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달전 

  우리집을 찾아 헤매는 택배기사의 전화를 처음으로 받게 되었을때이다. 

 다급하게 집위치를 설명 해줘야했을때

눈에 띈 것이 소나무였다.

설명을 잘 해준 덕분인지 금새 집을 찾아낸 택배기사는 

소나무가 멋지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주문한적이 없는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사과상자였다.

 남쪽지방 낯 익은 지명이 쓰여진 사과박스 

친구가 보냈음이 틀림없었다

몇해전 남편과 아덜놈들을 주렁주렁 데리고 

옛 친구방문에 나섰을때 가본 그곳

친구는 몇년마다 근무지를 옮겨다니는데

이번엔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자그마한 동네에

새로 부임한 그녀의 학교가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는 사과밭이 우거져 있었다.

방학인데도 교육인가 연수인가 바쁜 친구를 대신해

더운 여름날 그녀의 남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가이드겸 문화해설사 역할을 해준 기억이 나고

늦게서야 합류한 친구는 그 날 마지막 코스로

 알고 지내는듯한  과수원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갔었다.

그리고는 방문기간동안 숨 쉴 틈 없이 멕이는것으로도 성이 안 찼는지

 기어이 우리 차에다 

색깔 이쁜 여름사과 한박스를 실어 주었다.

이럴때 그녀는 친구가 아니라 착한 맏언니같기도 하다.

박스를 뜯어보니 이번엔

아기머리통만한 붉은 겨울사과들이 한그득 들어있었다




 

독일에서부터  말썽을 일으키던 스마트폰이 

한국에 도착하면서부터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먹통이 되어버렸다.

낯선 동네, 스마트폰,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고립무원

자동으로 칩거생활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새로 휴대폰을 장만하러 가자는 남편의 채근에도 

 시름시름 먼산만 바라보며 의욕없는 나날들을 보내고만 있었다.

마지못해 개통한 휴대폰도 거의 구석에 방치되어있기 일쑤였다.

그러기를 보름 정도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 전화기를 잡기시작하고부터는 

몇몇 친구들에게

 징징 우는 소리에다 투덜투덜 심각한 적응장애를  호소했던것 

옛 친구들은 별수없이  내 하소연을 들어주어야만했고

우는 소리를  듣다 듣다 참지 못한 친구하나는  

차가 안 막히는 주말새벽에 출발해

몇 주말을 우리집에 출근하다시피 다녀갔다

노가다복장에다  먹을거리들을 잔뜩 싸 들고서

거리가 멀어  위로방문이 쉽지 않은 다른 친구는

사과상자를 시작으로 택배공세가 이어졌다.

방학이라 시간이 좀 나지 않느냐는 내가 보낸 안부문자도  

역시나 징징 우는 소리로 들렸던지

친구는 급하게 대게박스로 응답을 해왔다.






 박스에 동봉된 레씨피대로 

작은 다라이만한 냄비에다 대게를 뒤집어  찌는 동안

마눌친구의 우정에 깊은 감동을 받은 남편은 

입맛을 다시며

소매를 걷어부치는등 대게를 뜯을 만반의 태세를 갖추며 

김 오르는 냄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ㅎ








"새해 복 많이 받고 있나?...

양평쪽으로 눈이 많네..."

꼬불쳐둔 대게살로 끓인 게죽을 야금야금 먹어가며 눈구경을 하고있는데 

  그녀가 먼저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 눈 구경 와라  여긴 눈이 푹푹 내린다 "

"완전 강원도급이야 "

그러자 이번에도 시간이 나지 않는지 눈길이 겁이 나는건지

 택배박스가 또 하나 날라왔다.

따뜻한 봄날에 놀러오겠다는 말과 함께



이번엔 과메기였다.

 곧바로 술상을 차려도 되겠끔 각종 부재료들도

완벽하게 신선포장되어 날아왔다.

이 좋은 안주꺼리들을 보자 

요 며칠 서로 으르릉거리고 있던 사실도 잊은채

헤벌쭉해진 남편은 

다시 입맛을 다시며  종류별 술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친구들이 함께 였으면 ...

소주잔을 비우고 와인잔을 비우는데

과메기술상위로 겨울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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