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동이 트기 무섭게  제일 먼저 달려간곳은 식탁창문

 아 사랑스런 내 준베리나무는 몇달의 헤어짐에도

겨울 찬 이슬을 뒤집어 쓴채  

꿈에 그리고 있던 모습 그대로 여전했다.

마주 바라보며 그간 잘 지냈지? 를 속으로 중얼거려보는데

이 정도면 눈 뜨고는 못볼 

드라마 신파조가 따로 없지싶다.ㅎ

엊그제 가방을 끌고 영문을 몰라하는 준베리나무옆을 지나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집으로....

나무하고 말을 주고 받을수 있다면 

나는 도착한 그 순간 깜깜한 한밤중이라도

붙들고 흐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새벽 세

서너시간 잠이 들었을까

가방을 정리하고 부엌정리하느라 조금 소란스러웠던지

시차적응 잘 하는 영감도 덩달아 일어나버렸다.

영감은 늘 하던 버릇대로 벽난로에 불부터 지폈다.

역시 마른 나무라서 불이 잘 붙네...

새벽부터 난리법석을 핀게 미안하기도 하고

갑자기 할 일이 없기도 해서

 영감옆에 쪼그리고 앉아 

장작이 불타오르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양평에서보다 더 편안한 자세로 더 익숙한 자세로

불을 지피는 영감

몇몇 쓰던 가구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거실들이 

그제서야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장작온기가  거실에 번져서인지 

생각보다 덜 쓸쓸해보이는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빵집 문열기를 기다리는것도 여전한 습관

면 봉다리를 손에 쥔채

영감은 아침꺼리를 사러 집을 나섰고

나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라디오를 키고  

남겨둔 접시들과 잔들을 찾아내 아침식탁을 차렸다.

부엌창문쪽에 붙어서서 

커피기계에 몇달째 닮겨있던 물을 버리고 있는데 

건너집 안네리제여사가 가운을 걸치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늘 일곱시 반쯤이면 쓰레기봉지를 들고 내려왔다가

조간신문을 들고 올라가는 그녀

아 하나도 변하지 않은 이곳의 일상들 

일차로 울컥 

 독일빵이 이렇게 맛있었던가

지난 백일동안 잊고 살았던 미각이

올올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되살아나는건 미각뿐이 아니었다

잠결에도 익숙한 보폭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내 다리,

늘 봐온 풍경쪽으로  둘러 보는 익숙한 내 눈,

심지어 지금 두드리고 있는 컴퓨터 자판기에 와 닿는

내 손가락 끝 감각까지...

용수철처럼 힘껏 튕기었다 순식간에 

제자리로 와 버린것이다.








"엄마 집에 오자마자 또 울지 않았어?" 

집에 도착해서 큰 넘과 통화하는데

안봐도 뻔하다는듯 녀석이 놀려댔다.

내 눈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자타 공인의 주책바가지

하지만 짠 하고 눈을 떴더니 

마치 순간이동의  마술세계로 들어온듯

 요근래 내가 겪은 가장 비현실적인 상황에 어떨떨

 이번엔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침식사가 끝난뒤

 거실셧터가 올라가며 천천히  

정원의 자작나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전히 늠름한 모습으로...




 아아 마이크 실험중 ㅋ 

여기는 독일  

오늘은 새벽 한시반에 일어났습니다.

한국시간으론 아침 아홉시반이지요.

석달열흘도  긴 시간이면 긴 시간인지라  몸의 일부는

한국시간에 셋팅되어있는것도 어쩔수 없네요

사연인즉슨 

귀국보따리도 다 못 풀었는데

급작스레 다녀 가야 할 일이 생겨서 독일에 다시 와 있습니다.

여기 자작나무가 보이는 창문옆 

컴퓨터에 앉아서 블로그글을 올리고 있노라니

정말이지 감개무량 자체입니다

정들었던 곳이 어디가 되었던간에

그 곳을 떠나보신 분들은 

그 정든곳으로 다시 돌아왔을때 느낌이 비슷하실텐데

지금 그런 느낌입니다.

조금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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