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질 급한 사람을 위한 정원(만들기)"

다락방 한구석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책더미속에서 찾아낸 책이다.

마당에서 흙, 돌 , 자갈들과 전쟁을 치르다

불현듯  거의 흙발을 해가지고 달려간 다락방구석에는

다행히 버리지 않고 들고온 책이 

먼지를 뒤집어쓴채 구석에 놓여있었다

딱 필요한 책이 딱 적절한 시점에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인내심이라고는 약에 쓸려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가드닝책

십년도 훨씬전에 샀던 책이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급한 승질머리는 여전한건지 원

읽어내려가다보니

 정원에서 인내심만한 위대한 덕목이 없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쿨럭





저 맨 흙땅을 어쩔건가...

뒤집고 엎어놓은 맨 땅에 어서 뭐라도 심어야 했다.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희뿌여한 날들 일쑤인데

건조한 날이면 맨흙땅으로 흙바람까지 날리질 않나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온 마당이 흙탕물 계곡을 이루니

속성으로 자라나는 꽃이나 식물등을 시급하게 심어야 한다.

후다닥 넘겨본 가드닝책 끝부분에  소개된 꼼수,트릭 코너 

한번만 심어놓으면 "저절로" 알아서 잘 번져주는 

꽃종류들소개에 눈이 번쩍 띄였다.

아켈라이, 디기탈리스, 아이슬란드양귀비 같은 꽃들을 예로 들었는데

디기탈리스를 빼고는 가드닝책을 들쳐보기전에 

양평오일장에서 이미 사서 심었던것들로

우연히 찍었던것들이 성공한 케이스라 조금 흐뭇하기도 했다.

독일 우리집 정원에 있던 아켈라이는 보라색이었는데

여기것은 진한 분홍에 가까웠다.

매발톱꽃을 독일에서는 아켈라이라고 부른다.





 양귀비던 매발톱꽃이던 꽃을 심을 상태까지 만들기가  

얼마나 죽도록 힘들고 고단한 날들이었던지

(가끔 뻥을 치긴 하지만 이건 정말 과장이 아님)

급기야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독한 진통소염제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정형외과와 동네한의원 물리치료실이 

요근래 내 단골집이 되어버렸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 몸을 뒤척일때마다 

온 뼈마디가 다 해체되는듯 아구구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곧 어떻게 될 영감할망구가 따로 없다.

무릎 보호대를 장착하고 마당에 엎어져 

하루종일 돌을 골라내고 있노라면

저녁무렵에는 너덜너덜 내 몸이 내몸이 아닌것이다.

어느날 지나가던 사람이  

 보기가 안스러웠던지 혀를 차며

아니 왜 주인이 직접 일을 하세요? 이런다.

(마뜩치 않은 용어이지만) 잡부나 데모도를 쓰던지

 포크레인을 쓰라는 말이다.

아 한국에서 그것도 양평에서 집짓는게 얼마나 속이 터지는 일인지

이건 양평원주민도 인정한 말이다.

남편은 이번 집 지으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가 다 깨져버렸다고 했다.

오죽하면 아덜놈들도 어떻게 하나같이 정직하지 않냐며

힘들더라도 직접하자고 했다 (이넘들 금방 후회를 했겠지만 ㅎ)






 얼마나 일이 힘들었던지

뒷산에 진달래가 줄을 지어 피어있는지도 한동안 보지 못했다.

석양이 질 무렵 

산그늘이 드리워지면 분홍진달래색이 더 진해진다.

뒷산에 진달래가 피어있다는 사실을 안 뒤로 

자주 고개를 들어 보는데 참 황홀하다.

" 뒷산에 진달래 봤어?"

요새 예민해져 자주 으르릉거리던 우리 부부가

 나누었던, 가장 평화스런 대화이다.

" 응 예쁘네 "




이번에 독일에서 가져온 꽃씨들

어떤것들은 모종을 내고 어떤것들은 그냥 땅에다 뿌려두었다.

양평은 근처 다른곳보다 이 삼도 추운곳이라

발아가 늦어질지도 모르겠다.

어서 어서 싹을 틔워 빈땅을 메꾸어주어야 하는데...

또 조급증





양평장에서 사온 어린 로즈마리와 아이비

두고온 옛 로즈마리와 아이비들을 생각하며





잔디씨 뿌리고 있는 승질 더 급한 영감정원사





오늘   봄비가 억수처럼 쏟아졌어요.

중부지방 어디에는 벼락돌풍이 요란스러웠다하던데

여기도 빗방울이 무지 세찼습니다

잔디씨들이 다 흘러내리지나 않을까

어린 금잔화,데이지,팬지도 걱정이 될 정도였지요.

비 오는날은 노가다들 쉬는날이라더니

할 일은 태산이지만 비 덕에 하루 쉬게 되네요.

덕분에 블로그에 글도 올리게 됩니다.

다 들 안녕히 잘 지내시지요?

저는 오만 삭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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