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큰 소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먼데서도 눈에 띄는 아주 큰 나무여서

처음 오는 택배기사나 짜장면 배달오는 사람들이

집을 못 찾아 헤매는 전화를 해오면

새로 지은 집인데요  큰 소나무집이요라고

말할 정도로 아주 크다.

이 소나무덕으로  원치않는 손님치레할 일도 드물지 않게 생기는데

지나가다 소나무 구경왔어요라며

모르는 사람들이 불쑥불쑥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기한것은 여기 사람들은 죄다 이 소나무에다

 가격을 매긴다는 것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후한 사람은 최고 일억에서 짠돌이들의 최저 수백만원까지 






우리집 석축 쌓던 석수장이 왈

"아주머니 이런 소나무  일억은 족히 받아요"

무슨 예술작품 만들듯 하도 천천히 일을 해서 남편속을 뒤집어 놓던

석수장이아저씨가  놀멘놀멘 일당을 챙겨 넣다가

미안해서인지 어쩐지 

 선심쓰듯 일억이라는 거금을 매겨주었다.

돈 안드는 립서비스이니 까이꺼 일억이 무슨 대수겠는가

다음으로 높은 홋가를 매긴 사람은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나타난

 강북사모님삘이 물씬 풍기는 연식이 좀 있어보이는 어떤 마나님이다.

이 분이 매긴 금액은 일억에서 쪼끔 빠지고 

 남편하고는 이미 두어번 안면식이 있다는데

소나무구경겸 집 짓는 구경겸 휘둘러보면서

은근히 우리 골짜기 위에 산다는 모그룹회장댁과의

친분을 과시하는것도 잊지 않는다.

(소)나무 보는 눈이 없는 나로서는

수천만원이나 수백만원이나 다 이해할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땅을 판 전주인도 소나무값 수천만원을 더 올려 받지 못해

몹시 원통해했다니 모르긴해도 값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여하튼 우리나라사람들의 소나무사랑은 지대해 보인다.

길 건너집에도 예사롭지 않은 소나무 몇그루가 서있는데

어느날은 크레인이 오고  하루종일 소나무손질에

예닐곱사람들이 달려들어 난리를 떠는게 아닌가

 있는 집 소나무들은 그렇게 다 손을 봐준다고 누군가 귀뜸해줬다.

우리집나무도 전주인이 그랬는지 가지가 싹둑 잘려진 흔적하며

끈으로 여기 저기 수형을 잡아 놓은걸 볼수있다. 

인위적으로 자르고, 묶어 놓은 모습이 

 몹시도 내 마음에 안 들더라만




이곳에 정착해서 며칠 지나지 않아

깜깜한 밤중에 쓰레기봉지를  들고 나가는데

시커먼 소나무그림자가 내게 와락 달려드는것 같아 얼마나 무섭던지

이후로도 밤중에 몇번이나 소스라치게 놀라 

집안으로 쫓겨 들어왔는지 모른다.

소나무가 너무 커서 무섭다는 내게 

"예나 지금이나 그 무서움증은 우야면 좋겠노..."

엄마가 막걸리 남는게 있으면

소나무에 부어 주라고 일렀다.

막걸리와 무서움증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나무거름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어쩐지 우리식으로 

상견례형태를 갖추어야겠다싶어

시키는 대로 걸쭉한 막걸리를 소나무아랫둥지에 부어주었다.

막걸리로 공손하게 신고식을 해서인지

그뒤로 무서움증은 다행스럽게도 사라졌다.

집 짓는 일이 고될수록 하얀 지평막걸리 빈병도

 테라스에 차곡차곡 늘어가고

당연히 소나무도 덩달아 막걸리 받아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소나무는 거실창에서 정통으로 바라보인다.

내가 곁을 주지 않는건지 소나무가 내게 곁을 주지 않는건지

우리는 막걸리를 나누는 사이여도 여전히 친해지지 않은채

아직도 멀뚱히 바라만 보는 사이이다

소나무를 처연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두고온 독일 우리집자작나무가 자동으로 눈앞에 그려지는데

도대체 그 생각이 잦아 들지 않는게...

 슬프고 힘이 들때 위안이 되어 주었던 나의 나무들  

잘 있는가

내 자작나무 내 준베리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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