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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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노라... 먹겠노라...먹고 또 먹겠노라

궁기에 조금 찌들긴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아덜놈들의 얼굴은 해맑았다.

기대에 잔뜩 부푼, 해맑은 얼굴에는

도착전서부터 노래를 부르던, 비장한 각오가 서려있기도 했다.

작은 넘은 진즉에부터 여러번 공표한것이

자기들이 도착해서 얼마 안있어 

아빠를 울게 만들, 심오한 계획이 서 있다는거였다.

재회의 반가움이 사라지기도전에 

아부지 지갑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울지 않고는 못배길 계획에 자신이 있다는거였는데  

과연  둘째넘다운 생각이었다

형제 둘은 모처럼 죽이 맞아 삼시 세끼  올외식의  

나로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남편에게는 후덜덜 떨릴

야무진 꿈을 꾸고 나타난것이었다.


팔당대교를 지나 길가에 줄줄이 늘어선,

 꿈에 그리던 식당들을 발견하자 

 시차따윈 아랑곳없다는듯  

반짝반짝 눈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막 한글 깨우친 어린아이처럼 신이나서 식당이름

또박또박 따라 부르던 큰 넘이

갑자기 중대한 정견발표하듯 외쳤다.

" 에 이번 (식당투어)모토는 선입견없이 먹어보자는거야 "




 그간 방문때마다 나름 까탈스런 입맛으로 

거부했던 여러 음식들이 두고두고 아쉬웠던 모양이다

선입견이 무슨 말이야 라고 물어보던 작은 넘이

몇년전 살아 꿈틀거리는 성게, 전복 접시에 

맛있다며 몰려드는 젓가락들을 보고 

트라우마를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자신있다는듯 

형의 말에 호기심에 가득 찬 동의의 눈빛을 보냈다.

" 오 그래? 그럼 소머리국밥 어때?"

내장탕은? 순대국밥은? ..."

양평 가는 도로변에는 이상하게도 

소머리국밥집과 순대국밥집이 눈에 많이 뜨인다. 

" 아윽.... "

선입견 어쩌구하던 놈들에게서 낮은 탄식소리가 들려왔다.

우악스런 소머리가 하나 통째로 

국그릇에 빠져있는 모양을 상상했나 ㅋ

" @#$#@%^...

아니 왜 이름들이 전부 그래..."

상봉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닭발은? 막창, 곱창은? 돼지껍데기 먹을래 라며  

어감이 거시기한 음식이름만 골라 신나게 읊어댔다.

모처럼 네명이 탄 차안은  

메뉴선택문제로 왁자지끌 소란스러웠고 

  사이좋게  두팀으로 나뉘어 

도로변 좌우를 알뜰살뜰 살핀 끝에

콩나물 해장국밥을 첫 데뷰음식으로 선정했다.




삼시 세끼 외식의 꿈은 시간상으로 도저히 무리였고

 일일 두끼 외식으로 놈들은 도착 다음날부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근처의 보리밥정식, 순두부집에서부터

고기구이집에 이르기까지

철 만난 메뚜기떼가 따로 없었다.

낯선 장소에서는 큰 넘의 스마트폰이 맹활약,

나도 모르는 맛집을 잘도 찾아냈다.

클래씩한게 좋다는 큰 넘이 한번은 꼭 가고 싶어한 오일장

양평은 3일 8일 오일장이 열린다.

장날이 되길 기다려 달려간 오일장에는

드디어 놈들의 선입견을 테스트해볼  

소머리국밥이 설설 끓고 있었다.

소머리국밥을 앞에 두고 

양평장터에서 우리는 다시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다.




큰 넘과 나는 장터국밥천막안으로 

작은 넘과 남편은 끝내 선입견을 극복 못한채 시장투어에 나섰던것이다.

큰 넘도 후추가루 듬뿍 뿌린 국물만 홀짝거렸지 

(소머리)건더기는 내게 슬쩍 내밀었다.

아 선입견극복의 길은 요원한걸까.ㅎ 

국밥집천막 건너편에 양평오일장에서는 꽤 이름난

도너츠,꽈배기, 핫도그 만드는 천막이 있는데

내가 여태껏 본 바로는  가장 긴 줄을 선 곳이 이곳이다.

국밥천막에서 나오니 

작은 넘 손에도 도너츠 봉다리가 쥐어져있었다.


 



 이 국화빵은 무려 삼십분이나 기다린 끝에 

이천원어치 한 봉다리를 손에 쥘 수 있었는데

손이 불편한 주인이 더디게 구워주는 국화빵을

손님들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직접 담아 가는곳이다.

아덜놈들은 무슨 대단한 맛을 기대한듯하다.

크게 특별한 맛이 아닌데 라는 말을 하면서도

뜨거운 국화빵 한봉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식당천국세상에서도 일일 두끼 외식의 꿈은 생각밖으로 쉽지가 않았다.

  어쩔수없이 배달음식을 시키는 날도 있었고

한끼가 아쉬운 마당에 

끼니를 걸러야하는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으니 

작은 넘이 우려했던 아부지의 지갑은 고맙게도

아주 조금 너덜거린 반면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 지갑이 애꿎게도 탈탈 털려버렸다.

부모없이 궁기에 찌들어 왔다고 동네방네 얼마나 소문을 냈던지

보는 사람들마다 불쌍하다는듯 멕이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 지갑을 울리며 보낸 아쉬운 나날들

 어느새 떠나야 할 날이 다가왔다.

우리는 마지막 방문지를  음식천국, 유토피아로 정했다.

낙원에는 별의별 음식들이 다 모여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이상향이 유토피아라고 했나

잇토피아에는 큰 놈이 마지막으로 

한번 더 먹고 싶어했던 춘천 닭갈비가 없었다.

그래서 하는수없이 우리는 오밤중에 

피날레를 장식할 닭갈비집을 찾아 나서야했다.





유토피아에서의 짧았던 두주가 지나고 

인스턴트음식들로만 한 가방씩 싸들고 돌아간 두넘들

내가 해주는 집밥보다 훨씬 더 맛있다고 먹을게 뻔한데

인스턴트 봉지를 뜯으며

부디 외롭고 슬프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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