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사리예보로 자주 욕을 먹고 있다던 기상청이 

우리가 사는 지역에 눈예보를 알려왔다.

눈이라도 내렸으면 하는 간절한 날들이었기에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창으로 달려가서 확인부터했다.

 자고 일어난 세상은 온통 하얘지고 있었다.

기상청예보가 고맙게도 딱 맞아 떨어지던 날

 새벽이 되어서 내리기 시작한 눈이 

오전내내  사박사박 내리고 있던 날이었다.




 창문이 나 있는곳마다 달려가서

눈내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눈이 덮힌 뒷산의 소나무들이 조금 덜 낯설게 다가온다.




게으른 여편네라고 무슨 특허호칭처럼 불러대는 영감은 

 아침잠에서 있어서는 감히 내게 찍소리를 못하는데

누가 보더라도 아침형인간이 훨씬 더 부지런해보이는 까닭일것이다.

깜깜한 새벽에 혼자 깨서 부시럭 부시럭 돌아다니며

그 고요함을 오롯이 혼자 즐기는것을 

유일한 낙으로 여기는 나는

이날은 예외적으로 아량을 베풀어 같이 즐기기로 했다.

" 영감 눈 온다... "

새벽부터 이른 오전까지만 부지런한 마눌덕에

영감은 이날 그냥 눈이 아니라 

작은 눈폭풍, 미니 블리자드까지 구경하는 횡재를 누렸다.

거실창에 사이좋게  붙어서서 눈감상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회오리바람으로 휘몰아친 눈들이 

창으로 쏟아들어올듯한 장관이라니...

게다가 영감이 좋아하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

라라의 테마까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깔맞춤하듯 기상에 맞추어 환상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음악까지

더 바랄게 없는 아침이었다.







싸락눈은 싸락싸락 내리고

누룽지는 폭폭 끓고

이곳에 온 뒤로 밥상좌석배치에 변화가 생겼는데

둘이 마주 보지않고 나란히 앉아 먹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요근래 벌어지고 있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건탓일게다

안 좋은 버릇으로 밥때마다 뉴스를 틀어놓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사이좋은 연인들처럼 나란히 앉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 날은 국격 떨어지는 저질드라마대신 

멋진 자연풍광을 감상하면서

 




오후에도 눈은 간간히 내렸다.

눈발을 맞으며 부지런한 영감은 장작을 팼고

게으름피우기에 더할수 없이 좋은 날씨였지만

퍽퍽 허공을 가르는 서슬 퍼런 도끼날에 눈치가 보여 

하는수 없이 장작더미를 현관문앞으로 옮기는 일을 했다.

다 우리집터에서 나온 참나무와 소나무들이었다.





삐익삐익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요란한 금속성소리가 부엌 어디에서 들려왔다.

새로 설치한 독일주방기계들이 한국땅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나 

놀래서 소리나는곳으로 달려갔더니 내 아이폰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긴급재난문자!

잘못하면 밤사이 얼어죽을수도 있다는 

경기북부지방에 발령된 경고장이었던것이다.

 눈이 그친 뒤에 몰려온 

올 겨울 들어 최강이라는 한파로

눈은 녹지 않고 있다.

테라스에 둔 영감의 초록색 이슬양머리위에

적선받은 김장김치통위에 

소복히 쌓인 눈이 

며칠째 녹지 않고 고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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