무가 유독 많다.

우리집에도 크고 작은 소나무가 있는데

집터를 고르면서 벌목한 나무들중에는 

소나무가 꽤 있었다는 이야기를 남편이 해주었다.

 노가다 중에도 크리스마스는 문득 문득 떠올랐다

억지로라도 리스는 하나 만들어볼수 있을까 생각중

 눈썰매 있는(?) 내 눈에 포착된게 뒷산 소나무숲이었는데

막상 작정하고 쳐다보니  소나무들 키가 너무 높은거였다

그나마도 가지가 아래로는 하나도 달려있지 않고 

손이 닿지 않은 꼭대기에 주렁주렁

그림의 떡이었다.

하는수없이 마당에 굴러다니는 소나무가지 하나를 주워오고

날이 으슥해지기를 기다리다 

길가 풀섶의 산발을 하고 있는 나무에다 전지를 조금 해주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드디어 아덜놈들이 왔다

이렇게 말하면 매일매일 한시도 잊지 않고 이 시키들만

생각하고 있었을것 같은데

그간 얼마나 일도 많고 탈도 많았던지

사실 아이들 생각은 자주 떠오르지 않았다.

몸이 힘든 날엔 곤히 나가떨어져버렸다는 핑계로

마음이 피곤한 날엔 자칫 아덜놈들한테까지 

징징 하소연할수 있겠다는 염려로...


어수선한 집을 치우고 

아덜놈들이 좋아할만것들로 빈 냉장고를 채우자

그제서야 실감이 나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도착장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난데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기 시작하는거였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피를 들이켜봐도 소용이 없었다.

남편은 못본척  입구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울보엄마인줄 익히 알고들 있겠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이런 주책이 있나

버려두고 온 자식들을 다시 품에 안는, 뭐라 형용할수 없는 마음이었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해가지고 서 있는데

큰 넘은 이미 이럴줄 알았다는듯 아무 말없이 씨익 웃으며 

지 아빠랑 앞장서 걸어가고

작은 넘이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어이 아줌마! 오늘 벌써 울면 어떡해 

우리 다시 떠날때 울어야지"


그리고 꿈같은 2주가 꿈같이 지나갔다.



 




관련 태그 목록 #2016년 크리스마스
맨위로

http://blog.daum.net/rosenbaum25/734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