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달간은 내리 한식만 먹고 살았었다.

 그것도 대부분은 내손으로 한것이 아니라 

꿈에 그리던 외식으로...

외국에 특히 유럽에 살고 계신 분들은 잘 아시리라

사는 도시에 국밥 한그릇  사먹을수 있는곳이 변변찮다거나

짜장면 한그릇 배달해먹을수 없다는 사실로도

 천국이 뭐 별겐가 싶은 마음이 들때가 얼마나 자주 드는지...

그렇게 바라던  천국생활을 누린지 두어달째

 하루 한끼는 기본이고 심지어 두끼까지 

인근의 맛집 또는 그냥 먹을만한 식당을 찾아 다니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으니

(물론 노가다하느라 밥할 시간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부엌이 없어서라는 이유에서였지만)

간혹 집밥이라고 밥상을 차릴라치면

금자씨가 거의 실시간으로 보내다시피한

반찬들을 꺼내놓거나 뎁히거나 졸이기만 하면 됬다 

먹는일로만 친다면야 이런 호사가 있나 싶을정도였다.

그러다 인근의 식당들을 두루 한번 내지는 여러번 훑고난 뒤쯤부터인가 

  굶주렸던 내 위장에 드디어 한식과부하가 걸렸던지 

아니면 호강에 겨웠던지간에

꿈에 그렸던 천국에서의 삶이 시들해져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여기 사람들이 종종 외치는

외식이라고 해봐야 따지고 보면 별로 먹을게 없다 라는

 배부른 대열에 동참하게 된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난 삼십여년 내 위장에 인이 박히도록 먹어왔던

독일음식들이 마구 떠오르기 시작했다.

에구 이 무슨 청개구리삼신인지

별의별게 다 생각났지만 그중에 가장 그리웠던것은 

싱겁게도 스파게티였다.

그것도 가장 간단한 토마토스파게티

산해진미에 질린후

결국 찾게 된다는 맑은 된장국같은것이 내게는 스파게티였을까

  옛 부엌에 들어서자 말자

혹시 스파게티국수, 홀토마토를 두고 간게 있나

몇몇 부스러기짐들이 남아있는 부엌창고부터 뒤져보았다.

하지만 한두어개 남아있을것같던  

스파게티국수와 홀토마토는  보이지 않았고

분위기 모르는 영감은 오자마자 밥타령이었다.

(불과 몇시간전에도 먹고 왔구만 에휴)

비행기에서 내리면 무조건 얼큰한것으로 먹어줘야 한다나

하는수없이 첫날은 비상용으로 들고온 라면을 끓여야만 했다.







소원이었던 스파게티는 온지 삼일째가 되던날

큰 넘이 오고서야 겨우 만들어 볼수가 있었다.

그 사이 한식에 다시 굶주려있던 큰 넘에게는 살짝 미안했지만

나의 석달열흘 허기도 아들넘 궁기 못지 않았기에 

" 우리 스파게티 한번만 해먹자 응? "

배실배실 눈치를 봐가며 통사정을 했다.

언젠가 지 형이 만든 인스턴트스파게티가 훨씬 더 맛있다고

동생넘이 한창 치켜세워준 뒤로 

거 요리블로거도 별거아니네 하는 표정으로 

지 엄마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놈이

아니나 다를까 

" 흐흐 인스턴트소스 사놓은거 없는데 " 멘트와 함께

능글맞게 웃으며 양파를 썰어줬다.

떽떽거리는 지 아부지보다 그래도 백배는 말랑말랑한 놈

아 이 얼마만인지

툴툴거리면서도  양파를 까고 썰어주고

아주 오랜만에 우리 모자는 부엌에 나란히 붙어섰다. 

한번씩 녀석과 죽이 맞아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을때

눈물나도록 그리웠던것이 바로 이런 장면 아니었던가



 
















맑고 개운한 토마토스파게티 한그릇이면

그간 과식으로 더부룩했던 내 속이 

순식간에 가라앉을것 같더라만

그사이 요리계를 잠시 비운 공백(?)이 컸던지 

내 스파게티맛은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

아니면  이랬다 저랬다 변덕스러운 내 마음탓이었을까

  허전했던 스파게티맛

그래도 큰 넘이 급하게 달려가서 사 온 

달달한 카니발 도너츠가 메꾸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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