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다음날 부엌 창문 너머로 건너집 안네리제여사를 

제일 먼저 만나보는것으로 시작

 차례차례로 이웃들을  만났다. 

비르깃의 실루엣은  늘 그렇듯 식탁에서 주방,

주방에서 거실쪽으로 바쁘게 창문너머로 움직였고

 테라스유리문을 통해서는  정원용작업복차림의 펠스영감님이 보였다.

벌써 봄맞이울타리손질중이신가

아 독일은 산수유가지끝이 이미 노랑노랑 

봄이 와 있었다.

매일매일 귀에 익은 슈타이너부인의 빗자루소리는

 도착한날부터 귀를 귀울였지만 

들려오지 않다가 삼일째 되어서인가

맞은편에 사는 사위와의 두런두런 대화소리와 함께

    준베리나무를 넘어 들려왔다.

유리창너머로 보이고 들리는 내 다정한 이웃들 

그들은 모두 제자리에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아무 변함없다는것에 살짝 서운하기라도 했던걸까

 남겨둔 집안일 핑계로 며칠을 두문불출하였지만

눈 밝고 귀 밝은 이웃들은 우리의 귀향을 당장 알아차렸다고 했다.

불꺼진 우리집을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이웃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안네리제여사가 총대를 맨듯 했다.





" 설마 우리곁을 쉽게 떠날수 있다고 생각한건 아니겠지요? "

사람좋은 안네리제여사가 떠나가는 우리를 위해

티타임을 열기로 했다.

 준강원도급이라는  매서운 양평추위에 오돌오돌 떨다

 날아간 독일은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했다.

우리집 정원에도 튜울립이 구석구석 올라오고 있었는데

안네리제여사네집 올라가는 계단주변으로도 

튜울립이 무리를 지어 봄이 한창이었다.

우리를 마지막으로 

이웃들은 이미 와 앉아있었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벤트케스씨, 슈타이너부인,펠스씨부처 

차례차례로 양쪽 뺨을 대고 포옹을 나누는데

우리를 보고 싶어했고 안위를 걱정한듯한 그들의 눈빛을 느끼자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렁거림이 몰려왔다.





 안네리제여사는 빠빳하게 잘 다려진 붉은색 리넨식탁보에 

어울리는 붉은 무늬의 찻잔을 꺼내 놓았다.

늦은 오후라 커피와 함께 홍차가 그리고

세 가지 종류의 케익이 준비되어있었다.

지난 가을 우리가 이사준비로 정신이 없을때 

고관절수술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하였는데

젊고 성한 사람못지 않게 이렇게 또 손님을 치르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참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다들 궁금해했다.

요란스럽지 않은 점잖은 방식으로 

우리들의 고국으로의 귀환생활이 어떠한지...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안네리제여사가 구운 케익을 먹으며

 고국땅에서 느끼는 낯설음같은것을 설명하는데

충분히 이해가 된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미국생활을 오래하고 돌아온 벤트케스씨네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야 할거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지 시간이지 얼마만한 시간이 필요한걸까...





몸만 휠체어에 앉아있지 정신은 펄펄 날아다니는 벤트케스씨가

이 날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우리 동네 와인 포도밭뒤 

그 아름다운 숲속에 세워질지도 모르는

풍력발전기에 열을 올리고 

소용도 없는 개구리터널을 만드느라 수억세금낭비한 일을 성토하며

( 환경운동가 착오로 개구리가 한마리도 지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트럼프대통령땜에 열받은 일까지...

"한국에서는 트럼프대통령 좋아하나요? "

 우리는 우리 대통령사건으로 

이미 충분히 머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또 부럽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 시작했다.

그때 봄바람이 

안네리제여사네 고목체리나무가지를 부드럽게 흔들고 있었다

언젠가 같은 자리에서 티타임을 가진적이 있는데

그 체리나무위로 깡총깡총 옮겨다니던 붉은 다람쥐를 

다같이 바라보았던 일이 떠올랐다.

팔순이 넘고  이제 구순을 바라보기까지하는 그들과

귀여운 다람쥐이야기나 새벽녁 어슬렁 돌아다니는 여우이야기를 

 나누는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나...

무심하고 건조한 남편도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참으로 건강하고 상식적인 이웃들과 함께 한 생활이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티타임에 이어 벤트케스씨가 샴페인을 땄다.

우리들의 앞날을 위해 잔을 들어주는 이웃들

펠스영감님에게 오후 서너시는 셰리주타임이지만

벤트케스씨에게 이 시간은  스파클링와인타임인 모양이다

내가 이 댁에서 얻어마신

 스파클링와인만해도 벌써 너댓번은 되니까




 스파클링와인잔을 두어잔 비우며 

새로 바뀐 굴뚝청소부이야기등

우리가 여기 살았으면 

귀를 쫑긋하며 들었을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어둑어둑 해는 넘어가고 있었고 

안네리제여사가 서재쪽에 불을 켰다

그사이  바람은 잦아들었다 

 이웃들과 다시 한번 더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는 

정리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기서 보니 우리집도 멋있네"

벤트케스씨집 언덕에서는 

우리집을 처음 바라보는듯 남편이 말을 건넸다.

회색빛의 자작나무가 처연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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